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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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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의 각성한 네오처럼, 세상 모든 것을 재테크 기호로 풀어 전하겠습니다....
‘11달러’ 쿠팡, 흑전 기다릴 수 있으면 ‘콜’

적자행진에 공모가 3분의1 토막…‘테슬라처럼’ 매출증가 주목

2022-05-06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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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미국 증시에 상장한 쿠팡 주식이 연일 하락하며 10달러에 다가섰다. 기대했던 흑자 전환은 멀고 주요 투자자들은 주식을 처분하고 있다. 그런데도 매출 증가와 주가 하락을 이유로 관심을 갖는 투자자들은 여전히 많다. 4분의 1토막 난 쿠팡 주식, 지금쯤은 사도 괜찮을까?
 
6일 미국 뉴욕증시에서 쿠팡(종목기호 CPNG)은 10.31% 급락한 11.9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쿠팡의 주가는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일이었던 지난해 3월11일 장중에 69달러를 찍고 49.25달러로 마감한 이래로 연일 하락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상장일 하루 반짝 좋았다가 계속 밀려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쿠팡은 상장 후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변변한 상승세 한 번 보여주지 못하고 공모가 35달러에서 3분의 1토막이 났다. 국내 최대 온라인 배송업체로서의 자존심이 구겨질 만하다.  
 
이렇게 쿠팡 주가가 맥을 못 추고 있는 데는 크게 세 가지 이유가 있다. 크게는 미국의 양적완화 종료와 기준금리 인상 등 정책 전환의 영향으로 성장주들이 힘을 잃으면서 온라인 기반 사업을 하는 쿠팡도 동반 하락한 성격이 짙다. 
 
두 번째, ‘한국의 아마존’을 표방했으나 아마존처럼 이익을 내지 못하는 쿠팡을 성격 급한 투자자들이 기다려주지 못했다. 쿠팡은 지난해 사상 최대 규모인 14억9396만달러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는데, 3분기, 4분기에도 손실 규모가 줄어들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자 기다리다 지친 투자자들이 손절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세 번째는, 손정의 회장 등 쿠팡에 투자했던 주요 기관들이 주식을 대거 매도한 것이 불안감을 부추긴 것으로 보인다. 손 회장의 비전펀드(SB인베스트먼트어드바이저)는 지난해 9월 쿠팡 주식 5700만주를 매각한 데 이어 올해 3월에도 5000만주를 추가로 매도했다. 
 
 
이같은 환경 속에서도 쿠팡에 대한 관심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투자자들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최근 주가가 하락하면서 상대적인 메리트가 생긴 것이 투자자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역대급 적자를 냈는데도 이들의 시선을 잡은 것은 매출이다. 쿠팡은 지난해 184억달러의 매출액을 올렸다. 전년 대비 54% 증가한 기록이다. 적자 규모는 확대되고 있으나 매출 증가속도 또한 빠르고 증가폭도 크다. 성장 속도가 빠른 대기업의 경우 현재 적자 여부보다는 매출 증가를 중시하는 투자자들이 많다. 
 
대표적인 사례가 테슬라다. 테슬라는 오랜 기간 천문학적인 적자를 내다가 흑자로 돌아서자 테슬라에 대한 의구심도 크게 해소됐다. 국내에서 아직 한 번도 이익을 내지 못한 마켓컬리가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인 것 역시 같은 논리로 풀 수 있다.  
 
특히 지난해 적자규모가 확대된 데에는 덕평 물류센터 화재사고로 인해 발생한 일회성 손실을 반영했다는 점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 쿠팡의 멤버십 회비가 조만간 인상될 예정인 것도 이익에 보탬이 될 전망이다. 쿠팡의 와우 멤버십은 월 2990원을 내면 무료배송, 무료반품, 와우전용 할인 등 12가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유료 서비스다. 쿠팡에서 한 달에 두어 번만 물건을 산다고 해도 이 서비스에 가입하는 것이 유리하다. 이 와우 멤버십 회비가 오는 6월19일부터 4990원으로 대폭 인상될 예정이다. 
 
회비가 오르면 멤버십을 해지하는 회원도 많겠지만 쿠팡 의존도가 높은 이용자들이 다른 곳으로 갈아탈지는 미지수다. 단, 쿠팡과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네이버와 곧 G마켓의 스마일클럽으로 뭉칠 예정인 SSG닷컴의 멤버십 회비는 쿠팡보다 저렴하다.  
 
또한 비전펀드 등 주요 투자자들이 주식을 팔았다고 해도 여전히 쿠팡의 최대주주는 5억1100만주 이상 보유한 비전펀드다. 지분율만 32.4%에서 29.01%로 소폭 감소한 상태다. 
 
무엇보다 주가가 10달러 근처까지 내려와 부담이 크지 않다는 것이 장점이다. 쿠팡처럼 이익이 없는 기업은 시가총액을 순이익으로 나눈 값인 주가수익비율(PER) 대신 매출액으로 나눈 주가매출비율(PSR)과 자산으로 나눈 주가순자산비율(PBR)로 밸류에이션을 대신한다. 쿠팡의 2021년 실적 대비 현재가로 구한 PSR은 1.14배, PBR은 10.83배다. 참고로 아마존(AMZN)의 PSR은 2.71배, PBR은 9.56배다. 
 
다만 쿠팡의 주가가 반등한다고 해도 위에 쌓인 매물이 많아 상승에 제약이 있다는 사실을 감안해야 한다. 주요 기관 투자자인 캐피털인터내셔널, 배일리기포드, 메사추세츠공대(MIT), 빌앤드멀린더게이츠재단 등은 주당 30달러 부근 또는 그보다 높은 가격에 매수했지만 매물대는 21달러 부근에 두텁게 형성돼 있다. 물론 이를 긍정적으로 바라본다면 흑자 전환 가능성이 높아질 경우 20달러 근처까지는 어렵지 않게 반등할 수 있다고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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