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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저가 수주' 안 하는 조선업계…신조선가 상승세 계속

신조선가지수 12년 만에 최고 수준…연초 대비 20% 올라

2021-11-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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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조선사들이 일감을 넉넉히 확보하면서 신조선 가격이 12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 중이다. 해운업 호황과 친환경 규제 강화로 인한 노후 선박 교체 수요가 꾸준해 당분간 선가 상승은 지속할 전망이다. 다만 올해 발주량이 많았던 만큼 내년엔 주문량이 다소 감소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4일 영국 조선·해운시황 분석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신조선가지수는 152.28포인트를 기록했다. 올해 초 127포인트와 비교하면 20%가량 비싼 수준이다.
 
신조선가지수는 새로 만드는 배의 가격을 지수화한 지표다. 150포인트대를 기록한 건 호황기였던 2009년 7월 이후 12년 만이다.
 
선종별로 보면 석탄이나 철광석을 운반하는 벌크선 신조선가지수는 지난달 말 160.13포인트를 기록했다. 올해 1월 126.45포인트보다 27% 상승했다. 올해 운임이 고공행진한 컨테이너선은 95.96포인트로, 연초 76.37포인트보다 25% 올랐다. 원유 운반선과 가스 운반선도 각각 연초 대비 22%, 15% 비싼 수준이다.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초대형 원유운반선. 사진/현대중공업
 
선박 가격이 오르는 건 해운업 호황과 친환경 규제로 인한 교체 수요로 발주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운임 상승으로 컨테이너선사들이 몸집 불리기에 나서면서 관련 주문이 잇따랐다.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8월 전 세계 컨테이너선 발주량은 1507만1478 CGT(386척)로, 이는 집계를 시작한 1996년 이후 최대 규모다. 조선업 초호황기였던 2007년 발주된 1321만7003CGT도 크게 웃도는 수치다. CGT는 선박 건조 시 필요한 작업량을 말하는 지표다.
 
이 가운데 국제해사기구(IMO) 해양환경보호위원회(MPEC)가 지난 6월 회의를 통해 2023년부터 2026년까지 연간 2%씩 탄소를 감축하는 안을 채택하면서 노후 선박 교체 수요도 늘고 있다. 선박은 발주한 후 인도받기까지 통상 2년여가 걸리기 때문에 지금부터 주문을 쏟아지는 것이다.
 
주요 조선사들은 2~3년 치 일감을 이미 확보하면서 급할 게 없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국내 조선 3사도 저가 수주보다는 고수익 선종을 중심으로 앞으로 선별 수주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여기에 선박 건조 주요 원자재인 후판 가격도 오르면서 신조선 가격이 더욱 치솟는 것으로 보인다. 후판은 두께 6mm 이상의 두꺼운 철판을 말한다.
 
국내 조선사들은 당분간 수주 소식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조선해양은 지난달 28일 3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친환경 규제가 강화하면서 상당히 급증한 컨테이너선사의 수익이 노후 선박 교체를 위한 자금으로 쓰일 것"이라며 "최근 발주된 선박보다 바꿔야 할 선박 수가 더 중요한데, 친환경 규제 리스크를 회피하려 선사가 발 빠르게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다만 올해 선박 발주가 쏟아진 만큼 내년엔 주문이 다소 감소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국내 업체들이) 올해 신조선 시장에서 1700만CGT, 420억달러(약 49조원)를 수주할 것"이라며 "내년 전망치는 이보다 각각 23.5%, 19.0% 감소한 1300만CGT, 340억달러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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