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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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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할머니의 친절

2022-12-26 17:57

조회수 :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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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여행 중 유모차에 아이를 태우고 쇼핑몰을 오르락내리락 하던 중 다시 올라가기 위해 3층에 섰습니다. 엘리베이터가 꽉 차 한대를 보내고, 다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새로운 엘리베이터가 열였고, 3명의 사람이 타있었죠. 탈 수 있나 없나 가늠하고 있는데, 백발의 할머니가 유모차를 보더니 쓱 내리셨습니다. 어서 타라는 손짓을 하며 에스컬레이터쪽으로 걸어가셨습니다. 음식점이 위치한 7층 버튼에 불이 남겨져 있던 걸로 보아 더 올라가야 했지만, 엘리베이터 말고는 이동이 쉽지 않은 모습을 보곤 자리를 비켜주셨던 거였습니다. 
 
제멋대로인 3살 아이가 갑자기 울거나 소리를 지르는 등 생떼를 부리는 일이 잦아 여행이 가능할까 싶었지만, 일본 도쿄는 생각보다 '키즈프렌들리(Kids Freindly)'한 곳이었습니다. 남일에 무관심하다는 일본사람들 특성이라고 처음에는 생각했지만, 아이 울음소리에 관대했고, 아이의 투정에 끙끙거리고 있으면 먼저 손길을 내밀어 주곤 했습니다. 엘리베이터 앞에서는 자신의 다급함보다는 약자를 생각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먼저 기다리고 있어도 뒤에 아이가 있거나 노인이 있으면 기꺼이 엘리베이터 문을 잡아주며 양보하는 모습이 일상이었습니다. 
 
여행객 모습. (사진=뉴시스)
 
양보가 당연한 것은 아닙니다. 아이가 있다고 우대받는 것도 당연한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양보를 받은 아이는 양보를 하는 것을 보고 자랄 것이고, 자신보다 어리거나 약한 사람에게 양보하는 습관을 갖게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한국에서는 노키즈존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엘리베이터 앞에서도 아이의 자리가 없는 일이 대다숩니다. 아이와 외출할 때면 울지 않을까 소리 지르지 않을까 망설이게 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아이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을 하고는 있지만, 아이에 대한 이해와 배려는 부족해 보입니다. 아이에 대한 부족한 배려가 쌓이고 쌓이다 보면 더 이상 아이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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