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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한국 증시의 불씨 되살려야

2021-10-19 06:00

조회수 : 5,0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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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인 증권부장
2021년 1월6일 코스피는 3000을 넘어섰다. 2000선 돌파 이후 14년 만에 3000시대를 연 것이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부터 공언했지만 이뤄내지 못한 '꿈의 지수'가 공교롭게도 정권 교체 이후 이번 정권에서 달성됐다.
 
코로나19라는 위기가 기회로 작용한 덕분이다. 작년 코로나발 폭락장 이후 막대한 자금이 시장에 풀리면서 증시를 끌어올린 유동성 장세였다. 당시 정부가 부동산에 묶여 있는 자금을 증시에 투자해 기업에 자금 공급을 함으로써 경제 살리기를 유도한 것도 한몫했다.
 
금융투자업계와 개인투자자들은 '코스피 4000' 시대를 예견하는 장밋빛 전망을 내놨지만, 증시는 바람 빠진 풍선처럼 탄력을 잃어 가고 있다. 지난 5일 코스피는 결국 3000선을 내줘야 했다.
 
유가와 물가 상승, 원화가치 하락, 기준금리 인상 등 여러가지 악재가 혼재된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는 평가다. 그동안 시장을 받쳐왔던 개인투자자들의 투심이 나빠지면서 이른바 동학개미의 저력을 기대하기도 힘들어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개인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매수금액과 매도금액의 평균)은 19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코로나발 폭락 장세 이후 최소 규모다.
 
꿈의 3000 고지를 찍었던 올해 1분기 24조5000억원까지 증가했던 개인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2분기 20조2000억원을 기록하며 하락세로 돌아섰고, 3분기에는 19조3000억원으로 또다시 줄어든 것이다. 
 
증시가 출렁이면서 자금 이탈도 가속화 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주식 신흥세력으로 꼽히는 20~30대가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부동산 투자로 이탈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아파트 매매 거래 연령대별 현황을 살펴보면 전국 아파트 매매 거래에서 20대 이하가 차지하는 비중이 최근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6월 5.66%, 7월 6.02%, 8월 6.33% 등으로 3개월 연속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가장 안전한 자산은 부동산이라는 인식이 파다해지면서, 전세를 끼고 갭투자 형태로 들어가는 경우도 늘고 있는 양상이다.
 
유동성 장세를 촉발했던 코로나 펜데믹을 지나 이제는 '위드 코로나'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경기 회복 전 시장은 인플레이션으로 요동을 칠 것이 자명한 상황이다. 
 
코로나 변수가 잦아드는 시점에서 '꿈의 3000' 불씨를 지키기 위해서는 새로운 동력이 필요하다. 동학개미를 위한 제도에 그치지 않고 자본시장을 튼튼히 뒷받침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 
 
일례로 국내 주식투자가 가능하고 비과세 등 세제혜택이 있는 중개형 ISA가 출시되면서 20대를 중심으로 가입자가 늘어나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해 말 194만개였던 ISA 계좌 수는 올 7월 말 226만개로 늘었다. 투자 금액도 같은 기간 6조4029억원에서 8조9342억원으로 2조5000억원가량 증가했다.
 
자본시장으로 유입된 자금이 다른 투자처를 찾아 떠나지 않도록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방안과 장기 투자시 세제혜택 등 미완의 과제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다. 차기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선 주자들이 하나 둘 추려지고 있다. 과거 대선 유례를 돌아보면 대선이 다가올수록 코스피 얼마까지 달성하겠다는 공언과 동학개미를 위한 대책이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정부에서 증시 활성화와 개인투자자를 위해 공매도 등의 구태를 손질했다는 점은 평가할 만하다. 이제는 자본시장 플레이어들이 시장을 떠나지 않고 계속 참여할 수 있는 활성화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코스피 3000을 넘어 4000, 5000을 돌파하겠다는 선언적인 구호에 그칠 것이 아니라 한국 증시의 불씨를 되살리고 활활 태우기 위해서는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고재인 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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