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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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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의 각성한 네오처럼, 세상 모든 것을 재테크 기호로 풀어 전하겠습니다....
(토마토칼럼)반값 상품과 반값 주식, 다른 구매욕구

2022-05-02 07:00

조회수 : 5,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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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오닉5 프레스티지 3000만원, 15인치 LG그램 50만원, 나이키 데이브레이크 4만원, 대왕님표 여주쌀 10kg 2만원, 조니워커 블루 700ml 15만원.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3000원.
 
특정 상품들의 이름을 들먹여 죄송하다. 일반인들에게 익숙한 상품을 예로 들면 얘기가 쉬울 것 같아 다양한 가격대별로 몇 가지 나열해 보았다. 
 
많은 소비자들이 애용하는 품목일 것이다. 다들 눈치 챘겠지만 옆에 적어놓은 숫자는 판매가격이다. 물론 해당 상품에선 절대로 볼 수 없는 숫자일 것이다. 아주 오래 전에 그와 비슷한 가격대로 판 적도 있었겠지만 지금은 결코 아니다.
 
자, 위의 품목들을 옆에 적힌 저 가격으로 누군가가 판매 중이라면 여러분은 어떻게 하겠는가? 거기가 어디냐고 물어 당장에라도 달려갈 사람도 있을 것이고, 멀쩡한 물건을 저 가격에 팔리 없다며 하자 있는 물건이 아닌지 실눈 뜨고 볼 사람도 있을 것이고, 정상가격이 아닌 이유로 사기 가능성을 의심하는 부류도 있을 것이다. 
 
그러면 여기에 한 가지 조건을 더 얹어보겠다. 저 물건을 각 사의 직영점 또는 대형 마트에서 판매 중이라면 어떨까? 이번엔 반응이 다르지 않을까? 열에 여덟, 아홉은 저 물건을 판매한다는 곳으로 달려갈 것이다. 나머지 한둘은 혹시 해당 상품에 일시적인 공급과잉 같은 가격 하락 요인이 생긴 것은 아닌지 주변 환경을 체크해서 추가 하락을 기다릴 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가격 하락은 없던 구매욕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동기가 된다. 
 
하지만 이것이 투자의 세계로 넘어오면 다른 반응으로 연결될 때가 많다. 가격이 떨어지면, 안 산다. 주식도 주가가 오를 때 사겠다고 덤비는 사람은 많은데 하락할 때는 다들 주저한다. 오를 땐 더 오를 것 같고, 떨어질 땐 더 떨어질 것 같은 투자자의 심리가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투자자들 중엔 저점 매수했다는 사람보다 고점에 물렸다는 사람이 더 많다. 
 
위에 예로 든 반값 상품들과 주가가 크게 하락한 주식을 대하는 소비자 혹은 투자자들의 구매패턴이 다른 것은 크게 두 가지 이유 때문일 것이다.
 
첫 번째, 그 물건의 적정가격을 몰라서다. 50만원짜리 LG그램 노트북이 싸다는 것을 아는 소비자는 노트북의 밸류에이션이 가능한 사람이다. 평소에 노트북 가격 좀 찾아본 사람이다. 커피 좀 마셔본 사람은 스타벅스 아메리카노를 벨류에이션할 줄 안다. 커피 한잔 값으로 보자면 3000원보다 싼 길다방 커피도 많지만 '스벅 아아' 3000원은 엄청 싸다는 걸 경험을 통해 아는 것이다.
 
반면 A종목 주가는 얼마가 적정한지 확신할 수 없으니 주저한다. 주가가 많이 빠진 건 알겠는데 그게 싼지 비싼지를 모르는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싼 걸 알더라도 더 떨어질지도 모르니까, 언제 오를지 모르니까 망설이는 경우다. 요즘 같은 경우라면, 아마도 지속되는 전쟁이 불을 붙인 인플레이션 또는 스테그플레이션(저성장 고물가)으로 인한 '대폭락의 서막'과 같은 공포심리가 작용할 수도 있겠다. 
 
다만 이런 국면에서 주가 하락 보면서 공포심을 갖는 투자자가, 3000만원에 파는 아이오닉5 보면서도 비슷한 불안감을 느끼는지 궁금하다. '이 가격에 사면 횡재' 이런 마음이 전자에선 안 생기고 후자에는 든다면 투자를 계속 하는 것에 대해 고민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주식시장이 어디로 갈지 자신있게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 종목, 이 가격은 너무 괜찮은데, 이건 나이키 3만원에 사는 것보다 좋아 보이는데. 이런 종목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워렌 버핏이 성공한 이유 중 하나는 그가 시장을 예측하지 않아서다. A 주식이 기업가치에 비해 싸면 사서 비싸지면 파는 일을 반복했다. 지금이야 기업을 통째로 거래하고 있지만 주식 일부를 사든 전체를 사든 사는 것은 다를 게 없다.
 
물가 폭등, 금리 인상, 알겠는데요, 코스피 2600대, 매력적이지 않나요?      
 
 
김창경 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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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의 각성한 네오처럼, 세상 모든 것을 재테크 기호로 풀어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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