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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서

(뉴스북)더 글로리 속 복수자 '문동은'을 응원하는 이유

2023-01-1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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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20일 서울 동대문구의 한 호텔에서 열린 넷플릭스 '더 글로리' 제작발표회에서 안길호 감독, 김은숙 작가, 배우 송혜교 등 주역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우영우싸개’
 
지난해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인기리에 종방되고 난 이후 청소년들이 우영우싸개라는 단어를 만들어 사용한다고 합니다. 우영우싸개는 나이 든 여성이 출산을 할 경우 드라마 중 우영호 변호사와 같이 장애인을 낳는다고 비하하면서 만든 혐오 표현 중 하나입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드라마가 방영된 이후 장애인의 세상에 대한 기사, 프로그램 등이 나오면서 그들에 대한 이해에 한발 다가선 모습과 달리 현실은 여전히 약자에 대한 혐오가 가득한 겁니다. 
 
돌이켜보면, 청소년 시절 교실 안 장애인의 모습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저는 중학교 2학년 당시 지체 장애인과 함께 생활했는데, 그 친구의 짝꿍은 항상 담임선생님이 지정해줬습니다. 같은 반 아이들의 욕설, 놀림, 괴롭힘의 대상이 되지 못하도록 옆에서 지켜주라는 특명까지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짝꿍이 틈을 보이면, 그 장애인 친구는 어김없이 괴롭힘을 당했던 기억이 납니다. 발로 차거나, 지우개 가루를 급식에 섞어 먹게 하는 등 상상 못 할 괴롭힘이 이어졌습니다. 
 
‘더 글로리’ 속 문동은(송혜교역)도 혐오에 휩싸여 있습니다. 달방에 사는 문동은, 한부모 가정 자녀인 문동은. 문동은을 괴롭히던 박연진은 자신의 풍요로운 경제적 상황, 부족함없는 부모의 지원을 과시하면서 문동은을 괴롭힙니다. 고데기로 지지고, 문동은이 사는 달방에 돌연 찾아와선 신발 신고 들어와 한 사람의 삶의 공간을 뭉개는 모습도 보입니다. 극중 박연진과 친구인 또 다른 가해자 전재준과 송명오는 여성인 문동은을 성적으로 모욕을 주면서 괴롭히는 모습도 나옵니다. 
 
드라마를 보고 있자니, 가해자들의 모습이 꼭 상상 속의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영우싸개라는 괴상한 단어를 만들어 그 말이 담은 폭력성을 모르고 웃고 즐기는 이들. 장애인 친구에게 지우개 가루를 먹이며 낄낄거리던 그들. 문동은을 고데기로 지지던 가해자들. 그 중심에는 ‘내가 상대에게 이렇게 행동해도 된다’는 무례함이 가득합니다. 
 
그래서 저는 문동은을 응원하고 있습니다. 피해자들의 삶이 얼마나 처참한지, 똑똑히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한 번쯤 되돌아봤으면 좋겠습니다. 나의 말이 칼이 되지는 않는지, 나의 행동이 한 사람의 삶을 무너뜨리지 않았는지. 피해자의 연대가 다소 폭력적이더라도 드라마에서나마 승리했으면 하는 이유입니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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