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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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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정부 강제징용 해법, 대법원 판결까지 뒤집었다

"가해자 없는 배상, 최악의 외교참사"

2023-03-06 15:38

조회수 : 16,0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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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미쓰비시가 사재하고 돈도 내노세요. 다른 사람이 대신 주면 나는 무엇이 댈까요. 일번에서는 양금덕을 얼마나 무시할가요. 마약에 다룬 사람들 준다면 절다로 밧지 못하겠슴니다.'(강제징용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가 박진 외교부장관에게 보낸 편지 중)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정부의 해법 후폭풍이 거셉니다. 배상금을 결국 우리나라 재단이 대신 지급하는 쪽으로 결론 나면서 윤석열 정부가 일본 전범기업에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입니다.
 
그동안 강제징용 배상 해법은 집권 여당의 '폭탄 돌리기' 취급을 받아왔습니다. 정부 차원에서는 외교적인 문제와 일본의 미온적인 태도 등을 이유로 별다른 해법을 내놓지 못했습니다. 대법원은 일본 전범기업들이 피해자들에게 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지만 사실상 무용지물이 되면서 해법과 해결이 아닌 또 다른 갈등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인 양금덕(93) 할머니가 6일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열린 (사)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광주전남역사정의평화행동의 기자회견에 참여해 정부가 내놓은 일제강제징용 피해배상 관련 해법인 '제3자 대위 변제안'을 비판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대법원 판결 어땠나
 
대법원은 2018년 10월30일 원고인 일본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승소 판결을 확정했습니다. 손해배상 책임이 있는 일본 전범기업이 피해자들에게 각각 1억원씩 배상금을 지급하라는 내용입니다. 당시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은 피해자들은 일본제철, 히로시마 미쓰비시 중공업, 나고야 미쓰비시 근로정신대에 있던 총 15명입니다.
 
원고 승소 판결이 확정으로 가기까지는 꽤 오랜 세월이 걸렸습니다. 2012년 대법원이 피해자들에게 손해배상 청구권이 살아있다며 2심 판결을 파기환송했고, 2013년 서울고법이 승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후 미쓰비시가 재상고를 했지만 대법원은 2018년 원고 승소로 판결을 확정했습니다.
 
문제는 대법원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일본 기업이 자발적으로 배상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한국 법원이 이를 강제할 방법은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일본 정부는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강제징용 문제가 해결됐다며 한국 정부의 방안에 대해 언급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한겁니다.
 
한일 청구권 협정은 1965년 일본이 한국에 3억 달러의 무상 자금과 2억 달러의 차관을 한국에 지원하는 대신 한국은 대일 청구권을 포기하는 것에 합의하는 내용입니다. 즉 대일 청구권을 포기했으니 강제징용 피해자 개인이 일본을 상대로 배상 청구권을 행사하면 안 된다는 것이 일본의 논리입니다. 물론 대법원이 개인 청구권이 살아있다고 판결을 했으나 일본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외교부는 강제징용 해법 마련을 위한 민관협의회를 일시 가동하게 됩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이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일제 강제동원 피해배상 해법 발표를 하고 있다.(사진=뉴시스/공동취재사진)
 
예고된 3자 변제…허울뿐이었던 '민관협의회'
 
외교부는 한일 양국 간 일제 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 해법을 모색하기 위한 '민관협의회'를 지난해 7월부터 두 달 간 가동했습니다.
 
당시 외교부는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의 배상과 사죄를 원하고, 정부 예산을 사용한 대위변제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라며 대위변제를 수용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일본 기업의 채무 인수를 대신 변제하는 방안 또한 별다른 해법으로 제시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정부의 이번 발표는 대법원 판결은 물론 민관협의회의 기능마저 무색하게 만들었습니다. 채무의 변제는 대위변제의 방법으로 제3자가 할 수 있지만, 이는 채권자가 허용을 할 때 가능하다는 점에서 피해자와 피해자 유족 측의 반발은 거셀 것으로 예상됩니다.
 
민족문제연구소와 법률대리인 측은 "피해자들(유족 포함)께서 해법에 동의한다면 한국 정부 및 재단과 협의해 채권소멸(포기) 절차를 진행하도록 할 것"이라며 "해법에 동의하지 않는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재단이 일방적으로 공탁을 해 집행 사건에 제출하는 등의 행동을 한다면, 집행 절차에서 공탁의 무효를 확인하는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가해자 쏙 빠진 굴욕 해법"…피해자·국민 분노 키웠다
 
강제징용 피해들이 일본에 요구한 우선순위는 '사죄'였습니다. 금전적인 배상이 우선이었다면 진작 끝났을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해법은 배상금 지급 주체가 누구든, 대법원 판결에 따라 지연 이자까지 지급을 하든, 가해 국가와 기업이 배제된 이른바 '돈으로 해결'이라는 비판이 거셀 전망입니다.
 
국민들의 공분도 들끓고 있습니다. 시민단체인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은 '전범 기업은 한 푼도 안내는 일본 정부의 완승이며 최악의 외교참사'라며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앞에서 항의행동에 나섰습니다.
 
이들은 "1엔도 낼 수 없다는 일본에 나서서 면죄부를 부여하려고 한다"며 "피고기업의 배상 대신 한일 경제단체가 기금을 조성해 미래세대에 장학금을 지급하겠다는 것은 역사를 우롱하고 기만하는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피해자들을 지원해온 법률대리인 임재성 변호사는 "정부안에 대해 긍정적인 의사를 확인한 (유족)분은 절반 이하"라며 "생존 중이신 고령 피해자는 3분인데 모두 정부안에 대해 명시적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고 말했습니다.
 
강제징용 해법은 방법의 옳고 그름을 떠나 국민들 입장에서 일제 잔재 청산과 관련된 문제입니다. 피해자들에 대한 해법을 국민들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법이 배상 주체를 일본 전범기업이라고 판결해도, 국가나 한일청구권협정에 따른 수혜기업, 일본 기업 중심으로 한 기금 등으로 여러가지 변제 방법이 있을 수는 있다"면서도 "그러나 제3자에 의한 변제 방식이 있더라도 이번 해법은 가해자 쪽이 전혀 관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국민 설득 관점에서 봤을 때는 매우 아쉬운 상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일본제철, 미쓰비시 소송 원고 대리인인 김영환 민족문제연구소 대외협력실장과 임재성, 장완익 변호사(왼쪽부터)가 6일 오후 서울 용산구 식민지역사박물관에서 열린 정부의 강제동원 해법 발표에 대한 피해자 대리인단, 지원단체(서울)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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