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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유승

(기자의눈)모럴해저드는 범죄다

2021-09-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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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 제도적 허점을 이용해 자기 책임을 소홀히 하거나 집단적인 이기주의를 나타내는 상태나 행위.' 모럴 해저드의 사전적 의미다. 다른 말로 흔히 '도덕적 해이'라고 번역해 사용한다. 
 
모럴해저드가 등장한 배경을 살펴보면 영국 보험업계로 거슬러 간다. 지식백과에 따르면 영국 보험사들은 19세기 말까지 피보험자들의 부도덕한 행위를 가리키는 윤리적 의미로 이 말을 사용해 왔다. 모럴해저드의 경제학적 관점은 거래계약 체결 이후 한쪽 당사자의 행위로 다른 쪽 당사자가 손해를 보는 상황이다.
 
현재까지도 모럴해저드는 보험업계에서 주로 등장하고 있다. 우선 약 4000만명이 가입해 '제 2의 건강보험'으로 여겨지는 실손의료보험이 대표적이다. 보험사들은 치솟는 실손보험 손실액에 신음하고 있다. 상반기 손해보험사들의 실손보험 손실액은 1조4128억원이다. 전년 동기보다도 17.9% 증가했다. 2016년 이후 5년간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실손보험이 보험사들의 적자 상품으로 전락한 것은 비급여 항목의 과잉진료가 꼽힌다. 병원에 찾아 온 환자에게 실손보험 가입유무를 묻는 의사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를 두고 보험업계는 실손보험을 내세워 불필요한 검사나 치료까지 일삼고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 백내장 수술, 도수치료 등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은 비급여 진료비는 급증 추세다.
 
의무보험인 자동차보험에서도 모럴해저드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자동차보험금 누수 주범으로는 '일단 눕고보자'식의 나이롱 환자가 거론된다. 특히 한방병원이 양방병원보다 치료비가 비싸고 치료기간이 길기 때문에 합의금을 많이 타기 위해 교통사고 환자들이 애용하고 있다. 일부 한방병원의 경우 찜질방이나 마사지까지 제공한다.
 
여행보험에서도 모럴해저드는 비일비재하다. 여행 중 물품의 도난, 파손 등을 보상하는 휴대품 손해 특약을 악용해 보험금을 타내는 사례가 해당한다. 분실한 물품을 마치 도난당한 것 처럼 속여 보험금을 지급받는 식이다. 사실 관계를 증명하기 어렵다는 허점을 노렸다. 최근 한 대형 보험사는 치솟는 손해율에 못이겨 결국 휴대품 손해 특약 판매를 중단하기도 했다.
 
모럴해저드는 심각한 범죄가 아니라는 그릇된 태도에서 비롯된다. 보험료를 지불했으니 어떤 방식으로도 보험금을 타내면 장땡이라는 인식도 한 몫 한다. 하지만 이같은 모럴해저드는 분명 보험 사기이고 범죄 행위다. 보험사의 손해는 물론 보험료 인상으로 다른 선량한 소비자들까지 피해를 끼칠 수 있다. 소비자에게 유리한 혜택 좋은 상품들이 줄줄이 사라지는 건 덤이다. 보험금 몇 푼에 범죄자가 되고 싶은가. 
 
권유승 금융부 기자 ky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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