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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식조리사 폐암 산재에 뒤늦은 '정부 점검'…"전수조사 필요성 절실"

급식실 노동자 31명 폐암 산재 신청, 13명 승인·17명 조사중

2021-12-07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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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용윤신 기자] 학교 급식실에서 일하다 폐암에 걸린 노동자의 업무상 재해가 인정되면서 정부가 급식실 노동자에 대한 건강진단을 가동한다. 하지만 10년 이상 급식실 노동자만을 대상으로 제한하면서 전수조사의 필요성이 요구되고 있다.
 
특히 노동자들의 산재 예방을 위해서는 급식실 환경 개선이 더욱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도 부랴부랴 학교급식실 환경 개선 가이드라인을 세운다는 방침이나 실질적인 작업실 자체의 환경 개선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고용노동부는 55세 이상 또는 급식실 10년 이상 종사자에 대해 폐암 선별검사를 하는 '폐암 건강진단 실시기준'을 마련했다고 7일 밝혔다. 급식실 노동자들이 폐암 발병으로 산재 진단을 받는 사례가 늘면서 실태 파악의 중요도가 올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급식실 노동자들은 조리과정에서 일산화탄소, 포름알데히드, 조리흄 등 유해물질 및 발암물질에 노출된다. 튀김이나 볶음 등 조리과정에서 나오는 유해물질 조리흄이 대표적이다.
 
12년간 학교 급식실에서 근무하다가 지난 2018년 폐암으로 사망한 조리실무사는 지난 4월 처음으로 산업재해 인정을 받았다. 폐암 외에도 락스로 청소하다가 천식·결막염 발병, 뇌출혈 등도 산업재해로 인정됐다.
 
과거 근무자를 포함해 학교 급식 종사자 중 폐암으로 산재를 신청한 노동자는 현재까지 총 31명이다. 올해 2월 학교 급식 종사자의 폐암이 산재로 최초 승인됐으며, 이후 산재 승인자는 13명으로 증가했다. 나머지 17명은 현재 조사 중이며, 1명은 불승인됐다.
 
고용부는 학교 급식실에 근무하는 노동자로, 55세 이상 또는 급식 업무에 10년 이상 종사자에 대해 국가 암검진에서 폐암 선별검사로 사용되는 '저선량 폐 CT 촬영'을 실시하기로 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안전보건공단 연구원 등 관계 전문가 의견 수렴을 거쳐 폐암 건강진단 실시기준을 마련하게 됐다"고 말했다.
 
고용부에 따르면 전체 급식실 종사자 수는 약 5만명으로 이 중 55세 이상은 2만명(40%) 수준으로 추정된다.
 
고용부는 이와 관련 전날 교육부 및 17개 시·도 교육청과 간담회를 갖고 건강진단 실시기준을 설명을 마쳤다. 최대한 내년 중 건강진단을 실시하도록 지도했다. 이는 교육부와 교육청의 예산상황 등에 따라 구체적인 기간은 조정토록 할 예정이다.
  
그러나 5년 이상의 급식실 노동자에 대한 전수조사가 필요하다는 민주노총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측의 입장과는 차이가 있다. 산재 신청 후 승인까지 도달하지 못하고 중도 하차했으나 노조에 접수된 5년 미만 노동자의 폐암 사례가 있는 만큼, 5년 이상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재진 학비노조 정책국장은 "5년 이상 근무자도 폐암진단을 받아서 산재신청을 한 경우가 있다"며 "산재인정이 되지는 않았으나, 이분들은 제외됐다는 데서 문제 의식을 갖고 있다"고 언급했다.
 
더욱이 산재예방을 위해서는 작업실 자체의 환경 개선이 더욱 중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강태선 세명대 보건안전공학과 교수는 "급식실 문제가 수면위로 드러난 만큼 작업환경 개선에 더 중점을 둘 필요가 있다"며 "위험성평가를 누락없이 촘촘히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재진 정책국장도 "급식실 노동자들의 산재 예방을 위해서는 급식실 환기시설 전면교체 중요성이 큰 만큼 이후 정부 가이드라인 마련 과정에 적극적으로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12월 중 안전보건공단과 함께 '학교 급식 조리실 표준환기 가이드'를 개발해 환기 시스템 개선에 활용하도록 할 계획이다. 
 
권기섭 고용부 산업안전보건본부장은 "학교 급식 종사자의 폐암이 계속 확인되는 상황에서 교육청과 학교는 건강진단을 조속히 실시해달라"며 "현장점검을 통해 확인된 미비점에 대해서는 교육부 등과 결과를 공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고용노동부는 55세 이상 또는 급식실 10년 이상 종사자에 대해 폐암 선별검사를 하는 '폐암 건강진단 실시기준'을 마련했다고 7일 밝혔다. 사진은 급식실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용윤신 기자 yony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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