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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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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전선 없는 이재명, 이대로면 '필패'다!

2022-01-24 06:00

조회수 : 4,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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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박빙으로 봐도 무방한가. 최종 승패 또한 접전으로 갈릴 것인가. 그렇게 살얼음판을 걷고 있나. 민주당이 역대 대선에서 승리한 사례들을 되짚어보면 의문은 커진다. 답은 '필패'다.
 
왼쪽부터 고 김대중 전 대통령,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 이재명 민주당 후보의 모습이다. 사진/뉴시스
 
첫째, 전선이 보이질 않는다. 상대의 전선은 명확하다. '정권교체'다. 진부하지만, 심판론만큼 파괴력 있는 구호도 찾기 어렵다. 이에 맞설 이재명 후보의 전선은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유능 대 무능' 정도가 언급되지만, 전선이 형성될 만큼 대중 뇌리에 각인되질 않았다.
 
오히려 비호감과 각종 의혹이 이재명과 윤석열, 두 사람을 뒤덮었다. 피장파장이다. 김건희씨 무속 논란 등으로 대권을 얻을 수 있다 생각한다면, 이는 대단한 착각이다. 역대 어느 대선도 네거티브로 승리를 쟁취하지 못했다. 민주당은 '생태탕'만 좇다가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을 지켜봐야 했던 학습효과조차 잊었다.
 
전선이 형성되지 않았다는 것은 이재명 후보가 의제 설정에 실패했다는 것이며, 이는 재집권의 이유를 설득하지 못한다는 것과 같다. 현재 50%가 넘는 정권교체 여론을 뒤엎을 전선의 형성, 이는 20대 대선의 시작이자 마침표다.
 
'김대중'은 색깔론에 맞서 평화적 정권교체를 말했다. '노무현'은 그 자체가 개혁이었고 바람이었으며, '문재인'은 탄핵정국과 맞물려 적폐청산을 제시했다. 2007년 대선과 이듬해 총선에서 내리 참패했던 민주당이 2010년 지방선거에서 압승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무상급식'이라는 전선이 있었다.
 
둘째, 서울이다. 서울을 내주고 민주당이 대선에서 이긴 적은 단 한 차례도 없다. 서울은 필요충분조건일 뿐, 유권자 분포를 감안하면 영남 균열과 충청 공략이라는 추가적인 덧셈 없이 대권 쟁취는 어려웠다. 서울을 얻어도 보수에 편향된 지역구도는 민주당에게 난공불락이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이인제씨 출마로 인한 영남표 분열과 DJP 연합을 통한 충청의 몰표가 있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PK에서의 약진과 행정수도 공약을 통한 충청권 공략 그리고 정몽준씨와의 단일화라는 드라마가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태에서 비롯된 대선이라는 점에서 논외로 봐야 하지만, 그 역시 PK에서의 높은 지지가 있었다.
 
그런데 이재명 후보는 대선 승리 대전제인 서울에서조차 윤석열 후보에게 크게 밀리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확인되는 경기도의 박빙은 역으로 경기도지사 프리미엄의 실종으로 해석해야 옳다. 집값 폭등으로 성난 서울 민심에 대장동 의혹은, 불난 집에 기름을 끼얹는 꼴이 됐다. 
 
셋째, 노선의 실패다. 대장동 의혹에 대한 오만한 대응을 사과한 것까지는 옳았다. 문제는 그 이후 수정된 노선에 있다. 덩샤오핑의 '흑묘백묘'를 떠올리게 할 정도로 이재명 후보는 노선을 완전히 틀었다. 민생에 있어서만큼은 그 어떤 이념적 접근도 마다 않겠다는 실사구시의 실용적 접근을 통해 외연 확장을 시도했지만, 역으로 이재명의 '색깔'도 사라졌다.
 
사실, 민주당 인사들 중 가장 강경한 어조로 이념 전선에 서고, 이 과정에서 이분법적으로 선악까지 갈랐던 이는 다름아닌 이 후보 자신이었다. 그는 싸우면서 자신의 존재가치를 높여왔다. 이는 강한 실행력과 맞물려 '개혁만큼은 이재명'이라는 확실한 믿음을 심어줬다. 문재인 대통령과는 확실히 결이 달랐다.
 
그런데 지금은 두룽뭉술한 화법 뿐이다. 무주택자를 잡아야 할 부동산 정책에서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를 비롯해 종부세 완화까지 꺼내며 모든 표를 얻으려 했다. 심지어 전두환씨 재평가 논란까지 야기했다. 그 사이 윤석열 후보는 이준석 대표 조언대로 '이대남'에 집중하며 젠더 갈라치기의 효과를 누렸다. 단문 메시지 형태로 홍준표의 선명함도 좇았다.
 
원래 선명하고 간결한 메시지는 '사이다' 이재명의 상징이었다. 2030 전선도 그렇게 흐릿해졌다. 기존 선명함에, 솔직한 반성으로 오만한 이미지만 털어내면 됐을 것을 한순간에 김 빠진 사이다로 전락했다. 가난과 역경을 딛고 집권여당 대선후보에 오른 것 자체가 '공정'과 '희망'이었음에도 이를 2030과 공유하지 못했다. 그렇게 환호의 대상이 전략의 무지로 혐오의 대상이 됐다.   
 
이재명은 어떤 면에서 '이명박'을 닮았다. 17대 대선 당시 민주당은 'BBK'에 목숨을 걸었지만, 국민은 그보다 중요한 '경제성장'을 봤다. BBK가 이명박 것이라 해도 달라질 게 없었다. 현대건설과 서울시에서 해온 것처럼 불도저 같은 강한 추진력으로 성장 하나만 일궈주길 고대했다. 여기에 박정희식 선글라스는 덤이었다.
 
이재명 후보도 많은 흠결이 있다. 다만 그 흠을 덮고도 충분할 만큼의 성과와 자질이 있다. 그렇게 이재명이 대통령이 됐을 때 달라질 '그 무엇 하나'가 필요하다. 좀처럼 40% 선을 내주지 않는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도와 좀처럼 40% 선을 뚫지 못하는 이재명 지지도. '세대포위론'에 맞설 대전략은 어쩌면 처음부터 답이 있었다. 
 
정치부장 김기성 kisung012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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