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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차기태의 경제편편)‘젊은 대기업’의 새로운 경영DNA

2021-10-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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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중소벤처기업부 국정감사에서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최근 벌어진 골목상권 침해 논란과 관련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김범수 의장은 5일 정무위원회 국감에서도 독과점과 관련한 사회적 논란에 여러 차례 사과했었다. 그리고 "골목상권과 관련된 사업은 모두 철수하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비슷한 사과와 비슷한 다짐을 연이어 한 것이다.
이번 국감의 풍경은 과거에 비해 사뭇 달랐다. 과거에는 국내 대형재벌 총수를 불러들이는 것부터가 쉽지 않았다. 불러도 갖가지 이유를 대면서 출석하지 않는 경우도 허다했다. 급기야 출석하지 않은 총수에게 동행명령장을 보내거나 고발하는 등 법적조치가 취해지기도 했다.
이에 비해 올해 국감에서는 대형재벌 총수 대신 최근 촉망받는 IT기업과 플랫폼 기업의 대표들이 주로 소환됐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을 비롯해 네이버, 우아한형제들 대표, 카카오모빌리티 대표, 배달의민족, 야놀자, 쿠팡 등 젊은 대기업의 수장들이 국회의사당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들은 국회 소환에 군말 없이 참석해 국회의원들의 추궁과 질문을 받았다.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소환에 불응하는 비겁한 모습은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국회가 나오라고 하자 군소리 없이 출석했다. 김범수 의장의 경우처럼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사과할 것은 사과했다. 그리고 시정을 약속했다.
국회의원들의 자세도 바뀐 듯하다. 올해는 여야를 불문하고 대체로 젊은 대기업들을 상대로 독과점이나 골목상권 침해 등을 비판하고 따졌다. 과거 대형재벌 총수들에게는 여야 가운데 한쪽이 비판하면 한쪽이 비호하기 일쑤였지만, 이번에는 비호그룹마저 얺었던 것 같다.
보다 근본적으로 젊은 대기업 최고경영자들이 다소 저자세를 취하게 된 것은 갑질이나 골목상권 착취 등에 대한 규제요구가 최근 거세졌기 때문일 것이다. 이를테면 카카오는 대리운전이나 꽃배달 등 중소영세업자의 생존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에 대해 어떻게든 대답하지 않으면 안될 상황이었다. .
국정감사에 초대받은 젊은 대기업들은 거의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탄생했다. 외환위기로 인해 조성된 새로운 경제상황과 정책이 이들의 출범과 성장을 뒷받침해 왔다.
사실 한국경제의 발전방정식은 1997년 외환위기를 계기로 크게 바뀌었다. 그래서 필자가 보기에 한국경제는 외환위기 이전과 이후로 선명하게 구분된다. 성서를 구약과 신약으로 구분하고, 역사를 선사시대와 역사시대로 가르듯이 말이다.
외환위기 이전에는 재벌들이 투명하지도 않았고 준법의식도 약했다. 빚내서 막무가내로 확장하면서 사회의 건전한 상식은 물론 경제적 상식도 그다지 존중하지 않았다.
이들 재벌이 한국경제의 성장에 기여한 노고를 부인할 수는 없다. 한국이 가난하고 어려운 시절 창업됐기에 오로지 성장하나만을 목표로 삼았다. 그리고 종업원이나 협력업체 또는 대리점 등에게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준 것도 사실이다.
그렇게 성장하는 동안 노동자 인권을 무시되고 편법 탈법 경영도 알게 모르게 저질러졌다. 차입에 의한 문어발 확장을 잘하는 기업일수록 성공하는 기업으로 평가됐다. 그리고 그런 구태경영을 재벌 3세나 4세들이 답습해 왔다. 그것이 과거의 경영DNA였고, 한국경제의 성장방정식이었다.
이에 비해 젊은 대기업들은 외환위기 이후 새로운 시대적 공기를 마시면서 성장해 왔다. 과거와 다른 경영DNA를 갖고 태어났다고나 할까. 그래서인지 이번 국감처럼 구식 재벌과는 다른 면모를 보여주곤 한다. 그렇지만 때때로 구식재벌의 행태를 답습하기에 소비자와 투자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최근 벌어진 플랫폼기업 규제논란도 그런 이유로 촉발된 것임을 스스로도 잘 알 것이다.
다만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국정감사장에서 과오를 깨끗이 인정하고 시정을 약속한 것은 다행중의 다행이다. 앞으로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그런 모습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보고 싶다. 젊은 대기업들이 보다 합리적이면서도 진솔한 자세로 새로운 경영DNA를 보여줫으면 좋겠다. 한국경제의 새로운 성장방정식을 창출할 주역이 바로 젊은 대기업들 아닌가.
 
차기태 언론인(folium@nate.com)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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