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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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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대 'MBC' 여진에 국내외 언론탄압 사례도 소환

동아일보 백지광고 사태가 대표적…언론 통폐합에 보도지침 시절도

2022-11-22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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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대통령실과 MBC 간 대립이 점입가경이다. 지난 9월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순방 중 있었던 '비속어' 발언을 MBC가 자막을 입혀 첫 보도하면서 갈등이 격화됐다. 이에 따라 전 국민은 '바이든' 대 '날리면' 듣기평가를 치러야 했다. 윤 대통령은 한미동맹 훼손을 이유로 MBC에 대한 불쾌감을 노골화했고, 급기야 윤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에 MBC 기자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 불허로 이어졌다. 지난 18일 MBC 기자와 대통령 참모 간 격한 설전이 오간 끝에, 대통령실은 21일 윤석열정부 상징처럼 여겨지던 출근길 문답, 이른바 도어스테핑(약식회견)을 전격 중단하기에 이른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대통령실 대응을 '언론탄압'으로 인식하면서 국내외 사례들도 하나씩 소환되고 있다. 지난 18일 발표된 뉴스토마토-미디어토마토 정기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 63.0%는 MBC에 대한 대통령실의 전용기 탑승 배제 방침에 대해 "부적절했다"고 질책했다. 대통령실 주장대로 "적절한 조치"라는 응답은 31.4%에 그쳤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동아일보 백지 광고 사태
 
1974년 박정희 군사정권 당시 '동아일보'가 광고를 백지로 내보내야 했던 백지 광고 사태가 있었다. 기자들이 박정희정권의 보도 통제와 언론인 연행 등에 항의하는 '자유언론실천선언'을 발표하자, 중앙정보부가 기업들에 압력을 넣어 광고계약이 줄줄이 취소되면서 벌어졌다. 결국 '동아일보' 경영진이 박정희 전 대통령의 군사독재에 반대하는 시위에 나섰던 직원들을 강제로 해고함으로써 사태가 종결됐다. 1975년 3월에는 경영 악화를 이유로 기자 18명을 해고했다. 이후 5월까지 두 달 동안 직원 116명이 추가로 해임 또는 무기정직됐다. '광고 탄압'은 사건이 정리된 뒤인 1975년 7월 중순에야 풀렸다. 당시 해고당한 직원들은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를 결성해 민주화 운동에 나섰다.
 
언론 통폐합 및 비판적 언론인 강제 해직
 
1980년 전두환정권 때에는 대대적인 언론 통폐합과 정권에 비판적인 언론인을 대한 강제해직 사태가 있었다. 전국 64개 언론사를 신문사 14개, 방송사 3개, 통신사 1개로 통합했다. '동아방송'(DBS)과 '동양방송'(TBC)은 '한국방송'(KBS)에 흡수통합됐고, 종합방송이던 '기독교방송'(CBS)의 보도·광고 기능은 정지됐다. 신문사도 '신아일보'가 '경향신문'에 통폐합됐다. 통신사는 '연합통신' 단일체제로 바뀌었다. 또 같은 해 7월31일부터 8월16일까지 권력장악에 저항적이거나 비판적인 1000여명의 언론인을 강제 해직시켰다.
 
대표적 언론 통제 사례 '전두환정권 보도지침'
 
전두환정권은 언론 통폐합 이후 '보도지침' 등을 통해 보도를 통제했다. 문화공보부 산하에 홍보조정실을 신설해 각 언론사에 보도지침을 전달했다. 보도지침에는 보도의 방향 뿐만 아니라 분량과 형식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정권의 지시가 담겼다. 어떤 뉴스를 어떤 내용으로 어느 위치에 몇 단 기사로 싣고 제목에서 어떤 표현을 사용하라는 것, 사진을 싣거나 싣지 말라는 것까지 세세하게 지침을 내렸다. 정부 부처의 자료를 어떻게 처리하는 등의 사항도 구체적으로 지시했다. 이후 '땡전뉴스'로 대표되는 사례처럼 언론은 정권 홍보 수단으로 악용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정권의 보도지침은 김주언 한국일보 기자와 민주언론협의회의 기관지로 창간된 '말'지를 통해 폭로됐다.
 
