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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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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0선 정치의 몰락

2022-07-13 09:47

조회수 : 4,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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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0선 정치인의 한계를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정책에 대한 고민과 깊이, 철학은 찾아볼 수 없고 국정운영을 책임질 최고지도자로서의 막중한 책임감도 엿볼 대목이 없다. 
 
고물가에 허덕이는 민생을 얘기하지만, 정작 경제는 아는 게 없어 보인다. 그저 대외 여건을 탓하기에 바쁘다. 물가를 잡자니 금리를 올려야 하고, 금리를 올리자니 서민들의 이자 부담이 가중되며, 이는 서민경제의 몰락과 양극화의 심화, 다시 소비의 제한과 자영업자를 비롯한 내수산업의 침체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이해나 할까 의심스럽다. 가계부채를 버티다 못해 '영끌'해서 마련한 아파트 버블의 붕괴도 필연적이다. 그렇다고 금리를 억제하자니 한미 기준금리가 역전되며 외국인자금이 빠져나가는 증시 대폭락과 외환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이미 환율이 치솟고 있다. 이러면 수출 전선도 위태롭다. 
 
후보 시절 줄곧 얘기했던 '전문가'에 의존한다지만, 국정 최고책임자가 우선순위의 방향을 제시하지 않는 철학 없는 정책은 결국 관료들 손에 맡겨지게 된다. 이 같은 무지의 결과가 1997년 IMF 사태로 불리는 외환위기였다. YS는 "머리는 빌려 쓰면 된다"고 했지만, 알아야 빌려서라도 쓸 수 있다. 하물며 동네 중국집도 사장이 주방을 모르면 주방장에게 휘둘린다. 이것이 이치다.
 
왼쪽부터 윤석열 대통령, 이재명 민주당 의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박지현 전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의 모습이다. (사진=뉴시스)
 
외교안보도 마찬가지다. 전세계 유일한 분단국가인 우리의 현실을 망각한 채 한미동맹만 외쳐서는 곤란하다. 외교의 목적은 국익에 있다. 국익은 안정적 평화 없이는 실현이 어렵다. 때문에 한미동맹도 국익을 위한 하나의 수단이어야지,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런데 윤 대통령에게 한미동맹은 목적을 넘어선 절대선과도 같다. 전략자산인 반도체를 통한 대중국 압박에 동참하면서도 우리는 대북 초강경 대응이라는 긴장 고조 외에는 얻은 게 없다. 상대가 핵이 있는데 힘을 통한 굴복을 말하는 것은 난센스다. 여기에 일본까지 끌어들이려 한다. 한미일 대 북중러의 과거 냉전시대로 회귀하는 것으로, 한반도의 운명을 열강들 손에 맡기는 꼴이다. 앞으로 중국과의 관계를 어찌 풀 지도 난감하기만 하다. 
 
불과 취임 두 달 만에 국정의 두 축인 경제와 안보가 악화일로다. 시장에 경제 주도권을 넘기며 민생이 나 몰라라 방치된 가운데, 인사는 과거 인연을 소중히 여겨 검찰 출신과 지인을 중용한 끝에 검찰정권의 민낯만 드러냈다. 부인 김건희 여사는 대선캠프에 이어 대통령실 내에서도 함부로 입에 올릴 수 없는 대통령과 동격의 '금기어'가 됐다. 아마추어로 편제된 참모진은 대통령 발언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혼선만 부추기는 골칫거리로 전락했다. 사안마다 전임 문재인정부를 끌고 들어가지만 별반 나을 게 없다. 국민들이 국정운영에 대한 기대감을 거두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다. 
 
준비 안 된 0선의 한계는 비단 윤 대통령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재명 의원은 지방선거 참패의 주역이었다. 나 하나 살자고 명분 없는 인천 계양을 출마를 강행했고, 이를 당의 뜻이라 포장했다. 선거 막판 계양을 판세가 위태로워지자 뜬금없이 김포공항 이전 공약을 꺼내들어 지도부마저 당혹케 했다. 자신만큼이나 강한 비호감의 '윤석열'이라는 상대를 만나 진영논리를 부추긴 끝에 얻은 득표를 온전히 자신의 것이라 착각했다면, 참패로 끝난 지방선거 결과에는 부끄러움을 갖고 대해야 했음에도 '당권'이라는 정해진 수순을 밟고 있다. '개딸'을 향한 "또끔만 더 해두때여" 같은 말장난은 민생을 대하는 그의 책임감에 대한 의심과 함께 정치를 희화화하고 혐오 대상으로 전락하게 한 책임을 묻게 만들었다.  
 
청년정치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박지현 전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도 0선의 한계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이 대표는 대선과 지방선거 승리라는 혁혁한 공로에도 불구, 당대표로서의 포용과 관용 대신 치기 어린 좌충우돌 행보로 모두를 불안케 했다. 사방을 적으로 돌리는 그의 언행은 홍준표 대구시장 지적처럼 '업보'가 돼 그를 고립무원에 이르게 했다. 박 전 위원장은 "당의 결정에 따르겠다"던 말을 뒤집고 자신만은 피선거권 예외가 되어야 한다며 여성과 청년을 제물로 특혜를 요구했다. '할 말은 하겠다'는 소신과 '내 말만 하겠다'는 고집은 엄연히 구분되어야 한다. 여기에 '나만 할 수 있다'는 근거 없는 확신까지 더해졌다. 
 
기득권 정치에 대한 불신과 혐오로 0선의 시대가 열렸지만 결과는 참혹하기만 하다. 준비 안 된 0선이 불러오는 혼돈의 광풍은 한국정치의 또 다른 숙제가 됐다. 정치는 실험이 아니다. 그 실험에 사회가 병들어 죽을 수도 있다. 
 
정치부장 김기성 kisung012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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