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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선

법정 서는 ‘대장동 4인방’… 배임·뇌물 혐의 입증 관건

‘정영학 제출 녹취록’ 증거 능력 논란 치열할 듯

2021-11-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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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성남도개공) 기획본부장에 이어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와 천화동인 4호, 5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까지 대장동 의혹의 ’핵심 4인방’이 모두 법정에 선다. 이들에게 적용된 주요 혐의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뇌물공여 등이다.
 
대장동 4인방에 대한 검찰 수사가 일단락되며 이제 공은 법원으로 넘어왔다. 수사 시작 두 달여 만에 ‘법원의 시간’을 맞이한 것이다.
 
4인방 재판 과정에서 성남시 등 배임행위의 ‘윗선’과 ‘50억 클럽’ 등 정·관·계 로비 의혹이 규명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대장동 의혹'의 핵심 인물 중의 한명인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가 지난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부패전담 형사합의22부 배당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22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김씨 등의 사건을 같은 법원 형사합의22부(재판장 양철한)에 배당했다.
 
형사합의22부는 유 전 본부장 사건을 심리하고 있다. 이에 앞서 ‘옵티머스 사태’ 핵심인물 정영제 전 옵티머스대체투자 대표 1심과 ‘가짜 수산업자’ 김모씨 1심 사건도 심리했다. 재판부는 정 전 대표와 김씨에게 각각 징역 8년을 선고했다.
 
유 전 본부장의 첫 공판은 24일 열린다. 이날 첫 공판에서는 검찰 공소사실에 관한 유 전 본부장 측 입장을 확인하고 증거조사 계획을 세우는 절차가 진행될 전망이다. 정 회계사가 제출한 녹취록에 대한 검찰과 변호인들 간 증거 적법 여부 공방전도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 회계사의 녹취록과 관련해 법조계 판단은 엇갈린다. 돈의 흐름 등 진술을 뒷받침 할 증거가 지금까지의 검찰 수사 단계에서는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이후 공판에서도 증거능력이 문제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반면, 대장동 개발 사업 이후 상당한 시간이 지난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오히려 정 회계사의 녹취록이 오염되지 않은 객관적 증거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반론도 있다.
 
재판부는 조만간 김씨, 남 변호사, 정 회계사 사건을 유 전 본부장 사건과 병합해 심리할 것으로 보인다. 통상 검찰이 공범 관계로 보는 피고인들 사건은 먼저 기소된 피고인 사건에 병합돼 한 재판부가 심리한다.
 
검찰은 김씨와 남 변호사, 정 회계사가 유 전 본부장 등과 공모해 성남도개공 지분에 따른 최소 651억원 상당 택지개발 배당 이익과 상당한 시행이익을 화천대유·천화동인에 부당하게 몰아줘 그만큼 공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 대장동 4인방 '배임' 공통 적용
 
검찰은 이들 4명을 ‘공범’으로 보고 모두 배임죄를 적용했다. 이들의 배임액수는 최소 1827억원으로 보고 있지만 실제 공소장에는 특정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유 전 본부장을 기소했을 때보다 배임액이 1176억원 가량 늘어났는데 이 증가액은 검찰이 산정한 화천대유 시행이익이다. 다만, 지난달 말 분양을 완료된 1개 블록의 시행이익이 아직 산출되지 않아 실제 공소장에는 ‘651억원 상당 택지개발 배당이익과 상당한 시행이익’으로 적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추후 공소장을 변경해 구체적 배임액을 특정할 계획이다.
 
"배임죄, 까다롭지만 성립 가능성 없지 않아"
 
앞으로 관건은 검찰이 재판 과정에서 4인방의 배임죄를 입증할 수 있느냐다. 신분범인 배임죄는 법조인들 사이에서 입증이 매우 까다로운 범죄로 꼽힌다.
 
이에 대해서도 배임죄의 경우 신분범 조항이 있어 어떤 신분이 있어야 하지만, 범행의 주체인 유 전 본부장의 배임행위에 참여한 김씨 등의 경우 공범 관계가 어렵지 않게 성립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우선 검찰은 재판에서 배임액 산정 기준이 된 택지개발이익 ‘평당 1500만원’이 객관적 기준이 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김씨 측에선 이 같은 검찰의 배임액 산정 기준이 자의적이라고 반박할 가능성이 있다.
 
또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이 화천대유에 각종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700억원을 받기로 약속했다는 혐의 등도 입증해야 한다. 김씨 측은 700억원 뇌물 약속에 대해 곡해된 해석이 있다며 일종의 ‘블러핑’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검찰은 이들의 배임죄부터 입증해야 대장동 의혹의 ‘윗선’, ‘50억 클럽’ 등 정관계 인사까지 수사를 확대할 수 있게 된다. 그간 배임 혐의를 적용하기 위해 시간을 들여 조사한 이유다.
 
김만배·남욱 등 판사 출신 변호인으로 교체 가능성
 
앞으로 검찰과 공방을 벌이게 될 이들 4인방은 전직 검사장과 판사 등 전관 변호인들을 대거 선임했다.
 
가장 먼저 재판을 받는 유 전 본부장은 검사 출신 김국일 변호사 등 법무법인 YK와 정명 등 법무법인 2곳에서 변호인 9명을 선임했다.
 
김씨는 검사장 출신 김기동, 이동열 변호사, 차장검사를 지낸 정순신 법무법인 평산 변호사,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 변호를 맡았던 이경재 변호사 등 총 23명의 변호사를 선임하는 등 그야말로 초호화 변호인단을 꾸렸다.
 
남 변호사도 특수부 검사 출신 김종오 변호사, 고법 판사 출신 정헌명 변호사 등 9명의 변호인단을 구성했다. 정 회계사는 법무법인 두현 박환택 대표변호사 등 2명이 맡는다.
 
그러나 본격적인 재판이 시작되기 전 김씨 등은 법관 출신 변호사들로 대거 교체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법조계 분석이다. 수사 단계에서는 구속을 피하기 위해 검찰 출신 변호사들을 많이 선임하지만, 공판 단계에선 집행유예나 벌금형 등 실형 선고를 피하는 게 피고인들로선 관건이기 때문이다.
 
부장판사 출신인 한 변호사는 “통상적으로 수사 단계에선 검사 출신을 선임했다가 기소 후 법관 출신들로 바꾸는 경우가 많다”며 “1심 재판은 6개월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되나 쟁점이 많아서 더 길어지거나 혹은 오히려 더 빨리질 수 도 있겠다”고 말했다.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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