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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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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푸어 재등장①)'벼락거지' 피했더니…고심 커지는 '영끌족'

지난해 상대적 박탈 피해 영끌족 행렬 동참…올 집값 하락에 '속수무책'

2022-12-05 06:00

조회수 : 4,3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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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올해 초만 해도 집값은 무섭게 오르고 금리는 낮다 보니, 급한 마음에 상당한 돈을 끌어다 집을 샀어요. 요즘 너무 후회됩니다."
 
집값이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던 올해 1월 서울 강북구 소재 전용면적 84㎡ 아파트를 8억원 선에 매입한 직장인 하모씨(35·남)는 최근 이 아파트 때문에 밤잠을 설치고 있다. 1년도 안 돼 집값이 1억원가량 빠진 반면, 금리 인상으로 매달 갚아야 할 원리금은 무섭게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벼락거지'를 면하기 위해 뒤늦게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는)족' 행렬에 동참했다가 고통을 호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최근 수년간 주택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상대적 빈곤을 벗어나기 위해 부동산 투자에 동참했다가, 올해 하반기 들어 집값이 반락하고 금리 인상에 주택담보대출 이자 부담을 견디지 못하는 '하우스푸어' 계층으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자기 자본이 충분치 못한 경우라면 매물을 빠른 시간 내 정리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는 조언도 나온다.
 
실제로 올 하반기 들어 주택 가격은 부동산 시장의 전반적인 경색과 기준금리 인상 흐름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고되면서 연일 낙폭이 커지는 추세다.
 
4일 한국부동산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기준 전국·수도권·서울 아파트값은 모두 2012년 5월 시세 조사 이래 가장 큰 폭의 하락세를 기록했다. 아울러 최대 낙폭 기록도 매주 경신되고 있는 상황이다.
 
전국은 1주 전 -0.5%에서 -0.56%로, 수도권은 -0.61%에서 -0.69%로 낙폭이 확대됐다. 서울 역시 -0.52%에서 -0.56%로 하락폭이 더 커졌다.
 
특히 서울 외곽 지역인 '노도강(노원·도봉·강북)'의 경우 약세가 더 두드러졌다. 도봉구는 -0.99%로 하락폭이 -1%대에 다가섰고, 노원구와 강북구도 각각 -0.95%, -0.87%를 기록했다. 노도강은 지난 수년간 영끌족들이 대거 몰린 대표적인 지역이다.
 
문제는 지난해 무주택자에서 유주택자로 전환된 가구 수가 크게 증가했다는 점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주택소유통계'에 따르면 일반 가구 중 주택 소유 가구는 1206만3000가구로 1년 전(1173만 가구) 대비 2.8%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는 벼락거지를 피해 '패닉 바잉(공황 매수)'으로 돌아선 영끌족이 두드러지게 많았던 시기로, 통계 상 증가분에는 이들 계층의 물량이 상당수 포함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전국적으로 집값이 고점을 찍었던 만큼 이 시기 매입에 나섰던 영끌족들은 더 큰 금융 부담을 느낄 가능성이 높다.
 
현재 우리나라의 기준금리는 3.25%로 내년 상반기 내 0.25%포인트가 더해진 3.5% 안팎에 고착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미국 금리와의 상황을 고려하면 이 같은 상단은 얼마든지 상향 조정될 수 있다. 이에 주담대 금리도 내년 초 9%대에 근접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업계는 내년 하우스푸어 계층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올 하반기부터 이어지는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최소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데다 거래 시장 냉각에 매수세가 끊어지며 이를 견디지 못하는 매물도 나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서진형 공동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MD상품기획비즈니스학과 교수)는 "지난해 영끌 세대들이 내집마련에 동참했지만 현재 고금리 기조 등 경제 흐름 급변에 큰 혼란을 겪고 있다"며 "내년에도 금리 인상이 예고되고 이에 따른 이자 부담 역시 더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주택 시장의 계층 간 양극화가 발생하고 하우스푸어 역시 늘어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영끌 세대라 해도 소득 수준이 높다면 내년 파고를 넘을 수 있겠지만, 소득이 낮고 자기자본이 충분치 못하다면 이를 견디기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며 "경우에 따라서는 더 큰 부담을 안기 전에 매물을 정리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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