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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현

(단독)남영신, '천공 관저 개입' 의혹에 끝내 '답변 회피'

남 전 총장, 등 돌린 채 시인도 부인도 안해…기자 밀치기도

2023-03-03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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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구미=뉴스토마토 최병호·신태현 기자] 무속인 천공의 대통령 관저 선정 개입 의혹을 풀어줄 남영신 전 육군참모총장이 본지 탐사보도팀의 거듭된 질의에도 끝내 답변을 피했습니다. 남 전 총장은 육참총장이던 지난해 4월1일 부승찬 당시 국방부 대변인을 만나 자신의 한남동 공관과 서울사무소를 천공이 찾았다는 이야기를 전달한 당사자로 지목받고 있습니다. 두 사람은 속내를 털어놓을 정도로 가까운 사이였다는 게 부 전 대변인의 설명입니다. 
 
부 전 대변인은 최근 출간한 저서 <권력과 안보: 문재인정부 국방 비사와 천공 의혹>에서 당시 일기를 토대로 "2022년 4월1일 미사일전략사령부 개편식 행사 때 만난 육군총장으로부터 도저히 믿기지 않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천공이 인수위 고위관계자와 함께 국방부 영내에 있는 육군 서울사무소와 한남동에 자리한 육군참모총장 공관을 방문했다고 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당시 육군총장 공관은 대통령 관저 후보지로 선정된 상태였다"고 덧붙였습니다. 부 전 대변인은 며칠 뒤 남 전 총장에게 전화해 사실관계를 다시 확인했고, 대변인에서 물러난 이후 당시 육참총장 보고라인을 통해 구체적 정황을 확인했습니다.  
 
지난 2021년 10월13일 국회 국방위의 육군본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남영신 육군참모총장이 군 수뇌부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사진)
 
앞서 본지 탐사보도팀은 지난 2월 남 전 총장에게 전화로 천공의 관저 방문 여부 등을 물었으나 그는 "소설 그만 쓰고, 그만 물어보시라"면서 "저는 잘 모르는 일"이라며 답변을 거부했습니다. 이후 그는 탐사팀의 전화를 계속 피했습니다. 남 전 총장의 공관을 관리했던 부사관 A주임원사도 탐사팀을 만나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는 말을 끝으로 연락이 닿지 않고 있습니다. 천공에게도 같은 질문을 던졌지만 부인 없이 "언론과는 인터뷰하지 않는다"는 말만 남겼습니다. 
 
이에 탐사팀은 2일 남 전 총장이 교수로 재직하는 경북 구미시 소재 A대학을 찾았습니다. 남 전 총장은 이곳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군 리더십과 진로설계 등을 강의할 계획입니다. 탐사팀은 남 전 총장에게 천공의 관저 방문 여부, 이 일을 부 전 대변인에게 알린 바 있는지 등을 물었습니다. 하지만 남 전 총장은 끝내 답변을 회피했습니다.
 
탐사팀이 "부 전 대변인이 총장님 이름을 팔아 거짓말한 것이냐?", "A원사는 취재팀을 만나 사실 여부 확인을 피한 채 '드릴 말씀이 없다'라고만 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해당 의혹이 정말 사실이 아니라면 '아니다'라고 한마디만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어떤 대답도 듣지 못했습니다. 남 전 총장은 "학교까지 찾아오는 건 결례"라고만 말한 채 취재팀을 가볍게 밀치기도 했습니다. 해당 의혹에 대해서는 시인도, 부인도 없이 등을 돌려 피할 뿐이었습니다. 남 전 총장과 A원사는 참고인 신분으로 경찰 조사에 응한 상황입니다.
 
한남동 관저. (사진=연합뉴스)
 
한편 지난 2월2일 본지는 부 전 대변인과의 인터뷰, 대통령실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 등에 대한 취재를 종합해 지난해 3월경 천공, 김용현 대통령 경호처장(당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청와대 이전 태스크포스 팀장), '윤핵관'인 모 의원이 용산 한남동 육군참모총장 공관과 국방부 영내의 서울사무소를 사전 답사했다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사실이라면 대통령 관저 결정에 민간인이자 무속인이 개입한 것으로, 대단히 심각한 사안입니다. 천공의 과거 측근이자 전직 정법재단 관계자는 이를 "최순실 국정농단 시즌2"로 규정했습니다. 
 
그러자 대통령실은 의혹을 단독 보도한 <뉴스토마토> 기자들과 <한국일보> 기자, 부승찬 전 대변인을 경찰에 형사 고발했습니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대통령실이 현직 기자들을 고발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여론은 대통령실 주장에 냉랭합니다. 국민 절반 이상은 윤석열 대통령의 관저 선정 과정에 천공의 개입이 '의심된다'고 했습니다. 지난 24일 <뉴스토마토>·<미디어토마토>의 74차 정기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중 54.5%는 윤 대통령의 관저 선정 과정에 '천공이 개입했다고 의심된다'고 답했습니다. '천공이 개입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33.3%, '잘 모르겠다' 12.1%였습니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경북 구미=최병호·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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