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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대통령 배웅' 대신 "비겁한 자들에 경종"…윤리위 위기 정면돌파

이준석, 윤 대통령 나토 정상회의 출국 배웅 대신 최재형 혁신위원장 세미나 참석

2022-06-27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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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7일 윤석열 대통령의 출국을 배웅하는 대신 최재형 의원이 주최한 세미나에 참석해 "비겁한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려야 한다"고 작심 발언했다. 최 의원은 이 대표가 주도한 혁신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이 대표가 언급한 '비겁한 사람들'이란 '익명의 힘'을 빌려서 당대표를 흔드는 일각을 지칭한 것으로 해석된다. 당권을 놓고 벌이는 친윤(친윤석열)과의 신경전, 자신의 성접대 의혹을 다룰 당 중앙윤리위원회 등의 위기를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2시 최재형 의원이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연 '반지성 시대의 공성전' 세미나에 참석했다. 공교롭게도 같은 시간, 윤 대통령은 29∼30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키 위해 출국했다. 권성동 원내대표가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윤 대통령의 첫 해외 순방을 배웅했으나 이 대표는 불참했다. 대신 혁신위원장인 최 의원의 행사에 참석하며 당대표 행보를 이어갔다.
 
27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최재형 의원 주최로 열린 '반지성 시대의 공성전' 세미나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 대표는 축사를 통해 "그동안 보수정당의 선거는 박근혜 전 대통령처럼 인기가 높은 지도자의 팬덤에 의존해 치러졌다"며 "그러나 지난해 4·7 재보궐선거와 대선, 6·1 지방선거는 국민의힘이 보수정당 최초로 어젠다를 제시해 승리한 선거"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후 '공성전'의 의미를 설명하면서부터 발언 수위가 높아졌다. 이 대표는 "윤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자유를 35번 강조하셨으나 자유엔 실체가 있어야 한다"라면서 "할 말은 있으나 자기검열하는 사람들, 할 말이 있는데도 타인의 압력으로 말을 못 하는 사람들, 언론에 익명으로밖에 인터뷰할 수 없는 분들은 모두 다 공성전 대상"이라고 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대표의 발언은 사전에 준비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이 대표가 언급한 "익명으로밖에 인터뷰할 수밖에 없는 분들", "비겁한 사람들"이 누구를 지칭한 것인지에 대해 관심이 쏠렸다. 당 안팎에서는 이 대표가 대선 때부터 '익명 인터뷰'를 통해 자신을 저격한 '윤핵관'(윤석열 핵심관계자) 등을 지목한 걸로 보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20일에도 최고위 비공개회의 내용과 윤리위 일정 등을 언론에 흘린 당사자로 배현진 최고위원을 겨냥, 설전 끝에 퇴장하는 소동까지 빚었다. 
 
이 대표 발언은 자신의 정치적 위기를 정면돌파하겠다는 각오도 담았다. 현재 이 대표는 친윤계와의 권력투쟁, 자신의 성접대 의혹을 다룰 윤리위 개최 등으로 수세에 몰렸다.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승리한 직후 이 대표는 혁신위를 발족해 시스템 공천 확립 등 공천제도 전반을 손질하겠다고 공언했으나 이후 장제원·정진석 의원, 배현진 최고위원 등과 공개적으로 마찰을 빚었다. 아울러 이 대표는 2013년 한 벤처기업 대표로부터 성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으로 윤리위에 회부된 상태다. 이 대표는 내달 7일 윤리위에 직접 출석해 제기된 의혹에 대해 소명할 계획이지만, 정치권에선 이 대표의 측근인 김철근 정무실장에 대한 징계가 개시됐다는 점에서 이 대표에게도 '경고' 이상의 징계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대표가 정면돌파를 택한 건 여론이 자신에게 불리하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도 보인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지난 24~25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에게 이 대표 징계 여부를 물은 결과, 이 대표 주장대로 '수사 결과를 보고 징계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응답이 52.2%로 가장 많았다. '논란을 야기해 품위손상을 초래했으니 징계해야 한다'는 답변은 41.9%였다. 다만 국민의힘 지지층에선 '수사 결과를 보고 결정해야 한다'는 대답이 61.1%였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홍준표 대구시장도 26일 정치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윤리위 개최에 관해 "각종 스캔들로 고초를 겪는 정치인들이 참 안타깝다'며 "실수할 때도 있는데 그걸 모든 가치판단의 중심으로 치부해 버리는 세상이 됐다"고 했다. 또 "성남총각'도 멀쩡하게 야당 지도자가 됐지 않느냐"며 이 대표를 응원했다. 홍 시장이 말한 '성남총각'은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 재직 때 여배우 루머를 겪은 이재명 민주당 의원을 가리킨다.
 
최 의원은 국회 세미나 직후 첫 번째 회의를 연 혁신위에서도 권력투쟁을 둘러싼 당내 신경전을 꼬집으며 이 대표에게 힘을 보탰다. 최 의원은 국회에서 열린 혁신위 1차 회의에서 "선거 승리에 자만해 제자리에 머물거나 빈 밥그릇을 놓고 다투는 모습이 되면 우리 당에 대한 국민의 시선이 언제 싸늘하게 바뀔지 모른다"며 "기존의 불합리하고 비효율을 제거하고 미래 대비하는 지속가능한 정당 정비는 물론, 유능한 인재가 들어와 공정 경쟁을 통해 자신의 정치적 포부를 키울 수 있는 사다리를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조해진 부위원장도 "선거 이후 국민에게 보여주는 당의 모습이 책임 있는 집권당의 모습과 거리가 멀다"면서 "가치와 정책을 앞세워서 국민에게 봉사하는 게 아니라 권력투쟁을 하고 권모술수를 하는 것을 정치활동으로 생각하고, 말꼬리를 잡거나 유아적 감정싸움을 정치행위로 착각하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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