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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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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이 필요한 키오스크

2022-12-15 16:39

조회수 :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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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전자기기를 잘 다루는 편이어서 식당, 카페 등에 설치된 키오스크 앞에 다가서는 데 별다른 어려움이 없다. 동행한 이들이 키오스크를 보고 조금이라도 난감한 기색을 보일 때면 상대가 민망하지 않도록 재빨리 키오스크 앞에 다가서서 빠른 주문을 척척 해내는 편이다. 별 것도 아닌 주문에 괜히 누군가의 기가 눌리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홈플러스가 지난 11월21일 '키오스크 손쉽게 이용하기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홈플러스)
 
그러나 최근 그 난감의 주인공이 내가 됐다. 한 프랜차이즈 키오스크였는데 사용해본 적 있는 키오스크였지만 메뉴 구성이 바뀌었다. 나열방식에서 묶음 방식으로 바뀌어서 대분류에 진입한 뒤 소분류를 선택해야 하는 형식이었다. 그러나 대분류에 대표 상품의 이미지만 표출돼 있던 터라 이미지에는 내가 찾는 상품이 없었다. 텍스트로는 표기가 돼 있었지만 다른 제품명과 함께 표시돼 다른 상품군으로 착각했다. 비활성화된 '다음' 버튼만 하염없이 누르며 키오스크멍을 때리는 장관이 펼쳐졌다.
 
그나마 친화력이 높은 편이어서 점원과 눈빛을 교환한 뒤 찾는 메뉴가 없다고 당당히 보고했다. 내가 사용이 미숙할 리 없다는 표정으로 얘기했다. 점원은 바로 웃음을 터뜨리며 눌러야 하는 메뉴의 위치를 알려줬다. 다시 키오스크 앞으로 갔지만 같은 상황이 되풀이됐고 결국 점원이 조리대 밖으로 나와 알려주는 웃지 못할 풍경이 연출됐다. 
 
"나마저 이러는데"라는 생각이 들며 새삼 키오스크 사용에 대한 경각심이 번뜩 들었다. 키오스크 보급을 두고 어르신들의 사용 불편 문제가 논란이 된 적은 있다. 이 문제에 공감해 실생활에서 어르신의 키오스크 사용을 도와드리기도 했다.
 
그러나 키오스크 사용은 어르신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얼마 전 한참 어린 후배와 방문한 카페에서 후배는 키오스크 사용 미숙으로 싫어하는 음료를 꾸역꾸역 마시게 됐다고 했다. 미팅자리여서 한가롭게 키오스크를 익힐 수가 없어 되는 대로 누르다보니 그렇게 된 것이다.
 
편리함을 내세우는 키오스크가 누군가에게는 퍽 불친절한 존재인 셈이다. 새로운 기기 사용에 익숙지 않은 모든 이들에게 장벽이 될 수 있는 존재다. 특히 키오스크가 한정적으로 설치된 곳에서는 주문하는 사람이 많아 뒤에서 기다리고 있는 경우도 종종 있는데 이럴 때 앞에 선 사람은 더욱 당황할 수밖에 없다. 나처럼 점원을 불러낼 용기가 없는 사람이라면 키오스크는 기피의 대상이 될 수도 있겠다.
 
더군다나 시각장애인 등 화면으로 주문하는 것이 더 어려운 이들도 있다.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는 키오스크 앞에서 시각장애인은 기술의 진화가 아닌 퇴행을 느끼게 된다. 
 
이제는 키오스크가 친절을 배울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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