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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주아

'리튬 가격 250%↑' 배터리사들 광물 확보전 '사활'

연초대비 코발트·알루미늄 가격 각각 66%, 47% 올라

2021-10-05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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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백주아 기자] 국내외 배터리 기업들의 희소금속 확보 경쟁에 불이 붙었다. 전기차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으로 배터리 주류인 리튬이온 이차전지 원자재 공급 부족 우려가 높아지면서다. 기업들은 광산 업체 인수 및 장기계약을 통해 안정적 공급망 확보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5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트레이딩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리튬이온 배터리 핵심 원재료인 리튬 가격은 연초 대비 254.84% 폭등했다. 코발트(65.83%), 알루미늄(46.99%), 구리(18.81%), 망간(10.40%), 니켈(8.28%) 가격도 일제히 올랐다. 
 
 
리튬 가격이 250% 이상 급등한 것은 전기차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결과다. 특히 리튬이온 배터리가 이차전지 주류로 자리잡으면서 수요가 공급을 따라가지 못하자 광물 가격이 폭등했다. 프랑스 에너지 컨설팅 회사 아비센에 따르면 오는 2030년 전 세계적으로 추출되는 리튬의 80%가 전기차 배터리 생산에 사용될 전망이다. 국내 3사 주력의 삼원계 배터리(NCM·NCA) 수요 증가로 니켈(Ni), 코발트(Co), 망간(Mn), 알루미늄(Al) 가격도 꾸준히 상승하는 추세다. 
 
배터리 기업들은 원자재 확보에 혈안이다. 수주 시점에 맞춰 제때 배터리를 공급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원자재 확보가 관건이기 때문이다. 
세계 1위 배터리 업체 중국 CATL은 최근 캐나다 리튬 광산업체 '밀레니얼리튬'을 인수했다. 총 인수 금액은 3억7680만 캐나다 달러(한화 약 3547억원)다. 지난 달에는 중국 사모펀드와 호주 'AVZ미네랄스'가 추진 중인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 리튬·주석 개발 프로젝트에 2억4000만 달러 (약 2852억원)을 투자해 지분 24%를 확보했다. 지난 4월에는 콩고 코발트 광산 지분을 보유한 기업에 1억3750만 달러(약 634억원)를 출자하는 등 해외 광물 확보에 전폭적인 투자를 이어가는 중이다. 
 
국내 기업들도 해외 광산 업체와의 장기 체결에 나서고 있다. 국내 1위 LG에너지솔루션(분사 전 LG화학(051910))은 지난달 중국 그레이트 파워사에 약 350억원을 투자, 지분 4.8%를 인수했다. 이에 오는 2023년부터 6년간 니켈 총 2만톤을 안정적으로 공급받게 된다. 이는 고성능 전기차(한번 충전 시 500km이상 주행 가능) 약 37만대에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는 물량이다. lg엔솔은 지난 8월에는 호주 마인사와 니켈과 코발트 장기 구매계약을 체결해 2024년 하반기부터 6년간 니켈 7만1000톤과 코발트 7000톤을 공급받게 된다. 
 
SK이노베이션(096770)은 앞서 코발트 생산 세계 1위 스위스 글렌코어와 2025년까지 코발트 3만톤을 구매하는 계약을 맺었다. 이는 순수 전기차 300만대분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양이다. 지난달에는 국내 1위 하이니켈(High-Nickel) 양극재 제조사 에코프로비엠(247540)과 10조원 규모 양극재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양극재는 배터리 셀 원가 비중의 약 50%를 차지한다. 
 
삼성SDI(006400)도 구체적인 회사는 따로 공개하지 않았지만 상황은 비슷하다. 김윤태 삼성SDI 경영지원실 상무는 지난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주요 광물과 관련해 지분 투자와 장기 구매 계약을 통해 수급 안정화를 꾀하는 중"이라며 "양극재는 합작사를 통해 내재화 비중을 높이고 기타 음극재와 전해액 등은 주요 공급사와 지분 투자를 통합 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삼성SDI는 에코프로비엠과의 합작법인(JV) 에코프로이엠을 통해 내년 1분기부터 양극재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리튬 공급 부족량이 올해 1만 톤에서 2025년이면 약 20만 톤까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안정적인 배터리 수급을 위해 국내외 원자재 기업과의 협력을 이어가고 폐배터리 재활용으로 고가의 희소금속을 추출할 수 있는 공정 기술 개발도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안정적 공급망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지적한다. 원자재 비축은 물론 해외 자원 개발을 통해 향후 리스크를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손정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글로벌 자원확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만큼 전량 수입 중인 배터리 원료 광물을 주도적으로 자원화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자원 부국과의 경제 협력으로 핵심 자원 비축을 확대하고 해외 자원 개발 투자도 장기적으로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원자재 가격 변동성이 큰 만큼 계약 시 손실 보전 특약을 넣는 등 조건을 까다롭게 가져가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계약 조건이 틀어질 경우 배터리 제조사가 독박을 쓸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박철완 서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원자재 수급 불균형이 장기화하면서 배터리 산업의 선물 가격 급등이 일어난 상황"이라며 "제조사에 따라 원자재 가격 변동을 흡수할 수 있도록 계약한 배터리 제조사의 수익 훼손은 덜 할 수 있지만 무턱 대량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가는 외려 배터리 제조사의 타격이 더 클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백주아 기자 clockwor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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