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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윤 대통령 '당정분리' 대신 '내부총질'…권성동 '공언'도 '허언'으로

'내부총질' 문자 후폭풍 일파만파…이준석, '양두구육' 응수

2022-07-27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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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주고받은 '내부 총질' 문자 메시지의 후폭풍이 거세다. 권 원내대표는 "제 부주의"라고 거푸 사과했고 대통령실도 "격려·덕담 차원"이라고 해명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수습은커녕 당내 비토와 논란만 불거졌다. 특히 윤 대통령이 당정 분리를 천명했음에도 국민의힘 당무에 관여한 '위선'까지 지적됐다. 이번 문자 공개로 이준석 대표를 향한 윤 대통령의 불편한 속내가 드러나면서 차후 '윤심'(윤 대통령의 의중)을 놓고 벌어지는 '윤핵관'(윤석열 핵심관계자)의 주도권 경쟁도 더욱 격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내부 총질' 문자로 여권 발칵…권성동·대통령실 수습 '진땀'
 
권성동 원내대표는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날의 문자 사건에 대해 "사적인 문자 내용이 저의 부주의로 유출·공개돼 당원과 국민 여러분에게 송구하다"면서 90도로 허리를 숙이고 거듭 사과했다.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이유를 막론하고 당원 동지들과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며 용서를 구한 데 이어 이틀째 사과였다. 이날 대통령실에선 최영범 홍보수석이 "최근 당이 어려움을 겪다가 권 원내대표가 직무대행을 맡아 애를 쓰니까 격려하고 덕담하는 차원이었다"며 "문자 메시지 하나를 지나치게 확대해석하거나 정치적 의미를 과도하게 부여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공동 진화에 나섰다.
 
26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휴대전화가 사진기자단에 포착됐다. 사진엔 권 원내대표가 윤석열 대통령과 나눈 텔레그램 메시지가 담겼다. 윤 대통령이 "우리당도 잘하네요. 계속 이렇게 해야"라며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가 바뀌니 (당이)달라졌다"고 하자 권 원내대표는 "대통령님의 뜻을 잘 받들어 당정이 하나 되는 모습을 보이겠다"고 답했다. (사진=연합뉴스)
 
해당 논란은 26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권 원내대표의 휴대전화가 국회 사진기자단에 포착되면서 일파만파 확산됐다. 사진엔 권 원내대표가 윤 대통령과 나눈 텔레그램 메시지가 담겼다. 윤 대통령이 "우리당도 잘하네요. 계속 이렇게 해야"라며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가 바뀌니 (당이)달라졌다"고 하자, 권 원내대표는 "대통령님의 뜻을 잘 받들어 당정이 하나 되는 모습을 보이겠다"고 답장했다. 윤 대통령은 이에 '엄지 척' 이모티콘으로 화답했다. 대통령과 당 지도부 간 문자가 유출되는 것도 매우 드물지만, 대통령이 집권여당 대표를 '내부 총질'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비판했다는 점에서 여권으로서는 말을 잃게 됐다.  
 
파장은 일파만파다. 박민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페이스북을 통해 "윤 대통령이 세대를 통합하고 세대교체의 교두보가 될 시대의 리더라고 믿었지만, 지금은 잘 모르겠다. 이제 조금 지친다. 지금보다 나은 대한민국도 다음으로 미뤄두겠다"며 기대를 거뒀다. 임승호 전 대변인은 "1년 전 새 동지들과 함께 희망을 쌓아가던 순간들이 사무치게 그립다"면서 "행복했던 추억들이 허무하게 흩어진다"고 허탈감을 표했다. 두 사람은 이준석 대표 시절 당 대변인 선발 오디션 '나는 국대다'를 통해 발탁된 이 대표 측 인사들로 분류된다. 유승민 전 의원도 인스타그램에 별도의 말 없이 해당 문자 사진만 올려놓는 것으로 이번 사건에 대한 불편한 심정을 내비쳤다.
 
김용태 최고위원은 "대통령께서 당대표를 싫어하셨다는 소문이 원치 않는 방식과 타이밍에 방증된 것 같아서 정말 유감"이라고 했다. '1호 혁신위원'인 천하람 변호사도 "여당 내에서 정부를 비판하거나 쓴소리 하는 것에 대해서 (윤 대통령이)안 좋게 보고 계신 것 아닌가 하는 인식이 보인다"면서 "이런 인식을 주면 당내 소신파 의원들이 더 위축되지 않겠느냐 하는 점이 저는 더 걱정”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게시판에선 26일부터 이날 오전까지 문자 유출과 관한 글이 900여건 이상 등록되며 시끄러움을 이어갔다. 권 원내대표와 윤 대통령을 비판한 글이 대부분으로, 이 대표를 향해서는 "토사구팽 당했다"며 안타까워하는 반응들도 뒤따랐다.
 
