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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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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뉴스토마토 산업1부 김진양입니다.
누리호 발사 통해 돌아보는 30년 우주개발의 꿈

1990년대 과학로켓 시리즈 개발로 우주 개척 첫 발

2021-10-21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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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하늘로 날아 올랐다. 발사 비행 자체는 성공적이었지만 위성을 궤도에 안착하는 것이 미완의 과제로 남았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듯 진정한 우주로의 항해는 다음을 기약해야 하지만 우리의 실력으로 자력발사에 성공했다는 것만으로 우주 강국에 한 발 더 가까워졌다. 
 
누리호가 있기까지 국내 우주항공산업은 30년가량의 길을 묵묵히 닦아왔다. 누리호 이전에는 나로호가 있었고 그에 앞서서는 우주로의 첫 발을 떼게 한 과학로켓 시리즈가 있다. 
 
대한민국 발사체의 역사. 사진/항우연
 
'우리의 땅에서 우리의 기술로 우리의 인공위성'을 우주로 쏘아올리기 위한 여정은 1987년으로 거슬러올라간다. 당시 천문우주과학연구소(현 한국천문연구원)이 로켓 개발 등에 관한 기초 연구를 시행하면서 국가 차원의 개발이 시작됐다. 한국형 발사체 확보는 항공우주산업개발촉진법 제정에 따라 1989년 10월 항공우주연구원이 설립되면서 구체화됐다. 한국형 과학관측로켓(KSR) 개발의 시작이다. 
 
항우연 설립 3년 만인 1993년 KSR-Ⅰ이 발사됐다. 1단형 고체엔진이 적용된 KSR-Ⅰ 과학로켓은 고도 39㎞·낙하거리 77㎞를 비행해 한반도 상공의 오존층을 측정하고 로켓 자체 성능 특성 데이터를 수집했다. 이후 1998년에는 2단형 고체엔진 과학로켓(KSR-Ⅱ), 2002년에는 액체추진 과학로켓(KSR-Ⅲ)의 발사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과학로켓 시리즈의 발사를 통해 2단 분리 기술을 비롯한 액체로켓 발사 운용 기술 등을 확보했다. 하지만 발사체 모두 우주 궤도까지 도달하지 못하고 포물선 낙하를 통한 기상 관측 등 한정된 임무만을 수행했다는 점에서는 한계를 노출했다. 
 
과학로켓 시리즈를 개발·발사하면서 정부는 '국가우주개발 중장기 기본계획(1996)'을 수립해 우주 산업 개발을 국가 차원으로 격상시켰다. 2005년 우주개발진흥법이 제정됐고, 2007년 6월에는 제1차 우주개발진흥 기본계획이 만들어져 제도적 지원이 구체화됐다. 2011년과 2018년 한 차례씩 수정·보완된 우주개발진흥 기본계획은 외교·제도적 한계점에 따른 기술 발전 방향도 반영됐다. 지난 6월에는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우주 분야 협력이 진전되고 미사일지침도 종료된 것을 반영, 제3차 우주개발진흥 기본계획 수정안'이 확정됐다. 정부는 2024년까지 고체연료 기반의 소형발사체를 개발할 방침이다. 
 
이러한 일련의 계획 속에서 등장한 것이 나로호다. 2002년 8월부터 2013년 4월까지 총 비용 5025억원이 투입된 나로호는 2009년 첫 발사를 시작으로 2010년과 2013년 등 총 세 번의 도전 끝에 성공적으로 우주로 향했다. 첫 발사에서는 한쪽 페어링이 미분리됐고 2차 발사에서는 이륙한 지 약 2분30초만에 폭발했다. 배수의 진을 친 세 번째 발사에서 비로소 100㎏급 소형 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투입했다. 
 
나로호는 국내 최초의 위성발사체 개발이었고, 나로호가 발사된 '나로우주센터'도 국내 최초의 인공위성 발사장이었다. 이를 통해 세계에서 13번째로 독자적인 우주센터를 보유한 국가에도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나로호 발사 전반에는 러시아와의 기술 협력이라는 전제가 있었다. 나로호가 발사됐던 제1발사대는 러시아로부터 기본 도면을 입수한 후 국산화 과정을 거쳐 개발됐고, 나로호 발사체 역시 러시아가 1단 로켓과 관련 장비 설계와 개발을 담당했다. 한국은 2단 고체 모터 개발과 나로우주센터 구축을 총괄했다. 
 
이날 발사된 누리호는 나로호의 1차 발사 실패 이후 개발에 착수한 발사체다. 1.5톤급 실용위성을 지구저궤도(600~800㎞)에 투입할 수 있는 발사체를 개발해 우주발사체 기술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총 1조9572억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누리호는 발사대부터 탱크, 동체, 엔진 등에 모든 부품의 설계와 제작, 시험, 발사 운용 등이 모두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됐다. 이를 위해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삼양화학 등을 비롯한 300여개 국내 대중소기업이 참여했다.  
 
누리호 개발에 참여한 주요 산업체 현황. 사진/항우연
 
누리호의 발사로 한국은 우주 강국에 한 발 더 가까워졌다. 발사체 개발 기술은 국가간 기술이전이 엄격히 금지돼 독자적인 우주발사체 개발이 필수적인데, 누리호를 통해 국가 우주개발을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한 것이다. 
 
현재 자력발사 능력을 보유한 국가는 러시아, 미국, 프랑스, 중국, 일본, 인도, 이스라엘, 이란 북한 등 9개국으로 이 중 위성 발사가 가능한 국가는 이스라엘, 이란, 북한을 제외한 6개국이다. 
 
한국은 누리호의 설계, 제작, 시험, 발사운용 등 모든 과정을 국내 기술로 진행하면서 △우주발사체 엔진개발 설비 구축 △대형 추진체 탱크 제작 기술 △독자 기술 기반 발사대 구축 △세계 7번째로 중대형 액체로켓엔진 개발 기술 등을 보유하게 됐다. 
 
다만 그럼에도 한국의 우주개발 사업은 여전히 갈 길이 멀다. 항우연 등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국의 우주개발 예산은 7억2200만달러(약 8483억원)로 국내총생산(GDP)의 0.04%에 불과하다. 3대 우주 강국인 중국은 GDP의 0.04%를 우주산업에 투자하고 있다는 면에서 우리와 비슷하지만 총 예산이 88억5300만달러로 규모면에서 절대우위를 보인다. 러시아는 중국보다는 적은 37억5900만달러를 우주산업에 쏟고 있지만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0.2%로 높은 편이다. 미국은 절대적인 규모(476억9100만달러)와 비중(0.21%)면에서 모두 압도적이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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