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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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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사 교체하자"…HDC현산, 퇴출 위기 확산

7개월 사이 붕괴사고 2번…신뢰 추락에 창사후 최대 위기

2022-01-17 08:00

조회수 : 8,8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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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당국이 광주 서구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외벽 붕괴 사고 현장에서 구조견과 함께 실종자를 수색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최용민 기자] 광주에서 잇따라 대형 붕괴 사고가 발생하면서 HDC현대산업개발(294870)에 대한 신뢰가 급격히 무너지고 있다.
 
시공 계약 해지 통보는 물론 아파트 명에서 ‘아이파크’를 삭제하자는 여론도 확산하고 있다. 특히 향후 정비사업 수주에서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HDC현대산업개발에 수주에 공을 들이고 있는 정비사업장에서 부정적 여론이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아파트 건설로 성장한 HDC현대산업개발이 아파트 붕괴로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광주 서구 화정동 아이파크 외벽 붕괴 사고 이후 사고 단지 입주자들이 전체 단지에 대한 재공사를 요구하고 나섰고, HDC현대산업개발과 시공 계약 취소 절차를 추진하는 단지까지 나왔다. 1년도 안된 사이 2번의 붕괴사고가 발생하면서 안전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계약 해지를 여부를 놓고 논의가 이어지고 있는 단지도 나오면서 향후 계약 해지가 줄을 이을 것으로 보인다. 
 
제일 먼저 광주 운암3단지 재건축정비조합은 HDC현산과의 계약 해지 절차에 돌입했다.
 
광주 운암3단지는 재건축을 통해 총 3214가구 규모로 탈바꿈될 예정이었다. 조합은 HDC현산, GS건설, 한화건설 컨소시엄을 시공사로 선정했지만 오는 3월 착공을 앞두고 시공사를 교체하기로 했다. 
 
또 현재 부산시민공원 촉진3구역, 창원 신월2구역 재건축 조합 등이 HDC현산 측에 추가 조치 계획 등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 탄방1구역(숭어리샘) 재건축 조합 사이트에는 ‘현대산업개발을 내쫓을 수 있는지?’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이곳은 GS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이 컨소시엄을 구성한 곳으로 현재 터파기 공사가 진행 중이다.
 
글쓴이는 “조합원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를 듯 합니다. 중국에서조차 대한민국을 조롱하듯이 대서특필 하고 있습니다”라면서 다만 “우리가 현대산업개발을 내칠 수 있는가에 대하여 이성적 및 법률적으로 판단해야 할 듯 합니다”라고 말했다. 글쓴이는 이를 위해 시공권을 GS건설에 모두 양도하는 등 현실적 대안을 제시했다.
 
13일 오후 2시 이후 포크레인 등 중장비가 동원돼 도로에 쌓인 잔해물을 정리하고 있다. 사진/김현진 기자
이에 조합원들도 각자 댓글을 달면서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 조합원은 “추락한 브랜드 이미지로 인해 조합원 자산의 가치 하락으로 인한 손해배상이 가능하다고 본다”라고 말했고, 한 조합원은 “우리는 당장 시공사들을 보증 세워서 PF 조달을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금융사들이 수천억을 물게 생긴 현상을 믿고 돈을 빌려줄지”라고 말했다.
 
HDC현대산업개발과 시공 계약을 진행한 단지는 물론 현재 HDC현대산업개발이 수주전에 뛰어든 정비사업 조합에서도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특히 HDC현대산업개발이 수주에 공을 들이고 있는 서울 동북권 지역에서 향후 수주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HDC현대산업개발은 현재 광운대 역세권 개발과 함께 주변에 위치한 월계 동신아파트, 월계 미미삼(미륭·미성·삼호3차)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이들은 모두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는 단지들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이를 통해 광운대 역세권을 주변으로 아이파크 주거타운을 조성하려 하고 있다.
 
이미 관련 조합 사이트에서는 HDC현대산업개발과 시공 계약을 맺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월계 동신아파트 한 조합원은 “지난해 1차 시공사 선정에서 현산만 단독 입찰해 2차 시공사 선정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라며 “조합원들 사이에서 이번 사고로 인해 불안해 하는 것이 사실이다. 나도 불안해서 현산을 찍어야 될지 고민하고 있다. 그러나 또 현산만 입찰하면 수의 계약을 결정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아파트 단지명에 HDC현대산업개발의 아파트 브랜드 명인 ‘아이파크’를 삭제하자는 의견도 확산하고 있다. 
 
한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개포 1단지 네이밍에 아이파크가 들어가면 가치 떨어지는 것 아닌가요’라는 글이 올라왔다. HDC현대산업개발의 공사현장을 관리감독 수준을 신뢰할 수 없고, 아파트 가치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단지명에서 아이파크를 삭제하자는 내용이다.
 
지난해 현대산업개발을 시공사로 선정한 서울 노원구 상계1구역 재개발 조합, 강북구 미아동 미아4구역 재건축 조합, 관악구 신림동 미성아파트 재건축 조합 등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다른 대형 건설사와 달리 아파트 사업이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HDC현대산업개발 입장에서 시공 계약 해지가 늘어날 경우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수년간 주택사업에서 높은 매출 비중을 유지하며 사업을 확장해 왔다.  
  
11일 오후 광주 서구 화정동에 자리한 아파트 신축현장서 외벽 구조물이 붕괴됐다. 사진/광주=김현진 기자
 
한편 HDC현대산업개발이 최근 5년간 여러 건의 중대 산업재해를 일으켰던 것으로 알려졌다. 고용노동부가 매년 발표하는 ‘중대재해 발생 등 산업재해 예방조치 의무를 위반한 사업장 명단’에 따르면 2016∼2020년 공개 대상에 포함된 HDC현대산업개발 관련 사고는 5건이다.
  
김승준 흥국증권 연구원은 “지난번 학동 철거건물 사고와는 다르게, 이번에는 건물을 짓다가 발생한 사고이기 때문에 시행사나 정비사업 조합들이 HDC현대산업개발에 공사를 맡길 것이냐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HDC현대산업개발의 수주 경쟁력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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