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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 세력-피해자' 매개행위도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1·2심 "매개자는 보이스피싱 세력과 공범"

2021-11-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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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보이스피싱 일당과 공범 관계여도 통신매개 장치를 이용해 범행을 저질렀다면 현행법상 '타인'이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전기통신사업법상 타인 관계여야 유죄가 인정되는 혐의에서 공모 관계는 무죄 이유가 될 수 없다는 의미다.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사기와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 대해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다시 판단하라며 서울동부지법에 돌려보냈다고 8일 밝혔다.
 
재판부는 "성명불상의 보이스피싱 조직원들과 공모해 조직원과 피해자들 사이의 통신을 매개하는 행위로 전기통신사업법이 금지하는 '타인통신 매개'에 해당하므로 전기통신사업법 위반죄에 해당한다"며 "인터넷망과 국내 이동통신망을 결합해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이 피해자들과 전화 통화를 할 수 있도록 반복적·계속적으로 매개함으로써 성명불상의 보이스피싱 조직원들과 공모해 과학기술 정보통신부 장관에게 등록하지 않고 기간통신망을 경영했다고 인정할 수 있어 전기통신사업법 위반죄에 해당한다"고 파기환송 이유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9월 성명불상의 보이스피싱 조직원으로부터 "통신장비를 제공할테니 숙박시설에 설치하고 관리해주면 월 400만원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았다.
 
이에 A씨는 중국 등지에서 발신한 인터넷 전화나 국제전화를 국내 010 전화로 보이게 하는 통신장비인 게이트웨이(심박스·VoIP Gateway)를 설치·관리하기로 했다.
 
A씨는 같은달 퀵서비스로 전달받은 심박스를 서울과 인천 등지 숙박시설에 설치했다. 보이스피싱 조직의 지시에 따라 다른 모텔로 장치를 옮기는 행위를 반복했다.
 
조직원들은 피해자들에게 저금리 대출로 유인하거나 금융기관을 사칭·협박해 6870만원을 뜯어낸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체포 직전까지 보이스피싱 조직으로부터 200만원을 받았다.
 
A씨는 자신이 설치한 장치가 발산번호 변작 장치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고, 보이스피싱 범죄 연루 사실도 몰랐다고 주장했다. 
 
1심은 A씨 주장을 배척하고 징역 2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설치한 장치가 보이스피싱 범죄에 사용되는 통신장비였을 가능성을 충분히 인식했다고 봤다.
 
다만 보이스피싱 조직원과 공모해 전기통신 사업자가 제공하는 전기통신역무로 '타인의 통신'을 매개했다는 혐의는 무죄 판단했다. 과학기술 정보통신부 등록 없이 기간통신사업을 했다는 혐의는 유죄로 봤다.
 
재판부는 보이스피싱 조직원과 피해자들이 A씨와의 관계에서 '타인'에 해당해야 위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공소사실이 성명불상 조직원과 A씨의 공범 관계를 전제하고 있어 타인이 아니라고 봤다.
 
2심도 징역 2년을 선고했지만, 과학기술부 등록 없이 기간통신사업을 영위한 혐의는 무죄로 뒤집었다. 기간통신사업은 사업자가 타인에게 통신역무를 제공하는 개념인데, 이때도 조직원이 A씨에게 타인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검사는 법리 오해를 이유로 대법원에 상고했다.
 
대법원 청사. 사진/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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