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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세영

[IB토마토]마켓컬리, 피크아웃 우려에 ESG 악재까지…상장 문턱 넘을까

상장 예심 진행 예정…상반기 내 기업공개 완료할 듯

2022-02-15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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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2022년 02월 10일 19:12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출처/마켓컬리
 
[IB토마토 변세영 기자] 올해 기업공개(IPO) ‘대어’로 주목받던 마켓컬리가 상장 문턱에 다다랐지만, 동시에 주름살이 깊어지고 있다. 글로벌 유동성 부족 문제로 IPO 흥행 가능성이 불확실해진 데다 코로나 여파 역대급 이커머스 성장세 이면에 피크아웃(정점 후 하락) 분석도 등장하고 있어서다. 설상가상 노동문제로 잡음까지 발생하면서 IPO 레이스 향방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마켓컬리는 NH투자증권(005940)·한국투자증권·JP모건 공동 대표주간사와 이달 중으로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를 청구할 계획이다. 통상 심사 기간을 2~3개월이라고 잡으면 빠르면 오는 4월부터 상반기 내 IPO 작업이 완료된다. 지난해 12월 마켓컬리는 프리IPO에서 2500억원을 유치하면서 기업가치 4조원을 인정받았는데, 여기에 비추어 볼 때 상장 몸값은 5조원에서 최대 7조원까지 이를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마켓컬리는 내부적으로도 상장 작업 막바지를 달리고 있다. 최근에는 관(官) 출신 인사까지 보강하며 기업공개 작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마켓컬리는 김석호 전 공정위 상임위원과 이영호 전 한국증권선물거래소(현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을 신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그동안 사외이사를 투자회사 출신으로만 꾸렸던 것에 비춰봤을 때 IPO 성공을 위해 관계 당국과 소통을 늘리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지난해 마켓컬리는 2조원 수준 매출을 달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전년(9523억원) 대비 두 배가량 증가한 수치다. 2015년 설립 첫해 30억원을 시작으로 수년 만에 매출이 600배 이상 뛰어오르는 등 폭풍 성장해 IPO와 관련한 관심이 쏟아졌지만, 올해 자본시장에 먹구름이 몰려들면서 증시 입성을 앞둔 컬리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는 해석이다.
 
지난달 27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LG에너지솔루션(373220)은 공모가 30만원, 시초가 59만7000원에 거래를 시작했지만 이날 50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역대급 최대어로 꼽히며 상장 전 일반청약에서만 114조원이 넘는 증거금을 끌어모은 기록이 무색하게 ‘따상(시초가가 공모가 2배에 형성된 후 상한가)’에 실패하며 기대치를 맞추지 못했다는 평을 받는다.
 
상장 철회도 이어졌다. 앞서 이달 IPO를 계획한 현대엔지니어링은 기관투자자의 수요예측 흥행에 실패하자 상장을 철회한다고 공시했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현대엔지니어링 공모주 경쟁률은 100대 1가량에 그쳤다. 단순 숫자로 비교하면 지난해 공모주 중 가장 낮은 크래프톤(234대 1)과 비교해 관심이 절반에도 못 미쳤던 셈이다. 
 
이상호 자본시장 연구원은 <IB토마토>에 “지난해는 내재 가치만큼 충분히 시장에서 인정받고, 어떻게 보면 그 이상으로도 자금을 조달하는 게 용이한 분위기였다면 이제는 적정 가치를 좀 받기 어려울 수 있을 정도로 분위기가 전환된 부분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성장세와 관련해 ‘피크아웃’ 우려가 등장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김진우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이커머스 업계를 전망하는 리포트를 통해 산업 성장세가 대폭 꺾일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보다 경제 재개가 빨랐던 미국 아마존의 리테일 부문 매출액 증가율이 지난해 1분기 50%에서 3분기 218%로 낮아졌다는 점에서 성장세가 정점을 찍고 하향 안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한국의 소매시장 대비 이커머스 침투율이 37%에 달하는 점에 미루어 볼 때, 올해 이커머스시장의 성장률은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한 자릿수 퍼센트에 그칠 것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지난해 높은 실적 기저에 따라 글로벌 이커머스 기업들의 멀티플이 조정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들 멀티플에 영향을 받는 국내 이커머스도 몸값 할인(디스카운트 불)이 불가피 것으로 분석했다.
 
김진우 KTB투자증권(030210) 연구원은 “국가 간 이커머스 침투율 차이와 이커머스 기업의 성장률 둔화를 고려 시, IPO 대기 중인 한국 이커머스 기업에 대한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자본시장 유동성 악조건에 설상가상 외부적으로 계속 잡음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최근 노동부 서울동부지청은 마켓컬리와 블랙리스트 문건 작성자로 지목된 마켓컬리 책임자 직원을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최근 서울동부지검에 송치했다. 마켓컬리는 일용직 노동자의 개인정보를 담은 문건을 작성한 뒤 이를 협력업체에 전달하면서 이 노동자에게 일감을 주지 않도록 했다는 의혹을 받는데, 노동 당국이 직접 칼을 뽑아 든 것이다.
 
이는 상장을 앞둔 컬리에게 악재일 수밖에 없다. 한국거래소는 올해부터 상장 심사를 거칠 때 ESG 경영 추진과 관련한 가이드라인을 적용하겠다는 뜻을 시사한 바 있다. 기업공개 시장에서 ESG 중요도가 높아지는 만큼, 마켓컬리에게 물류센터를 비롯해 이 같은 사회적(S) 노동 이슈가 IPO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마켓컬리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현재 송치된 이후 추가로 판결이나 이런 진행된 건 없다”라고 말을 아꼈다. 이어 IPO와 관련해서는 “시장이 좋은 상황은 아니지만, 계획대로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변세영 기자 seyo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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