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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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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진만 염두에 두려합니다
'김건희 의혹' 학교 7곳 "문제없다"·"과거의 일"

허위 경력 20건 육박…업무방해·상습사기 지적도

2021-12-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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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부인 김건희씨의 허위 이력과 관련된 대학 7곳이 침묵하고 있다.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만으로도 업무상 방해와 상습사기 피해자가 아니냐는 지적이 연달아 나오지만 학교 차원의 진상 조사와 처리 등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그나마 겸임교수에 대한 적절성 판단을 염두에 둔다고 시사한 국민대를 제외하고는 문제가 없다고 하거나 답변을 피하고 있다.
 
28일 현재까지 언론과 여권 등에서 제기된 김씨의 이력 의혹은 20건에 육박하고 있다. 경력기간을 실제보다 부풀리거나 기준 외 경력을 기준에 합당하도록 허위 기재하는 경우가 많다.
 
숙대 석사학위 논문 표절 42%
 
숙명여자대학교 교육대학원에서는 시간강사의 사실상 최소 요건이었던 석사 학위 논문의 표절률이 42%나 된다는 문제제기가 나왔다. 이후 한림정보산업대(현 한림성심대) 시간강사 임용시에는 초등학교 근무 경력과 미술 전시 수상 이력이 논란이 됐다. 서일대 시간강사를 할 때는 한림정보산업대 강사 경력을 한림대로 적어내고, 국민대 박사 과정 이력에 확인되지 않는 정부 사업을 덧붙였다. 초·중·고 근무 허위 이력 의혹도 제기됐다.
 
한국폴리텍대와 수원여대 임용 때는 산업체 경력이 문제가 됐다. 수원여대의 경우 미술 전시 수상 내역, 고등학교 근무 이력, 뉴욕대 연수 등도 논란거리다. 이후 2013년 안양대 겸임교원을 할 당시에는 수원여대에서 문제됐던 이력 기재와 더불어 서울대 경영전문석사를 일반 석사로 표기하거나 폴리텍 산학겸임교원 경력을 '부교수(겸임)'으로 적어낸 일 등이 의혹거리가 됐다. 국민대 겸임교수 임용에서도 서울대 석사, 폴리텍 경력 등이 문제됐다.
 
지난 20일 대학생 대선실천단이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부인 김건희 씨 자택 앞에서 김건희 구속 수사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대학생 대선실천단=뉴시스
 
국민대 "겸임교수 사안, 조사 검토"
 
'김씨의 겸임교수 임용 적절성을 조사하느냐'는 <뉴스토마토> 질의에 국민대 관계자는 "현재 논문 조사가 진행 중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상식적으로 봐도 '그건(겸임교수 관련 사안) 모르는 일이다, 학교에서 조사 안할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며 "전체적으로 보면 여러 가지로, 유기적으로 연결될 부분이 있을수도 있다"고 답변했다.
 
이어 "논문 재조사위원회에서 조사 대상이나 과정을 진행하기 때문에 겸임교수 사안도 조사 대상이라고 공식적으로 말씀드릴 부분은 없다"면서도 "김씨의 지난 26일 기자회견도 그렇고 관련된 내용은 학교 입장에서도 유의해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민대는 지난 2008년 박사 학위 수여와 2014년 겸임교수 임용으로 김씨와 엮여있다. 학교는 지난달 30일 박사 학위 수여 과정 조사 결과를 교육부에 제출했으며 오는 2022년 2월15일까지 박사 논문을 비롯한 논문 4개를 검증하기로 한 바 있다.
 
김씨는 국민대에 2012년의 서울대 경영학과 석사 학력을 제출했으나, 실제로는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 경영전문석사를 나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폴리텍 강서캠퍼스 '부교수(겸임)' 이력도 냈지만 실제로는 산학겸임교원이라 표기가 부적절하다는 문제제기도 있었다.
 
