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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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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윤석열 당선인의 '그립'

2022-04-18 06:00

조회수 : 1,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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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소장
#1. '그립(grip) 감'. 포털사이트 다음의 어학사전에선 "손잡이를 잡거나 쥐었을 때의 느낌"이라고 설명한다. 기구나 사물의 손잡이를 쥐었을 때의 느낌을 말하는 것이지만, 확장적으로는 장악력을 뜻하기도 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그립감이 여간 강한 게 아니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 건(인수위 내부에서도 속도조절론이 나왔다는데 "용산 입주가 늦어질 경우 통의동 사무실을 쓰는 한이 있더라도 청와대에는 들어가지 않겠다"고 배수진을 쳐 관철시킴)이나, 현직 대통령의 인사권 행사를 둘러싼 갈등, 국무위원 인선, 지방선거 교통정리(경기지사 선거에 측근 김은혜 의원 내보냈다. 자신의 경쟁자였던 유승민 전 대선 예비후보를 견제하는 것으로 비칠 수도 있다.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출에도 '윤핵관' 권성동 의원이 선출되는 데 지장 없도록 김태흠 의원은 충남지사 선거로 돌렸다)....일련의 조치에서 짐작되는 바, 마음 먹으면 밀어붙이는 데 거리낌이 없다. 여론은 크게 신경쓰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좋게 말하면 추진력이지만, 독불장군이라는 비판도 충분히 가능하다.
 
한동훈 검사장의 법무장관 임명은 그 그립감의 클라이맥스. 민주당의 '검수완박' 추진에 답하는 건가. 장군 부르고 멍군 받아치는 속도감에 긴장감마저 돈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검수완박 할테면 해보라"는 메시지로 들릴 수도 있는 기용이다. 당선인의 그립감이 향후 여러 골짜기에서 간단치 않을 조짐이다.
 
#2. 지난 12일, 대구광역시 달성군 유가읍 휴양림길 692-2를 찾은 윤 당선인은 박근혜씨에게 "면목 없다, 늘 죄송했다"고 말했다. 당선인과 인수위는 "(공식적 사과가 아니라) 인간적으로 짠한 마음을 표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죄송은 사과로 인식되는 게 일반적이다.
 
면목 없고 죄송하다니…박근혜-최순실국정농단사건 특검 수사팀장이 "당시 수사는 잘못된 수사였다"고 자인하는 건가.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함"이라는 헌법재판소의 탄핵결정도 부당하는 건가. 자기부정이자, 6개월 간 촛불집회에 나서 국정농단을 탄핵시킨 촛불시민(연인원 1600만명. 경찰 추산)에 대한 부정이기도 하다.
 
#3. 윤 당선인이 대구로 박근혜씨를 찾아 '인간적 사과'를 한 그 시간, 민주당은 의원총회를 열고 있었다.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기로 하고, 형사소송법 및 검찰청법 개정안을 단독으로라도 처리한다고 결정했다. 주사위를 던졌다. 의석 상황 상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등 법안통과 반대를 뚫고 나가기가 여의치 않다는데 민주당의 고민이 있다.
 
수사-기소권 분리가 맞는 방향이라고 본다. 그러나, 민주당 일각과 극렬 지지자들의 "문재인-이재명을 지키기 위해 '검수완박'이 필요하다"는 논리나 구호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검찰을 내세운 정치보복성 수사를 막는 부수적 효과(?)가 있을 지는 모르나, 그런 구호는 수사-기소권 분리의 대원칙과 당위를 훼손시킨다. 특정인 거론은 수사권 회수-엄밀히는 박탈이 아니라 회수-의 명분과 당위를 퇴색시키는 것은 물론, 반동적 역공의 빌미도 제공한다. 옳지도 않을 뿐더러 효과적이지도 않다. 수사-기소권 분리의 당위성과 명분을 훼손하는 구호와는 명백히 선을 그어야 국민 설득이 가능하고, 그래야 추동력이 확보된다. 70년 간 이어져온 형사사법체계를 바꾸는 일이다. 국민 생활과도 접점이 크다. 정권 바뀔 때 마다 손 볼 일이 아니다. 할 거면, 말 그대로 완벽하게 해야 한다. 향후 다수당이 원복시키거나 재론하는 것이야 말로 최악이다. 검찰 제 자리 찾기 차원의 수사-기소권 분리와 함께, 언론개혁 제도화의 '비가역적 주춧돌'도 놓아야 한다. 진영 논리의 확대재생산을 부추기는 언론은 공기(公器)라 할 수 없다. 검찰개혁이건 언론개혁이건 원칙과 당위에 입각해 정도를 걷는 게 중요하다.
 
운전 처음 시작할 때 '초보운전' 스티커를 써붙이곤 한다. "잘 봐주십시오, 부탁합니다"라는 표시인데, 실제는 다르다. 그 스티커 보면 다른 운전자들이 알아서 피해간다. 초보운전자의 직진 본능이나 돌발 행동이 신경쓰여서일 게다. 도로에서는 피해가면 그만일지 모르지만, 국정은 그렇지 않다. 당선인이 강조하는 통합과 상식은 모든 운전자들이 더불어 안전하게 가도록 하는 것 아니겠는가. 초보운전자가 '스피드의 맛'을 알게 되면 도로가 살벌해진다.
 
이강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소장(pen337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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