급기야 울릉도에 머물던 이 대표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그 섬에서는 카메라 사라지면 눈 동그랗게 뜨고 윽박지르고, 카메라 들어오면 반달 눈웃음으로 악수하러 오고"라고 적은 뒤 "앞에서는 양의 머리를 걸어놓고, 뒤에서는 정상배들에게서 개고기 받아와서 판다"고 '양두구육'에 빗대 응수했다. 대통령에게 여당 대표가 '양두구육'을 말하는 작심 비판이었다. 이 대표는 그러면서 "이 섬은 모든 것이 보이는 대로 솔직해서 좋다"고 했다. 앞서 말한 '그 섬'은 여권을, '이 섬'은 현재 자신이 머무르고 있는 울릉도를 지칭한 것으로 풀이됐다. 이 대표는 지난 8일 새벽 당 중앙윤리위원회로부터 당원권 6개월 정지의 중징계를 받은 후 당과 정국 현안에 관한 발언을 자제해왔다.
 
'당정분리' 천명과 다르게 당은 '윤심대로'
 
여권 안팎에서는 "언젠가는 터질 일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윤 대통령이 당정 분리를 천명했으면서도 당 현안에 관여한 게 한두번이 아니었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3월10일 20대 대선에서 승리한 후 선거대책본부 해단식을 하면서 "대통령이 된 저는 모든 공무원을 지휘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당 사무 정치에는 관여할 수 없다"며 당정 분리 원칙을 공언했다.
 
하지만 일련의 상황을 보면 윤심으로 '스텝'이 꼬인 게 한두 번이 아니다. 권 원내대표는 지난 4월 박병석 국회의장의 검찰개혁 중재안에 합의했으나 윤 대통령의 공개 지적에 이를 철회, 정국을 급속하게 냉각시켰다. 김태흠 전 의원이 원내대표 도전을 눈 앞에 놓고 중도 포기한 채 지방선거 충남도지사 선거로 선회한 것, 경기도지사 경선에서 김은혜 전 의원이 유승민 전 의원을 격파한 것 등도 모두 윤심이 뒷배로 작용했다는 게 공공연한 사실이다. 유 전 의원은 경기도지사 경선에서 패한 뒤 페이스북을 통해 "윤석열과의 대결에서의 졌다"며 윤심을 공개 저격했을 정도다. 특히 이 대표가 성접대와 증거인멸 교사 의혹으로 윤리위로부터 당원권 정지의 중징계를 받자 윤심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는 주장이 당 안팎에서 제기됐는데, 이번 문자 공개로 기정사실로 굳어지게 됐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7일 여의도 국회로 출근하며 윤석열 대통령과의 문자내용이 공개된 것에 대한 입장을 밝힌 뒤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권 원내대표의 공언도 '허언'이 됐다. 그는 원내대표 선거 당시 윤핵관 맏형 격인 자신을 향한 우려에 "할 말은 하겠다"며 수직적 당정 관계에서 벗어나 견제와 균형의 수평적 관계를 약속했다. 하지만 문자에서 드러났듯 권 원내대표는 "대통령님의 뜻을 잘 받들어 당정이 하나되는 모습을 보이겠다"는 충성 맹세만 보인 꼴이 됐다. 이에 당 관계자는 "가뜩이나 윤핵관이라는 말이 공공연한데 당 지도부가 대통령의 말을 그대로 추종한다는 인상만 더 짙어졌다"고 했다. 장성철 정치평론가는 "'다름'이 '틀린 것'이 아닌데, 대통령의 생각이 그렇다면 이 정권은 망했다. 민주당이 정말 좋아하겠다"며 이 대표 축출에 윤 대통령이 배후에 있음을 시사한 뒤 "박근혜의 배신의 정치, 윤석열의 내부 총질"이라고 했다. 

반면 한 친윤(친윤석열) 의원은 "당정 분리는 대통령과 당의 관계에 관한 원론적 입장일 뿐이지, 대통령이 당의 현안과 완전히 분리돼 국정을 하는 게 가능하느냐"며 "대통령제든 의원내각제든 어떤 정치체제를 막론하고 집권여당이 어떻게 되든 대통령은 관여하지 않겠다거나 관여하지 마라 이런 건 정치 본질을 모르는 소리"라고 반박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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