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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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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범종입니다.
(길에서 산다)①사는 게 살얼음판…길냥이들의 참혹한 겨울나기

예방접종 기회 없어 질병 노출 많아

2022-02-0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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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유기동물이 늘고 있다. 동물자유연대에 따르면 유실·유기동물은 2011년 9만6268마리에서 2019년 13만5791마리로 껑충 뛰었다. 동물의 고통은 사회비용으로 이어지는데 2019년 한해에만 232억원으로 추산돼 2015년의 9배에 달했다. 산에서 무리지어 야생화된 개들은 인가로 내려와 사람을 위협하고 있다. <뉴스토마토>는 연중기획으로 길에 사는 반려 동물 양산의 원인과 대안을 짚어본다.(편집자주)
 
'삑, 삑, 삑...' 사장님이 현관 비밀번호를 누르자 고양이 사원(?) 셋이 불쑥 나타난다. 호두·이쁜이·찡찡이가 오늘도 정시 출근했다. 업무는 문 옆에 있는 길고양이 급식소에서 밥 먹기, 오늘도 건강하기다.
 
서울 성동구 행당동에서 자영업을 하는 닉네임 '이브맘'은 이 동네에서 10년 넘게 길고양이를 돌보고 있다. 어릴 때부터 강아지를 키우고 사별하기를 반복했는데, 찬 바람 불던 2008년 초 먹이를 찾아 헤매는 고양이를 보고 캣맘이 됐다. 2012년쯤부터 통덫을 구입해 아픈 고양이를 구하고 병원에 데려가 치료해준다.
 
사진 왼쪽부터 이쁜이, 호두, 찡찡이. 이브맘이 돌보는 고양이 가운데 이들 세 마리가 제일 살갑지만 사람 손을 타지 않도록 '말 없는 가족'처럼 지낸다고 한다. 사진/이브맘 제공
 
추위·질병, 그리고 로드킬
 
호두·이쁜이·찡찡이가 이브맘을 찾아온 이유가 이런 정성 때문이다. 지난달 28일 만난 이브맘은 "각각 일곱살, 여섯살, 네살로 추정하는데 봄-가을-봄 순으로 만났다"며 "새끼 때 어미들이 밥 먹을 곳을 가르쳐주고 동네를 떠난 것 같다"고 말했다. 각각 숫놈과 암컷 두 마리인데 건강과 개체 조절 등을 위해 중성화 수술을 해줬다.
 
이런 캣맘도 지난밤 세 친구가 어디서 지냈는지는 모른다. 아침 아홉 시 이브맘과 함께 출근해 가게 안 창고에서 상자 사이를 누비다가 잔다. 층층이 쌓인 상자는 고양이 놀이터다. 사무실 안팎을 오가는데 야행성이라 많이 움직이진 않는다. 여섯시가 되면 가게 밖으로 나갈 지 안에 남아 잘 지 고양이가 정한다.
 
평온한 일상처럼 보이지만 이브맘이 본 겨울 길고양이의 현실은 참혹하다. 추위와 질병, 동물 찻길 사고(로드킬) 때문이다. 길고양이는 집 고양이와 달리 예방접종 기회가 거의 없다. 그래서 범백혈구 감소증을 비롯한 각종 질병으로 눈이 멀거나 구내염에 걸리기도 한다. 고양이 감기로 불리는 '허피스'도 문제다. 이런 상태로 추위에 노출되면 생존 확률이 더 낮아진다.
 
이브맘은 "11월~2월에 로드킬이 굉장히 많다"며 "따뜻한 자동차 엔진룸에 있다가 차가 출발한 뒤 서행할 때 도로에 뛰어들다 뒷차에 깔린다"고 안타까워 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일반국도 로드킬은 2015년 1만1633건에서 2019년 1만7502건으로 늘었다. 2015년~2019년 피해 동물 7만1999마리 중 고라니(4만2748마리)와 고양이(1만5717마리)가 가장 많이 목숨을 잃었다.
 
그래서 이브맘은 매일 아침 출근 도장 찍는 고양이들을 확인하면서 가슴을 쓸어내린다. 아파트 담벼락을 넘어 길을 건너다 오토바이나 자동차에 치일 수도 있고. 거리에 노출된 먹이통에 누군가 뿌렸을 쥐약을 먹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길고양이들의 하루하루는 생존을 보장하지 못하는 형편이다.
 
자원봉사자들이 겨울철 곳곳에 놓아둔 겨울집은 2월에 수거하는데, 그 안에서 얼어 죽어있는 고양이들도 있다. 아파트 지하 주차장을 찾으면 '도둑고양이' 취급을 받는다.
 
지난달 28일 서울숲에 있는 고양이 급식소 옆에 있는 물통 속 물이 얼어붙어있다. 고양이도 사람처럼 물을 먹지 못하면 각종 질병에 걸린다. 사진/이범종 기자
 
'그래도 생명인데' 하는 마음으로…
 
한겨울 추위는 고양이 수분 섭취를 막는다. 물이 얼어서다. 물을 못 먹으면 방광염이나 심부전으로 목숨 잃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브맘은 동네 고양이 10~15마리 먹이를 챙기는데, 떠다 놓은 물이 얼까봐 물통 아래 핫팩을 놓아준다. 그래도 얼어 걱정이다.
 
고양이 70여 마리가 지내는 서울숲공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여기엔 2014년 서울시가 설치한 급식소가 열 한 곳, 거리에 적응 못한 유기묘를 위한 비공식 급식소 두 군데가 있다. 매일 저녁 퇴근한 캣맘들이 밥과 따뜻한 물을 주지만 밤새 물이 어는 건 막지 못한다.
 
'서울숲길고양이돌봄협의회' 대표 '보은맘'은 "저녁 때 겨울집과 급식소에 핫팩을 넣어줘도 한계가 있다"며 "자원봉사자가 급식소와 겨울집을 청소해도 다음날 까치와 비둘기가 어지럽힌다"고 한숨을 쉬었다. 보은맘은 노인 일자리 사업에 공원 내 고양이 급식소 관리를 포함하는 방법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캣맘 아닌 사람도 겨울 길고양이를 도울 수 있다. 보은맘은 "'그래도 생명인데' 하고 따뜻한 물이라도 줬으면 좋겠다"며 "우리 동네 사람들에게 낮에 물그릇이 얼면 새로 채워달라고 부탁한다. 20년 가까이 캣맘을 하다 보니 사람들이 호의적"이라고 말했다.
 
초보 캣맘에게는 허락받지 않은 곳에 먹이통을 몰래 두지 말고 뒷처리를 잘 하면서 이웃들과 원만한 관계를 만들라고 조언했다. 보은맘은 "그래야 고양이도 사랑받는다. 동물을 싫어하는 사람도 오랫동안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고 '고생하신다'고 격려한다"며 미소 지었다.
 
지난달 28일 서울숲의 한 급식소 위에 앉은 고양이가 입에서 침 흘리고 있다. 사진/이범종 기자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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