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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진

(뉴스북) 영국 장애인 시위는 어땠을까?

2022-03-29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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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은 현재 거의 모든 버스가 저상버스로 운행됩니다. 저상버스에는 휠체어를 위한 공간이 마련돼 있습니다. 블랙캡으로 불리는 영국 택시도 100% 휠체어 공간을 마련할 수 있게 설계됐습니다. 좌석을 젖히면 휠체어가 들어갈 공간이 나오고, 휠체어가 택시를 오르내릴 수 있는 발판도 마련돼 있습니다. 모든 대중교통이 장애인 편의 시설이 갖춰진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처음부터 영국에 이 같은 시설이 있었던 건 아니었습니다. 1990년대, 영국 장애인들은 거리로 나와 길을 막았습니다. 그들은 자신의 휠체어를 수갑으로 기차와 버스에 묶었습니다. 더러는 도로 위에 맨몸으로 누웠습니다. 당시 사진을 보면 다리가 없는 장애인이 길에 누워있거나, 경찰에 의해 휠체어 채 연행되고 있습니다. 잔뜩 화가 난 얼굴로 무언가를 외치기도 합니다. 최근 논란이 되는 우리나라 장애인 단체 시위는 가볍게 느껴질 만큼 과격합니다.
 
1992년 7월, 영국에서 대규모 장애인 시위가 있었다. 영국 방송사 ITV가 장애인을 동정 대상으로 묘사해 시위가 시작됐다. (사진=BBC)
 
1995년 영국 장애인들이 시위에 나선 모습. 이들은 자신의 휠체어를 버스에 수갑으로 채웠다. (사진=BBC)
 
1992년, 영국 장애인들의 분노는 영국 티비 프로그램들이 그들을 꾸준히 ‘동정의 대상’으로 다뤘기 때문이었습니다. 대체로 모금 행사에서 장애인이 등장했는데, 일부 출연자들은 그들을 보고 눈물을 흘렸습니다. <BBC>는 “많은 장애인이 이러한 기금 마련 행사를 모욕하는 것으로 여겼다. 그들은 그들이 사회 구성원이 아니라 동정의 대상으로 묘사된다고 느꼈다”며 장애인 시위가 촉발된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이때 장애인 단체를 비롯한 시민단체들도 영국 내 장애인 차별을 없애기 위해 나섰습니다. 약 10만여 명의 사람들이 동참했습니다. 이후 1995년 ‘장애인차별금지법’이 통과됐습니다. 법이 통과되며 장애를 이유로 차별하는 게 불법이 됐습니다. 법에 따르면 식당과 카페, 도서관 등 장애인이 차별을 느낄 요소가 있으면 안 됩니다. 고용주 역시 장애를 이유로 차별할 수 없습니다.
 
외신의 등장한 한 여성 장애인은  "예전에는 내 신체적 결함 때문에 버스를 타지 못한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우리가 타지 못하는 버스가 결함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를 비롯한 영국 시민들에게 저상버스는 장애인을 위한 배려가 아닌 일상일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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