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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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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빨라진 남북시계…김정은 "10월초 남북 통신선 복원"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장관급부터 정상회담 단계적 진행 기대

2021-09-30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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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뒤 사실상 멈춰선 '남북 평화시계'가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다.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담긴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명의의 두 차례 담화 이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이를 직접 재확인하는 등 북한의 반응이 전례없이 빠르기 때문이다. 특히 김 위원장이 남북 통신연락선 복원을 지시함에 따라 이 같은 훈풍이 정상회담까지 이어질지 주목된다.
 
30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이 전날 열린 최고인민위원회 시정연설에서 "경색돼 있는 현 북남관계가 하루빨리 회복되고 조선반도에 공고한 평화가 깃들기를 바라는 온 민족의 기대와 염원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일단 10월초부터 관계 악화로 단절시켰던 북남통신연락선들을 다시 복원하도록 할 의사를 표명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남북 통신연락선은 정전협정 기념일인 7월27일 복원됐지만 한미 연합훈련을 비난한 김여정 담화가 발표된 8월10일 오후 마감통화 때부터 북쪽이 통화에 응답하지 않아 지금까지 불통 상태가 지속돼 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달 21일(현지시간) 유엔총회 연설에서 종전선언을 제안하고 곧이어 김여정 부부장이 종전선언과 남북정상회담 등을 논의할 수 있다는 내용의 담화를 발표한 후에도 통신선은 재개되지 않았다.
 
청와대는 김 위원장의 '통신선 복원' 발언에 당장 '대화채널 복원' 이상의 의미로 확대하는 데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김여정 부부장 담화와 북한 미사일 발사, 김정은 위원장의 연설을 종합적이고 면밀하게 분석하고 있다"며 의미 부여 자체를 경계했다.
 
그럼에도 김 위원장 발언은 문 대통령의 임기를 8개월여 남긴 시점에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와 통일부가 남북관계 개선의 첫 번째 단계로 통신연락선 복원을 꼽은 만큼, 통신연락선 복원 이후 남북협력을 고리로 고위장관급 회담, 정상회담 개최로 이어지는 단계적 수순을 그려볼 수 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지금 흐름 자체는 뭔가 대화의 모멘텀을 만들어내자는 것"이라며 "남북정상회담으로 바로 가기는 그렇고 대화 분위기로 갈 수 있는, 그런 초보적 단계가 시작됐다"고 해석했다.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 발언 이후 북한의 행보를 두 가지 시나리오로 예측했다. 북한이 통신선 복원 이후 본격적인 회담 전 미사일 발사를 통해 우리 정부의 대응을 한 번 더 시험해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과, 김 위원장의 결단에 의해 바로 고위급 회담을 진행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회담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문 대통령 임기 내 정상회담까지 성사될 수도 있다. 코로나를 의식해 화상 방식의 정상회담 가능성도 열려 있다. 
 
김 위원장이 직접 남북관계 개선의 의지를 밝힌 만큼 내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될 여지도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남·북·미·중 모두 종전선언에 대해 공감하고 있고, 여기에서 남북, 북미관계에 속도를 낸다면 충분하게 종전선언을 논의할 수 있는 상황이 오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전망한다"고 말했다.
 
다만, 김 위원장이 여전히 이중기준 철회와 적대시 정책 철폐 등을 고집하고 있어 조속한 관계 개선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종전을 선언하기에 앞서 서로에 대한 존중 보장과 이중적인 태도, 적대시 관점과 정책 철회가 불변한 요구"라고 강조했다. 특히 미국에 대해 "새 행정부의 출현 이후 지난 8개월 간의 행적이 명백히 보여준 바와 같이 우리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위협과 적대시 정책은 조금도 달라진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북한에 대한 미국의 변화된 입장이다. 앞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20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은 2017년 11월 화성 15호와 6차 핵실험 이후 비록 단거리 미사일은 몇 번 시도했지만 거의 4년 동안 추가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실험은 안 하고 있다. 이에 상응하는 조치가 있어야 한다"며 미국에 인도적 대북 지원과 개성공단 재개 등을 제안했다.
 
하지만 미국이 이에 호응해 기존 외교 방향성을 바꿀 가능성은 크지 않다. 여전히 조건 않는 대화를 강조하면서 별다른 유인책 없이 북한이 외교의 장으로 나오길 촉구하고 있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김 위원장 발언에 대해 "미국은 북한에 적대적 의도를 품고 있지 않다"며 "우리는 전제조건 없이 북한과 만날 준비가 돼 있고 북한이 우리의 접촉에 긍정적으로 반응하기를 바란다"고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미국의 입장 변화를 끌어내기 위해 문 대통령의 북미 간 중재 역할이 다시 중요해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양 교수는 "김 위원장이 우리 측에 대해서는 근본 문제 해결을 촉구하면서도 통신선 복원이라는 긍정적인 조치를 내렸고 미국에 대해서는 적대시 정책 폐기를 이야기하면서 강대강, 선대선 전략적 원칙을 유지하는 것으로 볼 때 우리 측의 중재로 선 남북대화, 후 북미대화의 구도를 가질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9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에서 시정연설을 했다고 노동신문이 30일 보도했다. 사진/뉴시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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