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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선

대법 “징계절차 게시는 직원 명예훼손”

2021-09-2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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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직원의 징계 절차 과정을 사내 게시판에 공고한 것은 회사 ‘공공의 이익’을 위한 행위가 아니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직원의 징계절차 과정을 사내 게시판에 게시해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인사담당자 A씨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0일 밝혔다.
 
재판부는 “이 사건 문서에 적시된 내용 중 공적인 측면이 있다고 해서 징계절차에 회부된 단계부터 그 과정 전체가 낱낱이 공개돼도 좋다고 말할 수 없다”며 “징계혐의 사실은 징계절차를 거친 다음 확정되는 것이므로 징계절차에 회부됐을 뿐인 단계에서 그 사실을 공개함으로써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 이를 사회적으로 상당한 행위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문서는 근무현장 방재실, 기계실, 관리사무실의 각 게시판에 게시됐는데, 그곳은 이 사건 회사의 구성원 외에 협력업체의 직원들을 비롯한 외부인들의 왕래가 빈번하게 있는 장소”라며 “이는 ‘이 사건 회사 내부’의 공익을 위해서라고 보기에는 그 공개방식이나 게시 장소가 적절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럼에도 원심은 피고인의 행위가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라고 판단했다”며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명예훼손죄에서의 ‘공공의 이익’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인사담당자 A씨는 2019년 7월 징계절차가 개시된 B씨의 인사위원회 참석공문을 관리소장으로 하여금 사내 게시판에 게시하도록 지시했다. 게시판에는 B씨에 대한 근무성적, 상급자 업무 지휘명령에 불복, 태도 불량 등의 상세 내용이 담긴 문서가 게재됐다.
 
A씨는 이처럼 B씨 징계절차 회부 사실 내용을 공연히 적시하게 해 B씨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이 사건 문서’를 게시하게 한 행위는 피해자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를 저하시키는 구체적 사실의 적시에 해당해 ‘명예훼손죄’를 성립하고, 이는 공공의 이익을 위한 행위 또는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은 행위로 볼 수 없다”며 A씨에게 벌금 30만원을 선고했다.
 
이에 A씨 측은 “징계절차 회부 사실 게시 행위는 공공의 이익을 위한 행위 또는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은 행위로 위법성이 조각된다”며 항소했다.
 
2심 재판부는 “이 사건 문서의 내용은 회사의 원활하고 능률적인 운영의 도모라는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라고 볼 수 있어 위법성이 조각되는 경우에 해당한다”며 A씨 측 의견을 받아들여 무죄를 선고했다.
 
또한 “징계에 회부됐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사생활에 관한 사항이 아닌 이 사건 회사의 공적인 절차에 해당하는 것이므로 공적 관심의 대상이라고 봄이 상당하다”며 “피고인이 이 사건 문서를 개별통지가 아닌 사내 게시판에 게시하도록 한 것에 특별한 근거가 없고 절차상 적절하지 않은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러한 사정만으로 징계 절차 회부 사실의 공적인 성격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라고 봤다.
대법원 청사 전경. 사진/대법원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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