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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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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북에 구체적 제안"…한반도 비핵화 시계 빨라지나

대북 인도적 지원 가능성, 미 적대정책 철회 근거 전망

2021-10-15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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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미국 국무부가 북미 협상 재개를 위해 북한에 구체적인 제안을 했다고 밝혔다. 제안 내용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지만 미국이 북한을 향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은 긍정 신호다. 여기에 최근 주변국들의 물밑 외교전이 이어지고 있어 조만간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남북, 북미 대화 재개 여부에 대한 윤곽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네드 프라이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14일(현지시간) 언론 브리핑에서 '북한에 제재 해제를 협상 의제로 제안했느냐'는 질문에 즉답을 하지 않았지만 "우리는 전제조건 없이 북한과 만날 준비가 돼 있고 실제로 북한에 구체적 제안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북한의 반응, 접촉을 기다릴 것"이라면서 "직접 접촉을 포함한 외교가 미국의 대북 정책 목표를 이룰 가장 효율적인 수단"이라며 거듭 대화 의지를 강조했다.
 
노규덕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과 성 김 미국 대북특별대표가 지난 8월23일 서울 중구 호텔 더 플라자에서 북핵수석대표 협의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미국의 구체적인 제안, 대북 인도적 지원 가능성
 
미국 측은 북한에 전달한 '구체적인 제안'이 무엇인지를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한·미 양국이 대북 인도적 지원에 대한 논의를 지속해온 만큼 이와 관련된 내용일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입장에서 인도적 지원은 북한이 요구하는 적대정책 철회의 '행동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추진해볼 만한 사안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미국의 제안을 세 가지 정도로 추론했다. 북한에 시간과 장소를 정해 대화를 제안했다는 것, 정치적 상황과 관계없는 인도적 지원 제안, 대북 제재 관련 제안 등이다.
 
다만 양 교수는 "북한이 만약 미국에서 '대북 제재 완화를 포함한 문제까지 만나서 논의할 수 있다' 이 정도로 (제안이) 왔으면 뭔가 반응을 보였을 것"이라며 "그런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람회 기념연설에서 '미국은 변한 게 없다, 구체적인 행동을 보이라'고 계속 언급하는 것을 보면 미국의 구체적인 제안이 방금 제가 말한 대로 첫 번째(북미 대화), 두 번째(인도적 지원)가 아니겠느냐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도 "지금 미국의 기본 입장은 제재를 못 풀어주겠다는 것"이라며 "그래서 계속 나왔던 게 인도적 지원이었다. 새로운 제안이 될 수 있는 게 무엇이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다음주 한미일 북핵대표협의, 미 정보국장 방한 전망
 
남북 간 통신연락선이 지난 4일 복원된 이후 정부는 북미 대화 분위기 조성을 위한 관련국과의 외교를 적극 전개하고 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파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각료이사회에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과 회담을 했고,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협의를 진행했다.
 
여기에 한국과 미국, 일본의 북핵수석대표가 한 달여 만에 미국 워싱턴에서 다시 모여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문제를 논의한다. 외교부에 따르면 노규덕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오는 16~19일 워싱턴을 방문해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후나코시 다케히로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과 한·미, 한·일, 한·미일 북핵수석대표 협의를 진행한다. 노 본부장과 김 대표의 양자 협의는 18일, 한·일 양자 및 한·미·일 3자 협의는 19일에 여는 쪽으로 조율하고 있다고 전해졌다.
 
앞서 노 본부장은 13~16일 일정으로 러시아를 방문해 러시아 북핵수석대표인 이고리 모르굴로프 러시아 외무차관과 양자 협의를 진행한 바 있다. 노 본부장은 러시아에서 미국으로 직행해 미·일 북핵수석대표와 방러 결과를 공유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 본부장의 방미는 서훈 실장의 방미 협의 직후에 이뤄지는 것으로, 문 대통령이 유엔에서 제안한 종전선언과 인도적 지원 등 북한과의 대화 재개 방안이 의제에 포함될 전망이다.
 
또 17일에는 미국 정보기관 17곳을 관장하는 애브릴 헤인스 국가정보국(DNI) 국장이 한국을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브릴 국장의 방한은 지난 5월 이후 5개월 만으로 한반도정세가 꿈틀대는 시점과 맞물린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전문가들 "한·미 의견 조율 활발, 남북 간 제재 면제 가능성도"
 
양 교수는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국들의 움직임에 대해 "우리 입장에서는 한미 간에 철저한 동맹 차원의 조율과 중국과 러시아 등 주변국가 협력을 통해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지속 추진한다는 것은 변함이 없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미 간의 만남은 많이 있어도 큰 변화가 없기 때문에 답답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과 최근 북한의 행보에 대한 입장을 조율하기 위해 관련국들의 논의가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 입장에서는 종전선언을 띄워 놨기 때문에 관련국들에게 설명하는 부분이 필요하다"며 "또 최근 북한의 행보에 대해 (관련국들이) 어떻게 인식하는지 봐야 된다. 북한의 태도에 대해서 어떻게 입장을 취할지 공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여러 경로를 통한 한·미 간 논의 과정에서 미국이 남북 협력 차원에서 일부 제재 면제를 허용할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현욱 교수는 "기존의 인도적 지원 외에 남북 간 제재 면제를 조금 해줄 수는 있다"며 "기존의 개성공단과 금강산 등 남북 간의 경제 협력 관련해서 미국은 제재 위반이라는 입장을 보여왔는데 제재 면제를 좀 풀어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전망했다.
 
노규덕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13일 인천국제공항에서 북핵 협의를 위해 러시아로 출국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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