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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오징어게임 참가자와 다를 바 없다"…대리운전노조, 카카오에 성실교섭 촉구

대리운전노조, 카카오 본사 앞에서 '플랫폼기업의 사회적 책임 촉구' 기자회견

2021-10-18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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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이선율 기자] "카카오 이윤에만 꽃이 피었습니다. 오징어 된 대리운전 노동자."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이 내건 플래카드 글귀 중 일부)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이 카카오에 진정성 있는 사회적 교섭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앞서 지난 7일 카카오모빌리티가 1년여만에 대리운전노조를 법률상 노동조합으로 인정했지만, 노조는 교섭이 구체화되기 전엔 안심하기 이르다는 입장이다.
 
18일 오전 대리운전노조는 경기도 분당에 위치한 카카오모빌리티 본사앞에서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의 한 장면을 재현했다. 이날 경기도를 비롯해 대전과 충북, 전남 등 전국에서 모인 플랫폼 노동자들은 오징어 게임의 참가자가 돼 '딩동댕'이란 대리운전 콜에 맞춰 퍼포먼스를 벌였다.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이 18일 오전 경기도 분당에 위치한 카카오모빌리티 앞에서 '대리운전노동자 생존권과 플랫폼노동자 노동기본권 보장 카카오모빌리티 성실교섭 촉구 기자회견 및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사진/이선율 기자
  
김주환 대리운전노조 위원장은 "처음 카카오가 대리운전시장에 진입할 때 최소한 대리운전 노동자들의 권익과 시장 정상화에 앞장서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를 지키지 않았다"면서 "국회와 여론의 압박에 뒤늦게 카카오가 사회적 책임을 지겠다면서 노조와 교섭을 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약속이 말이 아닌 행동으로 지켜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리운전노조는 추후 있을 카카오모빌리티와의 교섭에서 기존 변동수수료제를 바꾸고, 기본수수료를 낮추는 한편 매월 2만2000원씩 부과하는 프로서비스를 폐지, 배차시스템의 투명한 운영 등을 주요 골자로 요구할 방침이다.
 
김 위원장은 "벼랑끝에 내몰린 대리운전노조의 생존권뿐 아니라 시민들을 포함한 대리운전업계의 정상화하는 일이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라며 "플랫폼기업들의 (불공정)배차시스템 문제도 심각한데, 콜 하나하나에 생계가 왔다갔다 한다. 그런데 플랫폼들은 이에 어떠한 언급도 없이 노동자들에게 고율의 수수료를 물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 위원장은 이번 교섭을 통해 카카오가 사회적 책임을 지는 전향적 태도를 보일 것을 촉구했다.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이 18일 오전 경기도 분당에 위치한 카카오모빌리티 앞에서 '대리운전노동자 생존권과 플랫폼노동자 노동기본권 보장 카카오모빌리티 성실교섭 촉구 기자회견 및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사진/이선율 기자
 
전국대리운전노조 노동자들이 18일 오전 카카오모빌리티 본사 앞에서 오징어 게임의 참가자로 분해 퍼포먼스를 벌이는 모습. 사진/이선율 기자
 
대리운전노조와 연대해 기자회견에 참석한 시민사회단체들은 카카오가 대리운전노조와의 첫 사회적 교섭을 시금석 삼아 다른 플랫폼 노동자들과 갈등을 겪는 문제에서도 사회적 책임을 가지고 성실히 교섭에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동현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택시지부 조합원은 "카카오는 가장 먼저 카카오택시라는 앱을 만들어 처음엔 무료 서비스를 제공했지만 지금은 택시시장 전체를 뒤흔들 만큼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면서 "택시 시장 역시 카카오가 80~90% 이상 시장을 점유하고 있는데 이러한 횡포를 동지들과 함께 막아내야 한다"고 거들었다.
 
남우근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정책연구위원은 "카카오와 대리운전노조의 교섭은 한 기업과 노동자의 교섭에 국한되는 일이 아닌 플랫폼 기업들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관점에서 함께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 위원은 "이번 교섭은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노동권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면서 "정부는 플랫폼 종사자법을 추진하고 있지만 노동자성에 대한 언급은 제대로 하고 있지 않다. 당연히 노동법을 적용받아야 할 노동자들에게 종사자라는 명칭을 부여했는데, 이는 노동자 지위를 더욱 하향평준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표적인 특수고용노동자로서 대리운전노동자들의 이번 교섭은 특수고용 노동자들이 법적으로 노동권을 보장받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대리운전노조는 기자회견 이후 카카오 측 책임자와 면담에 나섰다. 대리운전노조에 따르면 노조는 이날 면담에서 프로서비스 유료화 폐지와 더불어, 지난해 8월 교섭 요구 이후 1년 이상 아무런 조치 없이 무대응해온 것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다.
 
이 자리에서 카카오 측은 그간 소극적 대응에 공감한다면서 앞으로 교섭에 전향적으로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 14일 카카오T대리기사용 앱 공지사항에 '교섭 요구사실 공고문'을 개시했고, 추후 교섭에 참여하고자 하는 노조가 확정되면 절차에 따라 본격 교섭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선율 기자 melod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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