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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연주

본회의 마지막 관문 '법사위원장' 놓고 여야 또 충돌

국민의힘, '입법폭주' 여론전으로 압박…민주당, 법사위서 정부견제 제동 우려

2022-05-25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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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28일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가 국회 본회의에서 진행됐던 '검수완박' 법안 저지를 위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마친 뒤 이동하며 악수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전연주 기자]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과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자진사퇴로 '협치' 발걸음을 뗀 여야가 하반기 원구성 협상을 놓고 또 다시 충돌했다. 갈등의 핵심은 국회 본회의 마지막 관문으로 꼽히는 법제사법위원장이다.
 
앞서 지난해 7월 여야 원내대표는 21대 국회 하반기 법사위원장을 국민의힘이 맡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집권당이 되자 입장을 바꿨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23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후반기 2년 원구성이 국회법에 따라 새롭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협상의 법적 주체는 '현재' 원내대표”라며 원구성 원점 재논의를 주장했다. 
 
그러자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다음날인 24일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을 독식하면서 여당과 협치하겠다는 것은 국민 기만”이라며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은 서로 다른 정당이 맡아야 한다. 이것이 협치를 위한 여야의 상호존중"이라고 민주당을 압박했다.
 
국회는 관례적으로 견제와 균형을 목적으로 원내 1당이 국회의장, 2당은 법사위원장을 맡아왔다. 여야가 법사위원장 자리에 사활을 거는 데는 입법 절차에 있어 법사위원장이 지니는 중요성 때문이다. 모든 법안은 해당 상임위원회를 거쳐 법사위로 향한다. 법사위 문턱을 넘지 못하면 본회의에 이를 수 없다. 새정부 견제를 주장하는 민주당과 새정부 입법 지원이 절실한 국민의힘 모두 법사위원장 사수를 주장하는 이유다.
 
지난 24일 민주당 법사위 간사인 박주민 의원은 기자회견을 통해 “의회로서는 정부에 대한 견제를, 특히 야당 입장에서는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런 입장에서 법사위원장이라는 자리가 다른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라며 “지난 합의와는 달리 개인적으로 법사위원장을 국민의힘에 넘겨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민주당으로서는 다수당의 힘을 활용해 상임위까지 법안을 통과시켜도 법사위에서 제동이 걸릴 수 있어 결국 정부 견제라는 의회의 본래 취지와 목적을 다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24일 김진표 민주당 의원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1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단 후보 선출 의원총회에서 국회의장 후보로 선출된 후 인사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민주당은 24일 21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 후보로 김진표 민주당 의원을 선출했다. 김 의원은 선출 직후 "내 몸에는 민주당 피가 흐른다"고 발언해 정치적 중립성 논란에 휩싸였다. 이에 국민의힘은 새로 뽑힌 국회의장단 후보의 본회의 표결에 당분간 협조하지 않는 '의장단 선출-원 구성 협상 연동' 전략을 꺼내들었다. 의장단 선출 전에 원 구성 협상을 먼저 진행해 법사위원장 자리를 차지하겠다는 심산이다. 새 의장이 선출되면 민주당이 국회의장 직권으로 상임위원회 배분까지 나설 수 있다는 우려도 깔렸다.
 
법사위원장을 비롯한 상임위원장은 표결로 선출되는데 다수당인 민주당이 본회의 상정과 표결을 강행할 경우 국민의힘으로서는 막을 방법이 없다. 이에 국민의힘은 민주당에 '입법폭주' 프레임을 씌워 여론전에 나섰다. 권 원내대표는 지난 23일 윤호중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법사위원장이었던 당시 민주당이 '임대차3법'을 강행 처리한 것을 예로 들며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을 서로 다른 당이 맡아야만 견제와 협치가 가능하다”며 “지금이라도 민주당은 법사위원장을 국민의힘에 맡기겠다고 선언하라. 이것이 국민과 여당에 대한 최소한의 염치”라고 강조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민주당은 제발 삼킬 수 있는 만큼만 베어무십시오"라며 민주당의 원 구성 재논의 주장을 비난했다. 이어 "먹을 수 있는 거 다 먹다가 탈 난다. 입법폭주로 국민들의 지탄을 받으면서도 아직도 국회 일방운영을 기획하다니 제정신이 아니다"라고 맹비난했다.
 
다수당 지위를 활용해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으로 불리는 검찰개혁안을 일방적으로 처리하는 등 '입법 독주'를 진행해온 민주당으로서는 반박 논리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목진휴 국민대 교수는 "과거에는 다수 여당이 입법을 횡포할 가능성이 있어서 법사위원장을 야당한테 줌으로써 잘 조정할 수 있도록 한 게 (법사위원장의)본래 취지"라며 "그런데 지금 여당은 다수당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민주당이)지난번에 합의했던 것을 깨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도 "야당이기 때문에 (법사위원장을)가져야 된다는 논리는 타당하다"고 말했다.
 
전연주 기자 kiteju10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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