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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한님

친정부 검사들도 "'검수완박' 반대"

대검·전국 고검장 "수사권 박탈 막아야"

2022-04-08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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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배한님 기자]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을 강행하려는 더불어민주당(민주당)에 검찰이 조직적인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일선 검사들 사이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나오자 검찰 간부들이 정면 대응에 나선 것이다. 김오수 검찰총장부터 전국 고검장들까지 법안 추진 반대 뜻을 표명했고, 오는 11일 전국 검사장 회의까지 예정된 상태다. 어느 한쪽도 물러서지 않을 태세여서, 양측 간에 강한 충돌이 예상된다. 
 
김오수 검찰총장이 지난 3월25일 서울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전국 고검장들은 8일 김오수 검찰총재 주재로 열린 전국 고검장 회의를 마치고 "형사사법체계의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법안이 국민적 공감대와 충분한 의견 수렴 없이 정치적 차원에서 성급하게 추진되는 점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검찰 수사 기능 전면 폐지 법안 추진에 반대한다"는 대검찰청과 같은 입장이다.
 
회의는 당초 인수위 대검 업무보고 결과를 논의하기 위해 계획됐다. 그러나 이날 민주당 출신인 무소속 양향자 의원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옮기면서 검찰 내부에서는 민주당이 검수완박을 위한 사전작업을 하는 것 아니냐며 거센 비판이 터져 나왔다. 국회 상임위원에서 법안에 대한 이견이 있을 경우 안건조정위원회를 꾸려 법안을 심사하는데, 양 의원이 법사위로 보임하면서 민주당이 안건조정위 구성을 유리하게 가져갈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이날 오후 5시에 시작해 3시간 넘게 진행된 회의에서 전국 고검장들은 검찰 수사권 박탈을 막고 자체적으로 신뢰를 회복할 방안을 찾겠다는 뜻을 밝혔다. 고검장들은 "국민들의 억울함과 인권 침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직접 보고 들은 것을 토대로 판단하는 것이 최소한의 안전장치이므로 어떤 경우에도 유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이어 "검찰개혁 논의가 반복되고 있는 이유에 대해 검찰 스스로 겸허히 되돌아보고, 검찰 수사의 공정성과 중립성의 실효적 확보 방안을 신속히 마련해 시행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검찰이 조직적인 움직임을 보인 건 국회 입법을 직접 막을 길이 없기 때문이다. 국민 호소로 나선 것이다. 대검 관계자는 "국회를 상대로 싸울 수도 없고, 국민들에게 잘 설명 드리고 알릴 수 있는 방안을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회의 결과와 고검장들의 뜻을 민주당에 전달하는 방안도 논의하지 않았다. 김 총장이 민주당에 반발해 거취를 표명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었으나 관련 언급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 수사권 박탈 움직임에 친정부 성향의 검사들까지 반기를 들었다. 이날 고검장 회의에는 김 총장과 박성진 대검 차장, 조남관 법무연수원장, 이성윤 서울고검장, 김관정 수원고검장, 여환섭 대전고검장, 권순범 대구고검장, 조재연 부산고검장, 조종태 광주고검장이 참석했고 예세민 대검 기획조정부장(검사장), 권상대 대검 정책기회과장, 박공우 대검 사무국장도 배석했다. 이 중 김 총장과 이 서울고검장, 김 수원고검장 등이 대표적인 친정부 인사로 분류된다. 이날 회의에 참석했던 한 고검장은 "의견을 달리 한 고검장은 없었다"고 밝혔다. 
 
검찰 수사권 박탈에 반발하는 검찰 움직임은 고검장들을 넘어 전국 일선 검사들에게까지 번질 전망이다. 대구지검은 이날 김후곤 검사장 주재로 본청 및 8개 산하지청 소속 검사들과 전체 검사 긴급회의를 열고 검수완박에 반대 의견을 밝혔다. 이에 다른 지역검찰청에서도 연쇄적으로 같은 움직임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오는 11일 오전 10시 전국 검사장 회의도 예정돼 있다. 대검에서 열리는 전국 검사장 회의에서는 검찰이 자체적으로 신뢰를 회복할 방안이 논의될 전망이다. 
 
민주당은 수사권 분리 입법을 강행할 생각이다. 중진의원 검찰개혁 간담회를 마치고 나온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의원은 "(검찰이) 자기들이 누려온 수사권과 기소권을 다 가지고 전 세계에 유례없는 권한을 갖고 있는데, 그걸 놓고 싶겠는가"며 "개혁의 이름으로 스스로 내려놓길 기대하긴 어렵고 위험하기에 제도적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배한님 기자 bh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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