폴리텍대 "'부교수(겸임)' 표기 적절성 따져 볼 것"
 
2006년 폴리텍대 임용 지원서류 논란에는 산업체 에이치컬쳐테크놀러지가 있다. 김씨가 이력서에 적은 입사일과 재직증명서상 입사일이 해를 넘겨 4개월 차이날 뿐더러, 나중에 수원여대에 제출한 재직증명서하고는 1년 간격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양 대학에 제출한 문서 형식도 차이나는 것으로 전해졌다. 폴리텍대에 낸 재직증명서는 한자와 한글이 병기됐으나 수원여대의 경우 한글로만 적혀 있었다. 기재 항목과 일련번호 형식 역시 달랐다.
 
폴리텍대 관계자는 "김씨가 다른 대학에 '폴리텍대 부교수(겸임)'이라고 낸 일이 적절한지는 민감한 문제라 되도록 빨리 정리해서 답변하겠다"며 "과거 있었던 일에 대해 액션 취할지 여부는 전례가 없기 때문에 대학 조직·본부 조직·캠퍼스 조직 내부적으로 통일된 이야기를 해서 알아보고 말씀드릴 부분"이라고 말했다.
 
수원여대·안양대 "과거 답변 불가"
 
과거 일에 대해 답변할 게 아니라는 입장을 취하는 대학들도 있다. 수원여대 담당자는 "당시 내용은 당시 상황이기 때문에 말씀드릴 사항이 없고, 말씀드릴 수도 없는 부분이다. 학교 입장에서는 공개된 (허위 의혹) 말고는 말씀드릴 게 없다"면서 "학교 명예회복 위한 조치의 경우 위에서 검토할 사항이기는 하지만 일반 행정 입장에서는 답변이 곤란한 상황"이라고 구체적 답변을 피했다. '허위 등이 있는지를 돌아보고 임용 취소 사안이었는지 알아볼 의향이 있느냐'고 질의하자  "담당자 입장에서는 답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수원여대의 경우 2007년 겸임교원 임용에 있어 김씨의 산업체 경력, 미술 전시 수상 내역, 고등학교 근무 이력, 뉴욕대 연수 등이 논란거리다. 에이치컬쳐테크놀러지 및 한국게임산업협회에서는 각 3년, 대안공간 루프에서는 4년 일했다고 적었으나 3개 산업체의 설립·개관 시기는 김씨가 첨부한 입사 시기보다 더 뒤다. 루프와 에이치컬쳐테크놀러지는 1년, 한국게임산업협회의 경우 2년 차이난다.
 
수원여대 지원시 수상 경력 모두 허위 논란
 
김씨가 제출한 3가지 수상은 모두 논란 대상이다. 2004년과 2006년 두 차례에 걸친 대한민국애니메이션대상특별상,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대상(SICAF)이다. SICAF의 경우 아예 수상자가 아닌 것으로 알려졌고, 대한민국애니메이션대상특별상의 경우 기여도가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윤 후보는 이에 대해 회사의 공로를 개인 수상으로 기재했다는 취지로 해명한 바 있다.
 
김씨는 또 이력서 '학력사항 및 연수실적'란에 2006년 서울대학교 경영대 문화콘텐츠 글로벌 리더 과정과 뉴욕대 연수 경험을 따로 적었다. 뉴욕대 프로그램 시기를 10월부터 11월까지로 기재했으나 정확한 기간은 10월 내 닷새인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대 프로그램이 학력으로 오해되게 기재했다는 논란 등이 있다.
 
이밖에 2000년 영락여상 미술강사 이력을 영락여자고등학교 미술 부문 정교사로 바꿔 적은 점도 도마에 오른 바 있다.
 
안양대 "5년 전 일…관련 문서 모두 폐기"
 
수원여대와 국민대 의혹들의 '종합판'인 안양대 관계자의 경우 "현재 남아있는 관련 문서가 5년 지나 다 폐기되고 이력서 남아있는 게 전부"라며 "당시에 대해 얘기해줄 분들이 없는 걸로 알고 있고, 따로 입장 얘기할만한 내용도 없다"고 답변했다.
 
