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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훈

[IB토마토]현대차, '연료전지'는 맞고 '배터리'는 틀리다…복병은 ‘두산’

정의선 회장 “배터리 생산은 배터리 업체가”···내재화 선 그어

2021-12-08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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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2021년 12월 6일 6:0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김성훈 기자] 정의선 현대차(005380)그룹 회장이 최근 배터리는 '아웃소싱'을 유지할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밝히면서, 현대차의 미래 전략에 다시금 이목이 쏠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전기차 배터리가 아닌 수소 연료전지에 더욱 집중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지난달 22일 열린 간담회에서 “배터리 셀 연구는 가능하지만, 생산은 배터리 업체가 맡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여러 글로벌 완성차기업이 배터리 내재화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내재화를 하지 않겠다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한 것이다. 
 
현재 스텔란티스·폭스바겐·GM·볼보·테슬라 등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은 배터리 내재화를 선언하고, 국내외 배터리 기업과 합작사를 설립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있다. 특히 GM의 경우 LG에너지솔루션과의 합작한 얼티엄셀즈에 더해 지난 2일에는 포스코케미칼과의 합작을 발표하며 배터리 소재까지 내재화하기로 했다. 완성차기업이 이처럼 배터리 내재화에 힘쓰는 것은 안정적인 공급망을 갖춤과 동시에 전기차 산업에 대한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완성차업체가 자사 브랜드의 자동차에 쓰이는 엔진을 스스로 만드는 경우가 많은 휘발유·경유 자동차와는 달리, 전기차는 자동차의 심장인 배터리를 2차전지 전문 제조 기업이 만든다. 과거에는 자동차의 성능이 온전히 각 완성차업체의 역량에 달려있었다면, 지금은 배터리 기업의 기술력이 자동차 성능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앞으로 자동차 브랜드와 함께 어느 회사의 배터리를 탑재했는지를 보고 전기차를 사게 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배터리 업체가 단순한 공급사가 아닌 완성차기업의 자동차 생산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슈퍼 을’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배터리가 전기차 원가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는 점도, 완성차기업이 전기차 시장 주도권을 우려해 배터리 내재화를 진행하는 이유로 꼽힌다. 
 
하지만 이 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정 회장은 전기차 배터리 내재화에 선을 그었다. 업계에서는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는 것으로 분석한다. 하나는 ‘배터리 운영 체계’(배터리 매니지먼트 시스템, BMS)에 대한 자신감이다. BMS는 전기차의 성능을 좌우하는 또 하나의 축으로, 말 그대로 배터리를 운용하는 시스템이다. 성능이 좋은 배터리라고 해도 그에 맞는 BMS와 함께 쓰이지 않는다면 자동차 속도·배터리 수명·안정성 등 다양한 부분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현대모비스(012330)는 지난 2014년 친환경 자동차용 신개념 BMS 개발에 성공한 이후, BMS 개발을 꾸준히 이어왔다. 현대차와 기아가 내놓는 자동차의 성능을 배터리 기업이 좌우할 수만은 없도록 해왔다는 얘기다. 
 
 
정 회장이 내재화에 거리를 두는 더 큰 이유로 꼽히는 것은 ‘연료전지’다. 전기차용 배터리는 이미 국내 배터리 3사로 꼽히는 SK온(SK이노베이션(096770))·LG에너지솔루션(LG화학(051910)삼성SDI(006400) 등 굴지의 기업들이 오랜 기간의 연구와 천문학적인 자금 투입을 통해 높은 기술 장벽·네트워크 등을 세운 상황이다. 그러나 수소차용 연료전지 분야에서는 현대차가 글로벌 수소차 시장 점유율 52% 이상을 차지하며 선두를 달리고 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현대차는 올해 1~8월 기준 세계에서 5900대의 수소차를 판매, 52.2%의 시장 점유율로 1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4.2% 커진 규모다. 39.2%로 시장 점유율 2위인 도요타와도 10% 이상 차이를 벌리고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이미 선도기업 지위를 뺏긴 전기차 배터리는 내재화가 아닌 협력으로 사업을 이어가고, 글로벌 1등의 가능성이 큰 연료전지 부문에 자금과 역량을 더욱 집중하겠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지난달 19일, 현대차그룹은 수소연료전지 역량 강화 등을 위해 연구개발본부장인 박정국 사장이 수소연료전지 개발과 사업을 총괄하도록 조직을 정비했다. 기존 연료전지사업부는 개발과 사업 조직으로 분리, 확대해 각각 수소연료전지개발센터와 수소연료전지사업부로 별도 운영된다. 지난 9월에는 2028년까지 모든 상용차 라인업에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을 적용하겠다고 선언했다. 연료전지 부문 강화로 수소차 상용화를 앞당겨 주도권을 공고히 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현대모비스가 개발한 수소 연료전지. 사진/현대모비스
 
현대모비스(012330)도 1조3000억원을 투자해 인천과 울산에 수소연료전지 신공장을 구축하기로 했다. 두 공장의 양산 지점은 2023년 하반기이며, 2025년에는 두 공장의 생산량을 합쳐 연간 10만기의 연료전지를 만들어 내는 것이 현대모비스의 목표다. 현대모비스는 현재 충청북도 충주 공장에서 이미 연간 2만3000기의 수소연료전지를 생산하고 있다. 인천·울산 공장에서 생산될 연료전지는 수소차뿐만 아니라 소형 비행체에도 공급될 예정이다. 현대차의 연료전지 사업이 수소차를 넘어 도심항공교통(UAM) 사업에까지 조준돼있다는 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두산이 개발한 드론용 수소 파워팩.  사진/두산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연료전지와 수소차 부문에서 무난히 글로벌 선도기업 자리를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두산퓨얼셀(336260)이 복병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수소 업계에 따르면 두산퓨얼셀은 최근 육상용 수소 파워팩 개발에 나섰다. 수소 파워팩이란 수소차의 ‘엔진’에 해당하는 것으로 연료전지를 포함한 부품들로 구성된다. 지난해부터 대형 모빌리티용 수소 파워팩 개발 전략을 세워온 두산퓨얼셀은, 실증 등의 과정을 거쳐 2024년부터 양산체계를 구축할 방침이다. 
    
두산퓨얼셀은 수소 파워팩 개발에 더해 버스 차고지 등에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을 설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퓨얼셀이 계획하는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은 천연가스를 원료로 수소·전기·열 3가지 에너지를 현장에서 동시에 생산하는 ‘트라이젠(Tri-gen)’ 시스템이다. 이를 활용하면 하루에 220kg의 수소를 생산할 수 있고, 350~450kW의 급속 충전용 전력도 공급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충전시스템과 연료전지를 함께 제공해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전략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학계 관계자는 “두산퓨얼셀이 기술력에 강점이 있는 만큼 연료전지와 수소 파워팩만 놓고 보면 양산이 본격화하는 4~5년 후에는 점유율 경쟁이 예상된다”라면서도 “그러나 두산이 수소차를 직접 만들 가능성은 적은 만큼 두산퓨얼셀의 시장 진입이 현대차의 경쟁력 감소로 이어질지는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성훈 기자 voic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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