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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훈

[IB토마토]폐배터리 사업 뛰어든 GS그룹…도대체 왜?

GS건설,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 진출 선언 후 9월 공장 착공

2021-12-07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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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2021년 12월 2일 17:55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김성훈 기자] GS(078930)그룹이 폐배터리 재활용·재사용 부문에 대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많은 대기업이 폐배터리 부문에 관심을 두고 있지만, GS그룹의 경우 배터리와 연관성이 적어 보이는 GS건설(006360)·GS에너지 등이 투자 주체를 맡아 특히 주목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GS그룹이 전기차 충전용 ESS(에너지저장장치)·주택용 ESS·발전용 ESS 등 ESS 시장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선제적 투자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GS에너지와 GS그룹의 미국 벤처투자사 GS퓨처스는 미국 초음파 기반 배터리 솔루션 기업 ‘타이탄 어드밴스드 에너지 솔루션스(Titan Advanced Energy Solutions, 타이탄)’에 투자했다. 타이탄은 초음파를 활용해 배터리 생산단계부터 사용까지의 안전성을 검사하는 기술을 가진 기업으로, 중고 배터리 안전진단과 폐배터리 재활용까지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양사는 총 3300만 달러, 우리돈 약 393억원 규모의 펀드에 참여하는 형태로 투자를 단행했다.
 
GS퓨처스가 지난 10월5일 투자한 호주 스타트업 릴렉트리파이(Relectrify)도 전기차 배터리 재사용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었다. 릴렉트리파이는 지난해 1월, 폐배터리 재사용 시 수명을 약 30% 이상 늘리는 동시에 비용까지 줄일 수 있는 배터리관리시스템(BMS) 등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릴렉트리파이는 미국과 호주·아시아 시장에서 ESS 제조업체 등과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폐배터리 재사용 시장을 공략할 방침이다.
 
배터리와는 관련이 없을 것 같은 GS건설(006360)도 자회사 ‘에네르마’를 통해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에 진출하기로 했다. 올해 9월 리튬이온배터리 재활용 공장 착공에 들어간 에네르마는, 지난 18일 배터리 장비업체 하나기술과 배터리팩·모듈 방전 설비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준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폐배터리 역시 재활용이 가능한 다른 폐기물과 마찬가지로 경쟁을 거쳐 확보해야 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해당 배터리의 제조사라고 해서 무조건 입찰에 유리한 것은 아니다"라며 "폐배터리를 처리할 설비와 기술이 충분한 지 여부가 중요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일찍 설비를 마련하고, 처리 기술을 고도화할수록 물량 확보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에네르마는 2023년까지 1500억원을 투자해 연간 4500t 규모의 리튬·코발트·니켈·망간 등을 생산하고, 연간 1만6000t까지 생산량을 늘릴 방침이다.  
 
시장조사업체 마켓츠앤마켓츠에 따르면 배터리 재활용 시장은 지난해 15억달러에서 2030년에는 181억달러, 우리돈 약 20조원까지 급격히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2029년이면 국내에서만 약 7만9000개의 전기차 폐배터리가 생길 것으로 예상했다. 세계적으로는 약 320만대의 폐배터리가 시장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배터리 업계에서는 GS그룹이 단순히 폐배터리의 시장성에 기대 사업을 시작한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ESS 시장 공략을 위한 큰 그림일 수 있다”라고 전했다.
 
현재 폐배터리의 가장 큰 활용처로 꼽히는 분야는 ESS다. ESS는 남는 전력을 저장해뒀다가 필요할 때 꺼내 쓸 수 있도록 하는 장치다. 밤낮·기상 변화 등에 따라 발전량이 일정하지 않은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를 통한 전력 생산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ESS가 필수다. 주현 산업연구원 원장은 이날 열린 에너지경제연구원 창립 35주년 기념 좌담회에서 “탄소중립 유망분야의 국내 생태계 확보가 시급하다”라며 “신재생에너지 산업·전력망·ESS 등 신에너지 인프라 산업 분야의 육성이 필요하다”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현대차(005380) 등 국내외 완성차업체들도 폐배터리 재활용 기술과 라인을 갖추고, 이를 에너지저장장치(ESS) 분야로 활용할 방침을 세우고 있다.
 
GS의 경우 중간지주사 격인 GS에너지에서 2023년 12월 상업 운전을 목표로 충남 당진에 200㎿ 규모의 태양광 발전사업을 추진 중이며 해상풍력사업도 검토하고 있다. GS글로벌도 태양광 발전 관련 종합 솔루션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GS E&R은 지난 2012년부터 꾸준히 풍력발전 사업을 영위해왔다. 발전용 ESS 사업을 시작할 경우 계열사 간 시너지를 낼 여지가 충분한 상황이다.
 
GS칼텍스의 에너지플러스 허브. 사진/GS칼텍스
 
GS 계열사는 발전용 ESS뿐만 아니라 전기차 충전용 ESS와도 관련이 있다. GS에너지는 지난 7월 지엔텔과 합작법인 지커넥트를 출범해 전국에 8000여개의 전기차 충전기를 확보했다. GS에너지의 자회사인 GS칼텍스는 전기·수소차 충전소와 물류거점의 역할까지 가능한 미래형 주유소 사업도 펼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등 배터리 제조업체가 폐배터리를 활용한 충전용 ESS 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은 GS가 ESS 사업에 진출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의 근거가 된다.
 
지난 6월 열린 '인터배터리' 행사에 전시된 삼성SDI의 가정용 ESS. 사진/김성훈기자
 
ESS는 건설 분야에서도 활용된다. 대규모 건설 현장의 전력 수급에 활용될 수 있고, 개별 주택의 태양광 발전기 설치가 많은 해외에서는 주택·가정용 ESS 시장도 커지고 있다. ESS 시장 점유율 1위인 삼성SDI(006400)의 경우, 주택용 ESS 시장 확대에 따라 관련 실적이 더욱 개선되고 있다.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확대 방침에 따라 앞으로 국내에도 태양광 발전 등을 활용하는 공동주택이 늘 것으로 전망되는데, GS가 ESS 사업에 진출할 경우 주택·발전설비·ESS까지 한 번에 시공할 수 있는 솔루션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GS 측은 “GS건설에서 폐배터리 관련 사업을 활발히 하고 있지만, 그룹 차원에서 사업을 추진한다고 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아파트 등에 설치되는 전기차 충전소를 선점하기 위해 일부 건설사들은 직접 충전소 사업에 뛰어들기도 했다”라며 “GS도 폐배터리 관련 투자를 이어가는 만큼, GS건설 등 계열사를 통해 ESS 사업에 진출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김성훈 기자 voic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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