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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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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프앤가이드, 수년간 틀린 재무정보 제공

K-OTC기업 주식수 등 오류 장기 방치 탓 …"일단 주당 데이터 일괄삭제 후 논의"

2022-03-31 01:00

조회수 : 7,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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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PER 0.62배?
 
A씨는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의 B기업 재무제표에서 PER(주가수익비율)를 확인하고 깜짝 놀랐다. PER이 0.62배라는 건 B기업의 1년치 순이익보다 시가총액 즉 기업의 시세가 더 싸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기업을 지금 시세로 사면 1년도 안 돼 매입대금 이상을 환수할 수 있다는 의미다. 
 
주당순이익(EPS)을 보니 B기업 주가는 지난 몇 년간 EPS보다 낮게 거래되고 있었다. 업종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코스피 평균 PER이 8~9배만 돼도 저평가라고 하는데 1배 미만 주식이 있는 것이 신기해 전자공시를 찾아본 A씨. 아니나 다를까 B기업이 지난해 3분기까지 기록한 순이익은 606억원이었다. 아직 발표되지 않은 4분기 실적을 더해도 현재 시총 2107억원을 감안하면 PER은 2배를 넘을 것으로 예상됐다. 
 
A씨는 분기보고서를 보다가 HTS의 PER이 왜 0.62배로 기재됐는지 원인을 찾을 수 있었다. 발행주식 수가 틀렸던 것이다. HTS엔 무려 20년 전의 주식 수가 기재돼 있었다. 그 사이 변동된 주식 수를 한 번도 수정하지 않아 투자자들에게 틀린 정보를 제공하고 있었던 것이다. 
 
A씨가 오류를 발견한 B기업은 상장기업이 아니라 K-OTC 등록기업 즉 비상장 기업이다. 비상장이지만 KONEX처럼 문턱이 있는 것도 아니고 기존 HTS, MTS로 거래할 수 있어 투자의 접근성은 좋은 편이다. 그래서 증권사들도 K-OTC 종목들의 기업정보를 함께 제공하고 있다. 
 
다만 이 정보는 증권사가 아닌 주식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서 나온다. 정확하게는 증권사가 에프앤가이드에서 구매해 서비스하는 데이터다. 거의 모든 증권사들이 에프앤가이드의 고객이다. 
 
A씨가 발견한 오류는 에프앤가이드가 K-OTC 등록기업들의 정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벌어진 결과였다. 문제는 최근 일회성으로 나타난 문제가 아니라 수년째 방치돼 있다는 점이다. 
 
B기업만 그런 것이 아니다. C기업은 반대로 주식 수가 더 많게 표시돼 PER이 높고 EPS는 적게 나와 있다. 이마저도 정보를 업데이트하지 않아 2017년에서 멈춰 있었다. 엄연히 배당을 하고 있는데도 배당금이 표시되지 않은 기업도 있다.  
 
금융투자협회가 관리하는 K-OTC 시장엔 145개 기업이 등록돼 있다. 중소기업만 있는 것이 아니다. 지난달 주가가 이상 급등해 시총 1위에 올라 있는 두올물산(카나리아바이오, 10조원)을 제외하더라도 SK에코플랜트(3조2897억원), 세메스(1조6138억원), LS전선(1조3728억원) 등 조 단위 기업과 롯데글로벌로지스, 넷마블네오, 삼성메디슨 등이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반면 시총이 100억원 미만인 초소형 종목도 28개로 극과 극을 달린다. 
 
2018년 7월 애프앤가이드가 와이즈에프엔을 흡수합병할 당시 기념식에 참석한 김군호 대표(좌)와 이철순 대표(우). 에프앤가이드는 지금도 각자 대표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사진=에프앤가이드)
 
 
<뉴스토마토>의 질의 전까지 에프앤가이드는 자사 정보의 오류 문제가 있는지조차 알지 못했다가 부랴부랴 보완에 나섰다.
 
김유정 에프앤가이드 마케팅팀 팀장은 K-OTC 기업들의 정보 관리에 소홀했음을 인정하고 시정을 약속했다. 김 팀장은 “내부 논의 결과 대대적인 정비가 필요하다고 결론 냈다”며 “다만 현실적으로 단시간 내 보완할 수 있는 것이 있고 그럴 수 없는 부분도 있다”고 양해를 구했다. 
 
김 팀장에 따르면, 데이터 오류의 핵심은 발행주식 수에 있다. 이에 일차적으로 손익과 자산현황 등을 중심으로 정비할 계획이다. 이 문제는 4월 안에 마무리하겠다고 약속했다.  
 
다만 문제의 발단이 된 EPS, PER, PBR(주당순자산비율) 등 주식 수로 구하는 1주당 데이터는 모두 제거하기로 했다. 문제의 원인은 수정발행주식 수인데 이걸 당장 바로잡기가 어렵다는 이유 때문이다.   
 
김 팀장은 “에프앤가이드는 상장, 비상장 구분 없이 주식 수는 자본금 변동 공시에 맞춰 수정발행주식으로 작업하는데, 비상장기업은 공시 의무가 없어 안 하는 기업이 대부분”이라며 “이걸 바로 고칠 수는 없어서 어떤 방법으로 할지 더 논의해 시간을 갖고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해 시스템을 보완할 수도 있고 인력을 더 보강해야 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준희 금융정보사업부 본부장은 상장기업에 비해 정보공개 의무가 거의 없는 K-OTC 시장의 특성을 감안해 줄 것을 당부했다. “분기보고서는커녕 사업보고서도 없고 자본금 변동사항도 제때 알 수가 없다”며 “1년 주기로 수정하는 것도 옳은 방법 같지는 않아 일단 틀린 정보를 제공할 여지는 없애고 고민하는 편이 낫겠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 본부장은 “(접근성 좋은 비상장주 매매)시장은 만들었는데 정보 공개가 제한돼 아쉽다”면서도 “그렇다고 중소기업들에게 IFRS 같은 걸 요구하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사업연도 매출 5억원 넘는 기업이 외감법(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에 따라 회계감사를 받고 적정의견을 받은 보고서를 제출하면 K-OTC 시장에 등록할 수 있다. 현재 K-OTC 시장에서 시총(5억원)이 가장 적은 산타크루즈컴퍼니는 사업보고서나 감사보고서 대신 ‘호가중개시스템을 통한 소액매출공시서류’를 공시하고 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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