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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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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드러난 '검찰 본색'…민주당은 여전히 '내홍'

'원조 윤핵관' 한동훈, 새정부 법무장관 지명…민정수석 폐지로 무소불위 권한 행사

2022-04-15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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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조각을 마무리한 가운데, 친정체제를 구축했다는 평가다. 이를 위해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과의 공동정부 합의 훼손까지 감내했다. 가장 주목받는 대상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다. 그는 지명 직후 민주당의 검찰개혁안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특히 민정수석실이 폐지됨에 따라 새정부의 모든 인사검증도 그의 손을 거치게 됐다. 검찰공화국에 대한 우려가 커진 가운데 제1당인 민주당은 무기력하기만 하다. 비상대책위원회는 리더십을 잃었고, 서울시장 선거를 둘러싼 잡음만 커졌다. 벌써부터 지방선거 참패 분위기가 짙다. 
 
민주당은 15일 오전 국회 의안과에 검찰의 기소권과 수사권을 분리하는 내용의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지난 12일 의원총회에서 검찰개혁안을 당론으로 채택한 지 사흘 만이다. 민주당은 4월 임시국회에서 이를 반드시 처리해 비대해질 검찰을 사전 견제하겠다는 방침이다. 앞서 윤 당선인은 대선후보 시절이던 지난 2월14일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 △검찰총장의 독자 예산 편성 △공수처의 독점적 지위 해소 등을 공약한 바 있다. 지난달 14일에는 "대통령실 업무에서 사정·정보조사 기능을 배제하고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겠다"고 선언했다. 당장 민주당은 선출권력으로부터 통제받지 않는 무소불위의 검찰권력 탄생을 예고한 선전포고로 받아들였지만, 윤 당선인은 오히려 검찰의 독립과 중립을 위해서라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 
 
13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서울시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브리핑룸에서 2차 내각 인선 발표식을 열고 새 법무부 장관으로 한동훈 검사장을 지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특히 윤 당선인이 지난 13일 새정부 초대 법무부 장관으로 한동훈 검사장을 지목하면서 민주당의 불안감은 더욱 커졌다. 한 후보자는 자타가 인정하는 검찰 내 윤 당선인의 최측근으로, '원조 윤핵관'(윤석열 핵심관계자)으로도 불린다. 특수통인 한 후보자는 윤 당선인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3차장 검사로, 검찰총장 때는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으로 보필했다. 윤 당선인이 조국 사태를 계기로 정부여당과 대립하자 한직으로 밀려났으나 윤 당선인이 대선에서 승리하면서 극적으로 회생, 파격적으로 법무부 장관에 지명됐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에 따르면 그의 법무부 장관 지명은 윤 당선인의 오래된 의중이었다. 

윤 당선인은 한 후보자를 발탁한 이유로 "20년간 법무부와 검찰에서 주요 요직을 두루 거쳤고 수사와 재판, 검찰 제도 법무행정 분야의 전문성을 갖췄다"며 "법무 행정의 현대화,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사법 시스템을 정립하는 데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반면 민주당은 윤 당선인과 한 후보자의 특수관계를 고려할 때 이번 인사는 사실상 국회에 대한 선전포고라는 입장이다. 한 후보자는 윤 당선인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와도 매우 가까운 사이로 알려졌다.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은 한 후보자 지명 다음날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공안통치를 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2월14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서울시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사법제도와 법집행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민주당이 가장 우려하는 건 법무부 장관에게 과도한 권한이 집중된다는 점이다. 민정수석이라는 조율 단계가 사라지게 되면서 새정부에서 법무부 장관은 대통령실과 행정부 인사검증을 총괄하고 대통령에게 직보가 가능해진다. 민주당은 검찰의 수사권 폐지로 수사를 맡을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를 주장하는데, 중수청은 기관 특성상 법무부 산하가 유력하다. 결국 중수청은 법무부 장관의 지휘를 받게 된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한동훈 카드'의 통제 하로 들어가는 셈이다. 게다가 한 후보자는 사법연수원 27기로, 현 김오수 검찰총장(20기)보다 7기수 아래다. 검찰의 철저한 상명하복 방침을 고려하면 한 후보자가 법무부 장관에 임명되는 순간 대대적인 물갈이가 불가피해진다. 법무부 장관이 검찰에 대한 인사권을 쥐고 있다는 점에서 한동훈 검찰 체제의 등장은 필연적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마냥 무기력하다. 어렵사리 검찰개혁 법안을 당론으로 채택했으나 제대로 된 설득논리를 제시하지 못해 학계와 법조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참여연대 등 기존 우군으로부터 우려를 들어야 했다. 민주당은 윤 당선인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을 우려, 4월 임시국회에서 단독으로라도 법안을 처리한다는 목표지만 본회의 통과 여부는 미지수다. 더구나 박병석 국회의장이 오는 23일부터 내달 2일까지 미국 순방길에 올라 국회를 비운다. 국회의장은 본회의 법안 상정을 위한 사회권을 갖고 있다. 민주당은 김상희 부의장이 사회권을 넘겨받으면 된다는 입장이지만, 국회의장 일정도 확인하지 못할 만큼 원내 전략이 실패했다는 지적에서 자유롭기는 어렵다.
 
아울러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송영길 전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를 놓고 극심한 갈등마저 표출하고 있다. 앞서 윤호중 비대위 진퇴를 놓고 벌였던 내홍을 수습하자 마자 당은 다시 분열될 위기에 처했다. 이를 바라보는 국민 여론은 극히 냉담하다. 지난 14일 발표된 뉴스토마토·미디어토마토가 실시한 '33차 정기 여론조사' 결과, 대선 패배 이후 민주당 행보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문에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평가가 57.7%로 과반을 넘었다. "잘하고 있다"는 긍정평가는 25.2%에 그쳤다. 특히 민주당 지지 기반인 40대와 호남, 진보층에서도 질타의 목소리가 이례적으로 높았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한 중진 의원은 "민주당이 아직 정신을 못 차렸다는 것"이라며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로 자위하면서 야당이 될 준비조차 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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