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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기재부, '추경호 딸' 의혹 무마 시도…야당 의원에 명예훼손 엄포까지

기재부 고위관료, 김 의원실 찾아 보도자료 배포 무마 시도…"명백한 허위로 명예훼손"

2022-06-23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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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병호·박주용 기자] 기획재정부 고위 관료들이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찾아가 추경호 경제부총리의 딸과 관련한 의혹 제기 무마를 시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이들은 이 과정에서 명예훼손 소송까지 언급하며 김 의원 측을 압박한 것으로 밝혀졌다.   
 
23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김 의원실이 공공기관에 재직 중인 추 부총리의 딸 연봉이 과도하게 올랐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준비하자, 이를 무마하기 위해 지난 22일 오후 기재부 고위 관료들이 김 의원실을 찾았다. 이 과정에서 협박으로 비칠 발언도 있었다는 게 김 의원실 주장이다. 김 의원실은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무기계약직으로 일하는 추 부총리의 딸 연봉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급격히 올랐다는 점에 주목하고 관련 보도자료를 언론에 배포할 예정이었다.
 
21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서울시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차 부동산 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김 의원실이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을 통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추 부총리의 딸이 무기계약직으로 재직 중인 한국과학창의재단의 무기계약직 평균 보수는 2018년 3181만9000원에서 2022년 4341만4000원으로 4년 새 36.46% 올랐다. 이는 각종 수당이 합산된 액수로, 순수 기본급만 따지면 2018년 2105만8000원에서 2022년 3035만4000원으로 44.14% 인상됐다. 무기계약직 연봉이 큰 폭으로 늘어난 데 반해 해당 기관의 정규직 연봉은 제자리였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정규직의 평균 보수는 6748만1000원에서 6866만6000원으로 1.75% 증가에 그쳤다. 같은 기간 순수 기본급은 4729만8000원에서 5094만1000원으로 7.70% 인상됐다. 정규직과 무기계약직의 평균 연봉 증가율은 무려 20배가량 차이가 났다.
 
김 의원실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급여 차가 사회적 불평등까지 야기한 상황에서 이는 분명 반길 일이지만, 다른 공공기관들에 비해 한국과학창의재단의 무기계약직 연봉 오름세가 컸다는 점에서 특혜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고 봤다. 이 기간 추 부총리는 국민의힘 의원으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및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를 지냈다. 더군다나 추 부총리가 지난 21일 국무회의에서 "공공기관, 파티는 끝났다"며 공공기관의 방만한 운영을 강하게 질타하고 고강도 구조조정을 예고했다는 점에서, '내로남불' 비판으로도 연결될 수 있는 사안이었다. 김 의원은 이를 근거로 "공공기관 파티 끝났다더니 가정 내에서 파티를 즐기고 있었냐"며 "파티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추 부총리의 자녀"라고 지적했다.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전경. (사진=뉴시스)
 
김 의원실은 언론에 보도자료를 배포하기에 앞서 해당 의혹에 대한 추 부총리와 기재부의 입장을 확인하려 했다. 그러자 홍모 기재부 기획조정실장 직무대행(공공정책국장)과 김모 기획재정담당관, 황모 사무관 등이 의원실을 찾아왔다. 의원실은 "홍 국장 등이 '이 의혹이 유출돼 기사로 나가면 분명 명예훼손 건이다. 의원실에서 자료를 흘려서 취재가 들어갔다고 해도 명예훼손으로 갈 수밖에 없다'면서 압박했다"고 주장했다. 홍 국장 등은 또 "추 부총리한테도 상황을 설명했는데, 딸의 무기계약직 전환은 문재인정부 정책에 따른 것이고 '딸이 파티를 했다'는 건 명백한 허위"라며 "입장이 강경하다"고 말했다.
 
이에 의원실 관계자가 "명예훼손으로 소송하겠다는 건 추 부총리의 의중이냐"고 묻자, 홍 국장 등은 "네. 확고하시다"고 답했다. 이들은 또 "지금이 인사청문회도 아니고 무조건 의혹을 던지는 건 안 된다"면서 "추 부총리가 딸한테만 특혜를 주고 계속 유지하는 것처럼 의혹이 제기된 부분은 명백히 명예훼손"이라고 강경입장을 유지했다.
 
기재부는 특히 이 같은 반박에도 김 의원실이 계속해서 의혹을 제기할 경우 차후 김 의원의 입법활동 등에 협조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엄포까지 놨다. 의원실 관계자에 따르면, 홍 국장 등은 "김 의원이 열심히 활동하고 계시고 정책들이 나오면 저희가 그걸 같이 협의하거나 조정할 의도가 있는데, 지금 이것 때문에 의원실하고 기재부가, 김 의원과 추 부총리의 사이가 벌어지면 안 좋다"며 "추 부총리가 김 의원을 찾아가 정중하게 부탁하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의원실 관계자는 "기재부가 김 의원의 지역구(경남 양산을) 예산을 삭감할 수도 있다는 경고로 받아들여졌다"고 말했다.
 
(이미지=뉴스토마토)
 
이에 대해 기재부 홍 국장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이게 특혜성으로 비쳐져서는 안 된다"며 "(추 부총리가)야당 의원 시절이고, 지난 정부 정책에 의해 일괄적으로 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의원실과의 논쟁에 대해서는 "추 부총리가 공공기관의 비대화된 부분을 혁신해 나가겠다고 정책을 추진하는데, 따님에게 특혜를 줬다는 식으로 보이는 것은 추 부총리 본인 취지에도 안 맞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보도자료는 안 내는 게 좋겠다고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명예훼손 소송 언급에 대해서는 "말미에 일부 나왔던 이야기"라고 했고, 입법활동에 협조를 안 할 수 있다는 취지로 협박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그런 이야기는 전혀 없었다"고 부인했다. 
 
앞서 추 부총리는 지난 21일 공공기관 구조조정을 주제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공공기관, 파티는 끝났다'는 주제로 발제에 나섰다. 관행과도 같던 공공기관의 방만한 운영과 이로 인한 예산 과다지출 등을 지적하며 이들의 철밥통 이미지를 비판했고, 이에 윤석열 대통령은 "고연봉 임원진은 스스로 받았던 대우를 반납하고 과도한 복지 제도도 축소하는 솔선수범을 보여야 한다"며 "과하게 넓은 사무 공간을 축소하고 호화로운 청사도 과감하게 매각해야 한다"고 고강도 쇄신을 주문했다. 
 
(이미지=뉴스토마토)
 
한편 추 부총리의 딸은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도 '아빠찬스'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그의 딸은 2017년 한국과학창의재단에 파견직으로 채용된 뒤 1년 만에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됐다. 그런데 무기계약직 전환 채용 당시 필기 평가에서 만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점수를 받았지만, 면접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합격했다. 당시 박태현 재단 이사장은 박근혜정부에서 임명한 인사였고, 비상임이사 중에는 이영 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있었다. 추 부총리는 논란에 관해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 따라 일괄적으로 진행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최병호·박주용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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