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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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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워지는 매장

2023-02-23 17:02

조회수 : 2,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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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과 22일 반짝 한파가 다시 찾아왔지만 동네 가게에서는 좀체 예전의 온기를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음식점도, 카페도 냉기가 가득했습니다. 난방을 확 줄인 탓입니다.
 
중소상인, 자영업자, 시민단체들이 22일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서 가계부담 긴급대책 촉구 회견 후 난방비 등에 힘든 서민을 표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연일 전기요금, 난방비 인상에 대한 이슈가 보도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소상공인들은 요금 청구서를 비교해가며 난방비 인상으로 인한 어려움을 토로하고 나섰습니다. 30% 가까이 오른 요금을 두고 소상공인들은 원자잿값 인상에 금리 인상까지 겹친 상황이었기에 재난과 다름없다고 말합니다. 특히 생계형 소상공인의 경우 그 정도가 더욱 심각합니다.
 
그래서 아무리 매장이 추워도 불평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원래도 매장이 춥다고 해서 불평을 했겠느냐마는 이제는 낮은 온도를 이해하게 됩니다. 나 하나 춥다고 매장 온도를 올려버리면 음료 값의 수배의 난방비가 나올 것 같아서요. 그러면서도 겨울엔 따뜻한 매장의 온기가 그립기도 합니다. 이러다 손님들이 추위를 피하기 위해 추웠던 매장은 다시 들르지 않는 부작용도 생겨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최근 한파 속에서도 따뜻했던 곳은 제 기억에 은행, 백화점뿐이었네요. 그곳은 패딩이 무색할 정도로 외투가 필요 없는 수준의 온도였습니다. 난방비에 생계가 달린 이들과 난방비에 상관이 없는 이들의 차이겠지요. 아, 한 곳 더 있습니다. 강원도 인제에 친구들과 여행을 다녀왔는데 유난히 친절하던 펜션 업주 분은 방을 찜질방으로 만들어주셨습니다. 김치전도 만들어주시고 다음 날도 퇴실시간 상관없이 푹 쉬다 가라고 하셨는데 나오면서 '난방비 많이 나오겠다'하는 생각에 송구스런 마음이 들었습니다. 따뜻함이 편함과 불편함이라는 양가감정을 불러내더군요.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분할 납부 정도의 카드만 꺼냈습니다. 이런 복합위기 시 에너지 비용 급등에 따른 대책이 부재한 영향도 있겠습니다. 그래도 장사하는 사람들에게 "안 쓰는 게 답"이라는 발언은 가슴을 더 답답하게 만들기에 충분한 것 같습니다. 모든 것을 정부의 탓으로 돌릴 수는 없지만 충분한 고심은 더 필요하지 않았나 싶네요.
 
이러다 곧 봄이 오겠죠. 3월6일이면 경칩입니다. 꽃샘추위 때를 빼고는 난방비에 대한 언급이 서서히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이런 위기 상황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매뉴얼을 만들지 않고 이렇게 겨울이 지나갑니다. 시간이, 계절이, 기온이 해결해 주는 방식으로 어물쩍 말입니다. 
 
주말에 미용실을 갈까 하다가 고민이 됩니다. 유난히 긴 머리와 많은 숱 때문입니다. 평소에도 숱 추가비를 지불하며 시술을 하는데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저 같은 손님은 더더욱 반가울 것 같지 않아서요. 제 머리로 인해 부가 비용들이 더 들 테니까요. 게다가 시술 시간도 길어 제가 그 추위 속에 가만히 앉아있을 자신도 없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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