1986년 7월5일자 보도지침 내용이다. (사진=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제공)
 
종편 출범의 서막, 미디어법 논란
 
2009년 이명박정부 때에는 종합편성채널 출범을 놓고 여야 간 대립이 극심했다. 당시 7월 신문사가 방송사를 겸영할 수 있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 미디어법은 여야 간 극심한 몸싸움 끝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민주당은 대리 투표와 일사부재의 위반 문제 등 절차상 이유로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지가처분 및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지만, 헌재는 같은 해 10월 절차상 문제를 인정하면서도 미디어법이 무효라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주요 일간지들은 종편 사업권자가 되기 위해 경쟁에 뛰어들었고, 'TV조선'(조선일보)과 'JTBC'(중앙일보), '채널A'(동아일보), 'MBN'(매일경제) 4개사가 2011년 12월에 개국했다.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은 "이명박정부의 언론장악 시나리오 완결판"이라고 비판에 나서며 여당이었던 한나라당과 대립했다. 종편 사업자 선정에 반대해온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2011년 12월1일자로 1면에 '백지광고'를 내며 종편의 여론독과점을 경고했다.
 
세월호 참사 관련 공영방송 보도 간섭 논란
 
2016년 박근혜정부 때에는 세월호 참사 당시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김시곤 KBS 보도국장에게 전화해 세월호 관련 해경 비판 보도를 자제해달라는 요청을 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됐다. 2014년 4월 세월호 구조 과정을 비판한 뉴스가 보도되자, 이 전 수석은 김시곤 보도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공영방송까지 전부 이렇게 (정부를)짓밟는다. 말만 바꾸면 되니까 한 번만 더 녹음 좀 더 해달라"고 말해 문제가 됐다. 당시 여야 의원들은 이 전 수석의 KBS 보도 통제 외압 논란을 둘러싸고 공방을 벌였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 시절에는 CNN 백악관 출입금지 
 
해외 사례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집권 시절에 발생한 CNN 기자의 백악관 출입 금지 사태가 있다.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8년 11월7일(현지시간) 중간선거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짐 아코스타 CNN 백악관 출입기자와 이민자 정책 등을 두고 언쟁을 벌였고 이후 백악관은 CNN의 출입을 정지시킨 뒤 출입증까지 수거해갔다. 며칠 뒤인 11월11일 유럽에서 열린 1차 세계대전 종전 100주년 기념식 때 에어포스원을 탔던 다른 기자들과 달리 CNN 기자들은 민항기를 타야 했다.
 
CNN의 출입 정지에 백악관 출입기자단은 성명을 내고 "(백악관 출입을 위한)보안 허가를 불편한 관계의 기자를 벌주는 도구로 사용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결정에 강하게 반대한다"며 즉각 출입정지 조치를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 주요 언론뿐만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에게 우호적이었던 폭스뉴스도 '기자들에 대한 취재 허가증을 무기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비판하며 CNN 편에 섰다. 이후 CNN은 백악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기자의 출입정지 조치를 즉각 해제하라"고 명령하면서 CNN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 2018년 11월7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기자회견 중 CNN의 짐 아코스타 기자와 언쟁을 벌이는 모습이다. (사진=뉴시스)
 
영국 보리스 존슨 총리 때도 특정 언론 배제 논란
 
영국에서는 2020년 보리스 존슨 전 총리가 특정 매체 기자들의 언론 브리핑 참석을 금지해 논란이 됐다. '가디언'과 '더 타임스' 등 영국 언론에 따르면, 총리실은 2020년 2월3일 영국과 유럽연합(EU)의 무역협상을 주제로 총리 관저에서 열린 정부 공식 브리핑에서 데일리 미러, 허프포스트, 인디펜던트 등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사 기자들의 참석을 배제했다. 당시 '가디언'은 영국 총리실이 정부의 정책 브리핑에서 특정 언론사들만 선별한 전술은 트럼프 대통령이 비판적 언론사를 배제해온 행태를 연상시킨다고 지적했다.
 
정권마다 권력과 언론의 긴장관계는 항상 있었다. 다만 언론을 대하는 정부의 태도는 달랐다. 한국의 역대 세계 언론 자유 지수를 보면, 노무현정부 때였던 2006년 31위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그러다 이명박정부 때는 최저 69위까지 하락하더니, 박근혜정부 때는 최저 70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어 문재인정부 와서 최고 41위까지 다시 올랐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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