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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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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여권 위기는 윤 대통령에게서 비롯됐다!

2022-08-05 10:00

조회수 : 4,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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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접어든다. 민주당과 정의당의 비대위 체제에 국민의힘마저 가세하면서 원내 1·2·3당 모두 비대위라는 웃지 못할 정치 환경을 경험하게 됐다. 문제는 민생과 관련 없는 '비상'이라는 점에 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물가와 금리에 서민의 한숨은 커지는데, 이를 돌봐야 할 정당들은 선거 패배와 권력투쟁에 비상 상황을 맞았다. 특히 국민의힘은 지방선거에 대승하고도 두 달 만에 극심한 내홍에 휩싸이며 정국 혼란을 부채질하고 있다. 그렇게 국정의 중심도 무너졌다.  
 
국민의힘이 비대위로의 전환을 서두르는 건 현 위기가 엄중하다는 판단에 기인했다. 무엇보다 "내부총질" 문자 여파가 컸다고 바라본다. 화살은 '윤핵관'의 맏형 격인 권성동 원내대표를 향했다. 대통령실 9급 채용 설화에 이어 대통령과 주고받은 텔레그램 메시지마저 유출하는 '대형사고'를 친 데 따른 책임 추궁이다.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도는 30%마저 무너지며 20%대로 주저앉았고, 당 지지도 역시 민주당에 크게 뒤지는 처지로 전락했다. 최고위원 줄사퇴에 연판장까지 전달되는 압박에 권 원내대표는 당대표 직무대행 직을 내려놓는 한편 비대위로의 전환에도 동의했다. 원내대표 임기를 마무리 짓고 당대표로 직행하려던 그의 꿈은 수포로 돌아갔다. 
 
권 원내대표가 만신창이가 되는 동안 윤석열 대통령은 침묵을 지켰다. 파문의 원인이 됐던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를 쓰고 보낸 이는 다름 아닌 윤 대통령이었다. 그렇게 이준석 대표에 대한 속마음을 드러내고 "우리 당도 잘한다"며 "계속 이렇게 해야"라고 독려했다. 약속했던 당정분리 대신 당무에 관여해 평가하고 지시까지 내리며 당 위에 군림했다. 수평적 당정관계를 약속했던 권 원내대표가 "대통령님의 뜻을 잘 받들어 당정이 하나되는 모습을 보이겠다"고 엎드리자, '엄지 척'의 이모티콘으로 제왕의 모습을 보였다. 
 
윤석열 대통령(사진=연합뉴스)
 
흡족감을 보였던 권성동 체제가 문자 유출 사태로 붕괴됐음에도 윤 대통령은 해명 한마디 내놓질 않고 있다. 오히려 매일 출근길 진행하던 도어스테핑(약식회견)마저 예정에 없던 일정을 추가하며 기자들 질문을 피했다. 그리고는 휴가를 떠났다. 사태가 진정된 뒤 돌아오겠다는 의도로 해석됐다. 아내와 연극을 관람하고 뒤풀이까지 즐기는 대통령의 모습에서 책임 따위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런데도 국민의힘은 대통령에 대한 통렬한 성찰을 촉구하는 대신 윤석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겠다며 윤심 구애에만 몰두하고 있다. 대통령과 윤핵관의 '이준석 축출' 의도가 문자로 확인됐지만 이를 질타하는 목소리도 소수에 그쳤다. 오히려 이번 기회에 '이준석을 아예 몰아내겠다'는 단결력으로 뭉쳤다. 차기 총선의 공천은 그렇게 보장됐다.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 시선은 극히 냉랭했다. 5일 발표된 본지 정기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 절반이 넘는 52.9%가 여권의 위기 원인을 윤 대통령에게서 찾았다. 권성동 원내대표를 비롯한 윤핵관은 19.4%, 윤 대통령이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로 규정한 이준석 대표는 18.6%에 그쳤다. 그러는 사이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도는 32.1%를 기록, 반등 한 주 만에 다시 떨어졌다. 특히 보수 지지성향이 강한 60대 이상과 보수의 심장부로 여겨지는 대구·경북(TK)에서도 절반 이상이 부정평가를 내렸다. 민심의 풍향계로 여겨지는 중도층에서는 27.7%의 지지도를 보이며, 30% 선마저 무너져 내렸다. 전통적 지지층마저 윤 대통령에게 강한 실망감을 드러내며 등을 돌리면서 추가 하락의 불안감도 키웠다.
 
준비되지 않은 인물을 살아있는 권력에 맞서는 정의로운 검사 이미지 하나로 대통령으로 뽑은 국민들은, 안철수 의원 말마따나 손가락을 자르고 싶어한다. 책임 회피와 남 탓을 할 때가 아니다. 국민들이 책임을 물은 것에서 알 수 있듯 위기의 근원은 윤 대통령 자신이다. 자신에 대한 쇄신부터 나서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이자, 여권이 살 길이다. 대체 어디까지 추락해야 위기감을 가질 것인지 한심함을 넘어 애처롭기 짝이 없다.   
 
정치부장 김기성 kisung012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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