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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호

(기자의 눈)제 기능 못하는 해썹도 문제다

2021-11-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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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위생적인 식품 제조 공정이 잇따라 폭로되며 식품업계에서 비위생 논란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이달 초 순대 제조업체인 진성푸드가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순대를 만들고 있다는 내용이 폭로돼 논란이 일었다. 공개된 영상에는 천장에서 떨어진 물이 순대 양념과 섞이는 장면, 냉동돼지 내장을 바닥에 깔아놓고 해동하는 장면, 순대 찜기 바닥에 벌레들이 모여있는 장면 등이 담겼다. 퇴사한 직원이 악의적으로 제보한 것이라던 진성푸드는 식약처의 위생 불량 판단 조치에 결국 회장 명의의 사과문을 냈다.
 
앞서 도넛 브랜드 업체 던킨도 비위생 도넛 제조 영상 폭로로 한 차례 홍역을 치렀다. 공개된 영상에 따르면 생산 기계들은 기름때에 찌들었고 기계에 맺혀있던 기름은 도넛 반죽에 섞였다. 이 같은 논란에 식약처는 문제가 된 던킨 안양공장을 비롯해 김해, 대구, 신탄진, 제주 공장을 조사한 결과 위생관리 미흡을 확인했다.
 
비위생적으로 식품을 제조한 업체들도 문제지만 국내 위생관리 시스템인 해썹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도 문제다. 식약처가 조사한 이 두 업체의 제조 공장들은 모두 해썹 인증을 받은 곳이었다. 해썹은 식품의 안전성을 보증하기 위한 위생관리체계다. 식품의 원재료 생산, 제조, 가공, 보존, 유통을 거쳐 소비자가 최종적으로 식품을 섭취하기 직전까지 각각의 단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위해한 요소에 대해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해썹의 이른바 ‘구멍’에 대해서는 매년 문제가 제기돼왔다.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는 건 관리 인력이다. 해썹 인증업체는 매년 늘어나는데 관리 인력의 수는 턱없이 부족하다. 실제로 식약처에 따르면 지난해 해썹 인증업체는 1만3994개로 2년 새 34% 가량 증가했다.
 
반면 해썹 사후관리 전문 인력은 전국 지방식약청 직원 29명뿐이다. 이마저도 2017년 21명이던 관리 인력이 지난해 8명 증원된 것이다. 지난해 한 해 동안 식약처 해썹 방문조사 평가기업이 3600개에 그친 것 역시 관리 인력 수가 부족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해썹 인증 업체가 식품위생법을 위반해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것도 문제다. 앞서 식약처는 지난 2015년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했다. 해썹 업체가 주요 위생안전조항을 단 한번이라도 어기면 해썹 인증을 취소시키는 제도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기준 9개소의 인증이 취소됐고 지난해엔 14개소의 해썹 인증이 취소됐다.
 
2018년 당시 국정감사에서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당시 시점 기준으로 최근 3년간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로 즉시 인증 취소된 해썹 업체는 총 55개에 불과했다. 3년 전이나 지금이나 나아진 게 없다.
 
유승호 산업2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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