이 관계자는 "명예회복 여부에 대한 판단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면서 "사실관계 파악은 우리가 해야할 일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고소 여부를 얘기해줄 입장이 되지 못하고 당시 공개채용인지 여부는 모른다"며 "공식적인 입장을 말씀드릴 위치에 있지 않기 때문에 발언을 인용하면 곤란하다"고 덧붙였다. '공식 입장은 누가 대변하느냐'고 묻자 "워낙 지난 일이라 책임지고 얘기할 수 있는 분이 없다"고 응답했다.
 
지난 16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서울 여의도 새시대준비위원회 사무실을 나서며 부인 김건희씨 허위 이력 논란 관련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서일대 "윤석열 후보 얘기 틀리지 않아"
 
아예 당시 채용이 큰 문제가 없다는 학교 입장도 있었다. 서일대 담당자는 "당시 시간강사 위촉규정은 교육경력 또는 연구경력 2년이면 자격이 됐다"며 "석사 이상이면 연구 2년으로 인정해줬다"고 말했다.
 
이어 "김씨 학위가 석사 이상이고 교과목과 전공이 맞기 때문에 그 조건으로 위촉을 하게 된 것"이라며 "당시에는 학과장의 추천 채용이었다"고 해명했다.
 
석사 학위가 김씨가 적어낸 숙명여대 미술대학원이 아니라 교육대학원이라고 알려졌고, 초중고 근무 이력 논란이 있다고 상기시키자 이 담당자는 "겸임이나 전임교원 뽑는 게 아니라 석사 이상이라는 시간강사의 최소한의 자격기준만 충족하면 위촉한 것"이라며 "공개채용이 아니고 1명만 뽑았기 때문에, 임용 규정에 따라 이력서와 학위증명서 외에 이력·경력에 대한 증명서를 따로 받지는 않았다"고 답변했다.
 
또 "시간강사 뽑을 때는 자기 후배나 대학원 후배나 그런 사람들을 추천해서 했다"며 "윤석열 후보 얘기한 게 틀린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학교 명예회복 계획 없어"
 
김씨의 허위 이력이 회자됨으로 인해 손상됐을 학교의 '명예회복을 위한 조치' 여부를 묻자 이 담당자는 "그런 계획은 없다"며 "자기 아는 후배나 아는 지인이 석사 갖고 있어 자격되니깐, 전공이 교과목과 맞으니깐 뽑은거지, 그걸 일일이 다 검증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만약 숙명여대가 검증 후 논문 을 철회한다고 해도, 당시 학위를 확인했기 때문에 (서일대가) 별다른 조치는 취하지 않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서일대의 경우 2004년 시간강사 채용 당시 김씨가 한림정보산업대(현 한림성심대)를 한림대로 적어내고, 국민대 박사과정에서 '정부지원 BK21 사업'을 기재했다가 교육부에서 확인되지 않은 일, 근무 이력이 확인되지 않는 초·중·고 경력을 적은 것 등으로 논란이 됐다.
 
숙대 "상황부터 파악"…한림성심대 "담당자 휴가 중"
 
숙명여대는 석사 논문 표절 의혹이 갑작스럽게 제기된만큼 상황 파악부터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숙명여대 관계자는 "어제(27일) 저녁 보도가 됐기 때문에 상황 파악해서 (학교 입장을) 검토해야 할 거 같다"며 "상황 파악과 검토가 언제 이뤄질지도 지금 정리 중"이라고 밝혔다.
 
답변 자체가 현재 불가능하다는 학교도 있었다. 한림성심대는 관계 직원이 이틀 연속 휴가 중이라고 밝혔다. 한림성심대의 경우 2001년 시간강사 임용 시기 제출된 김씨의 이력 중 1995년 5월 ‘미술세계대상전 입상(우수상)’이 실제 명단에 없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 26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부인 김건희 코바나컨텐츠 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자신의 허위 이력 의혹과 관련해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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