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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연

(뉴스북)'광고비냐 후원비냐' 시민구단의 미래는

2023-02-03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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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2일(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H조 최종 3차전 대한민국과 포르투갈의 경기, 후반전 이강인이 프리킥 실패 후 아쉬워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근 프로축구 시민구단이 비리의 온상으로 손가락질 받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연고지와의 스킨십이 중요한 축구 팀 특성상 시·도민의 축복 아래 탄생했던 과거 배경을 생각할 때 안타까운 일입니다.
 
문제의 발단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 성남FC 구단주를 맡을 당시 기업들로부터 받았던 광고비의 실체가 뭐냐는 것입니다. 모기업의 후원을 받는 기업구단과 달리 재정이 열악한 시민구단은 기업들의 후원비로 거의 운영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유니폼 광고를 비롯해 여러 홍보수단으로 구단을 활용하며 한 해 운영비를 모으는 형국입니다.
 
검찰은 이 돈들을 순수한 '광고비'가 아니라 특정 편의를 봐주는 대가 즉 이 대표를 향한 '후원비'라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이 대표와 민주당은 "검찰 수사 단계에서 광고비가 졸지에 후원비로 둔갑했고, 시민구단 특성상 구단주가 구단 운영에 개입할 여지가 없다"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어느 한쪽도 물러서지 않은 상황인데 결국 진실은 법정에서 가려질 거 같습니다.
 
일반적인 시민구단 운영을 생각할 때 광고비가 특정 구단주를 위한 후원비로 활용됐다는 주장을 쉽게 이해하기는 힘듭니다. 지금도 다른 시민구단들은 여러 광고비 유치에 힘쓰며 구단 운영비를 충당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태동 당시 오직 기업구단으로만 시작됐던 국내스포츠는 지난 2002년 대구FC가 창단되며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습니다. 축구단이라는 말이 익숙했던 시절, 클럽이라는 말도 이때 국내에서 제대로 쓸 수 있게 됐습니다. 또 스포츠 팀 명칭에 기업명만 들어가던 게 일반적일 때 연고지명이 들어갔습니다. 시민을 위한 축구 클럽이었기 때문입니다.
 
이후 수원FC, 인천유나이티드, 경남FC, 부천FC, 강원FC, 광주FC 등 수많은 시민구단이 탄생했습니다. 시의 예산을 좀먹는 하마라는 비판도 받는 상황이지만, 프로축구 발전에 시민구단 탄생이 기여한 것은 반박할 수 없는 팩트입니다. 시민구단의 탄생으로 프로축구가 제대로 된 골격을 갖추게 됐고 1·2부 승강제도 무리 없이 시행할 수 있게 됐으니까요.
 
현재도 시민구단은 지역사회 유소년클럽 등을 운영하며 지역민들에게 축구로 즐거움을 주고 있습니다. 프로 선수들이 시·도를 대표해 경기를 뛰며 이름을 날리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요. 이런 상황에서 시민구단이 마치 비리의 소굴이라도 되는 것처럼 인식되는 것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현재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을 이을 것으로 평가받는 국가 대표 미드필더 이강인(마요르카)도 인천 유나이티드 유소년 팀 소속입니다. 스페인 FC바르셀로나 유소년팀을 거친 이승우(수원FC)도 이 팀에서 뛰었습니다. 시민구단 유소년팀이 장래 국가대표 젖줄이 된 셈입니다. 앞으로도 시민구단은 지역사회과 밀착해 이러한 여러 순기능을 발휘할 겁니다. 이때마다 광고비 논란이 나온다면 시민구단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게 될 것은 물론 추후 창단하려는 지자체가 더 나올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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