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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기업 팔 비틀기' 된서리 맞은 개미들

2021-09-23 06:00

조회수 : 5,4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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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인 증권부장
"정부 정책 방향의 반대로 가는 게 재테크를 잘하는 방법 같다."
 
재테크 고수들이 공공연하게 말하는 불문율이다. 우스갯소리 같겠지만, 정부 정책을 충실이 따르다가는 제대로 돈을 못 번다는 얘기다. 오락가락 정책에 혼란을 느끼고 있는 요즘 3040세대가 재테크 불문율을 말하고 있다.
 
작년 코로나19 발발 이후 개인투자자들에게 안정적인 주식 투자처로 꼽힌 종목을 바로 삼성전자와 카카오였다. 하지만 최근 삼성전자는 외국계 증권사의 매도 리포트로 7만 전자로 내려앉는 수모를 겪고 있다. 대장주 삼성전자가 지지부진한 틈을 카카오가 비집고 들어와 시총 3위 자리 경쟁을 벌이고 있다. 삼성전자 대신 카카오가 개인투자자의 안정적인 투자처로 자리매김하는 듯했다.
 
그러나 최근 정부가 전방위적으로 정부가 카카오그룹에 대한 압박의 수위를 높여가면서 카카오그룹의 주식은 곤두박질 치기 시작했다.
 
지난 9월 초 금융당국과 공정거래위원회, 정치권은 추석 전 기다렸다는 듯 대형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규제 필요성을 지적했다. 이후 금융당국은 카카오페이 보험 중개 업무를 금융소비자보호법에 위배된다고 문제 삼고 이와 관련해 온라인 금융플랫폼의 서비스를 미등록 중개행위로 판단하고 시정을 요구했다. 
 
이어 공정위는 카카오 김범수 이사회 의장을 정조준했다. 김 의장은 사실상 카카오의 지주회사로 평가받는 케이큐브홀딩스 관련 자료를 제대로 신고하지 않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공정위는 최근 카카오와 케이큐브홀딩스 본사를 찾아 김 의장의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 관련 현장 조사를 했다.
 
정부의 전방위 규제 칼날은 카카오 기업가치 훼손으로 이어졌다. 카카오의 주가는 지난 7일 금융당국의 보험 관련업 중개 행위 시정 발표 이후 곤두박질 치기 시작했다. 15만5500원이던 주가는 5거래일 만에 12만4500원으로 추락했다. 시총 순위도 3위에서 6위로 추락했다.
 
정부 압박에 백기 투항한 카카오는 꽃과 간식, 샐러드 배달 중개 사업을 철수하고 3000억원 규모의 상생 기금을 마련하기로 했으며 케이큐브홀딩스 내 친인척은 모두 퇴사하기로 했다.
 
물론 카카오 생태계의 높은 수수료와 문어발식 사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인들에는 좋은 소식일 것으로 본다.
 
그러나 대선정국으로 들어선 이 시기에 정부가 포퓰리즘식 규제 칼날을 휘두르고 있다는 의혹의 눈초리가 커지고 있다.
 
국무총리는 재계 총수를 만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김부겸 총리를 만나 3년간 청년 일자리 3만 개라는 선물 보따리를 내놓았다.
 
삼성전자와 카카오와 같은 국민 기업이 규제 칼바람을 맞으면서도 정부 정책에 화답하는 상황이 개인투자자뿐만 아니라 국민으로서도 의구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
 
최근 만난 30대 예비신혼부부는 "집값을 잡겠다, 대출받아 집 사지 말라는 정책 신호에 건실한 기업에 주식 투자했더니 규제 칼날에 급락했다"며 대선에서 누가 나오든 무조건 2번"이라고 말할 정도로 절망감에 싸여 있었다.
 
소상공인을 위한다는 명분에서 이뤄지는 '대기업 팔 비틀기'가 얼마나 표로 돌아올지는 미지수다. 지난해 기준으로만 해도 우리나라 국민 10명 가운데 4명이 주식 투자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규제 칼날에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들이 기업의 투자금을 빼낼수록 그 피해는 고스란히 개인투자자들에 전가되는 것이다.
 
투자자를 위해 기업을 우대하자는 것이 아니다.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해야 한다면서도 벤처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성장한 기업을 옥죄는 모순된 상황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얼마나 표를 받을 수 있을지 골몰하기 전에 국정농단으로 몰락한 전 정권의 기업 팔 비틀기와 지금 정부의 행태가 얼마나 달라졌는지 스스로 평가해보기를 바란다.
 
고재인 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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