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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현

htengilsh@etomato.com

전진만 염두에 두려합니다
기업의 판단은 즉흥 흥정과는 다르다

2022-05-03 07:52

조회수 : 3,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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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브란덴부르크 지역의 주택에 설치된 한화솔루션 태양광 모듈. (사진=한화솔루션)
 
태양광 모듈의 소재 폴리실리콘. 태양광 산업의 심각성 내지 부정적인 측면을 거론할 때마다 꽤나 큰 축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LG전자가 태양광 산업을 접은 원인으로 널뛰는 폴리실리콘 가격이 거론되기도 하고, OCI가 과거에 폴리실리콘의 국내 생산을 없애고 말레이시아 공장만 돌리는 이유도 가격이 거론됐었던 모양입니다. 무엇보다 중국에서 주로 생산을 하는 것 자체도 특기할 만한 점입니다.

그런데 한화솔루션과 OCI가 1분기 실적을 발표한 4월28일, OCI는 한화솔루션과 10년 동안 폴리실리콘 장기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습니다. 한화솔루션 실적 발표 1시간 전, OCI 발표 2시간 전이었습니다.

실적 결과는 한화솔루션은 케미칼이 태양광의 손실을 메우는 흐름이 지속되고, OCI는 공장을 대정비했는데도 태양광 실적이 어느 정도 나오는 것으로 마무리됐습니다. 기사에도 언급했지만 한화솔루션은 폴리실리콘을 안정적으로 구매해야 하고, OCI는 밀린 판매를 재개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날 양사의 장기 계약이 발표된 겁니다.

이게 양사의 첫 계약인 데다, OCI 매출의 45%를 차지하는 엄청난 양이었습니다. OCI가 국내 중견기업과 맺은 적은 있지만, 당연히 이번 계약의 규모가 역대 제일 크다고 합니다.

3월 중순에 한화솔루션 관계자를 만난 일도 생각났습니다. OCI가 국내 업체들에 폴리실리콘을 원활하게 판매하고 있는지 묻자 이 관계자는 "OCI 마음"이라는 식으로 답변했습니다. 이번 계약 규모를 생각할 때 그 시점에 어느 정도 이야기가 이뤄졌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궁금했습니다. 이번 계약으로 한화솔루션이 얻는 이득이 무엇일지.(구입 루트를 늘려서 안정성을 꾀하는 것 말고요) 일단 OCI는 여타 판매처에 파는 가격과 한화솔루션에 파는 가격이 동일하다고 답변했습니다. 그리고 한화솔루션은 여타 구입처와 이번 계약의 구매가가 차이가 나는지에 대해서 답변을 하지 않았습니다. 최소한 OCI 입장에서는 가격에서 차별화 지점이 없다는 게 확인됐습니다.

그래서 이득이 뭔지에 대해서 한화솔루션 관계자는 "원가도 있겠고, 중국산이 아닌 폴리실리콘으로 만든 태양광 모듈이 미국에서 더 잘팔린다"는 식으로 답변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보도자료에도 이 지점을 암시하고 있었습니다.

미국과 유럽에서 고성장이 예상되는 Low CFP(Low Carbon Foot Print, 저탄소발자국) 태양광 모듈 시장을 공략하는 한화솔루션도 안정적으로 저탄소 폴리실리콘을 공급 받을 수 있게 됐다. 

중국 폴리실리콘 경쟁사들의 경우 발전원으로 석탄을 주로 사용하는데 비해, OCIMSB는 말레이시아의 친환경 수력발전을 통해 태양광용 폴리실리콘을 생산하고 있다. 바로 이점이 신재생에너지 대표기업으로서 OCI가 고객사들의 지속적인 관심을 받을 수 있는 차별화된 핵심요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솔루션이 미국 등을 노린다는 점. 그리고 중국이 아니라는 점을 내세우는 OCI

그러니까 혹시라도 당장 단가 차이가 없더라도 시장의 성격을 생각하면 맺을 만한 계약이었던 겁니다.

그러고보니 3월에 만났을 때도 한화솔루션 관계자는 태양광 사업의 영위에 대해서 당장의 이윤만을 생각할 수 없다는 취지로 이야기했습니다. 한화솔루션이라는 국내 업체가 점유율 등으로 버텨줘야 국내 태양광 업계가 살아날 수 있다는 것이었죠.

중국의 위협 속에 국내 업체들의 연계가 짙어지는 상황. 앞으로 험난한 시장에서 버텨나갈지 기대가 됩니다.

 
  • 신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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