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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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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범종입니다.
흉내낸 가짜 질서, 두줄 서기

2023-02-27 15:47

조회수 : 2,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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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서울 곳곳에는 가짜 질서가 연출됩니다. 당장 전철역 승강장을 가 보세요. 대부분 스크린 도어 앞 양쪽에서 두 줄 서기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차 문이 열리는 순간, 두 줄 서기를 한 이유가 사라집니다. 둘 중 한 줄은 이기고 다른 줄은 지기 때문입니다.
 
두 줄 또는 네 줄 서기를 하는 이유는 전철 문이 열릴 때 안에 있던 사람들이 다 나온 뒤에 밖에 있던 사람이 탑승해야 안전하고 빠른 승하차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성의 문이 열리지 않고 있습니다. 안에서 나오는 사람을 기다리다 보면, 옆 줄 사람들이 하차 승객 사이를 파고듭니다. 보통 전철 문 폭이 두 사람이 나란히 선 정도라는 점을 악용하는겁니다.
 
27일 오후 용산역 승강장에서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다 (사진=이범종 기자)
 
이러면 '진짜 줄'을 선 사람들이 억울해집니다. 그래서 뒷 사람은 늘 저를 앞으로 밀거나 밀치고 들어가려 합니다. 이 때문에 저는 줄을 설 때마다 한 쪽 팔로 뒷 사람을 제지 할 준비를 합니다. 만일 저까지 하차 인원을 밀치면 아무도 전철 밖을 나오지 못하게 되니까요.
 
세대 교체가 되면 이 문제가 해결 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성별 불문하고 임신 여부가 의심되는 사람들이 임산부석을 차지하고, 젊은 사람들의 다리 꼬기는 고쳐지지 않습니다.
 
오늘도 저는 맞은편에서 하차 승객을 파고들며 '가짜 줄서기'를 하는 사람에게 묻고 싶습니다. 당신은 몰상식을 영리함으로 착각하고 있지 않습니까?
 
몇 해 전, 사당역에서 외국인이 했던 푸념이 기억납니다. 한국인의 가짜 질서를 한바탕 겪은 그는, 안전요원을 향해 "난 한국인들을 좋아하지만 이런 건···"이라며 슬픈 눈으로 고개를 저었습니다. 뒤에 있던 저는 창피해서 시선을 떨궜습니다.
 
문화 강국은 '더 글로리'가 대신 완성해주지 않습니다. 진정한 K콘텐츠는 진짜 질서를 지키는 한국인의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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