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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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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뉴스토마토 산업1부 김진양입니다.
하이브, '메기'인가 '미꾸라지'인가

2023-03-10 16:09

조회수 : 5,7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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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BTS)의 소속사 하이브가 ICT 업계의 '핫'한 주인공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SM 인수전에서는 카카오와, 다크앤다커 표절 논란에서는 넥슨 등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어서인데요. 하이브의 이 같은 행보들이 산업 발전을 꾀하는 디딤돌이 될 지, 단순히 시장의 혼란만 야기하고 말 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하이브 대 카카오·SM 연합으로 형성된 SM엔터테인먼트 인수는 한 달 이 넘는 공방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난달 7일 카카오가 SM엔터의 유상증자를 통해 9% 상당의 지분을 확보하기로 한 직후 하이브는 이수만 전 SM 총괄프로듀서의 지분 14.8%를 취득했습니다. 
 
이를 기점으로 양 측은 자신들이 인수를 했을 때의 정당성, 상대방 행위의 위법성 등을 연일 강조하며 여론전을 펼쳤습니다. 하루를 넘기지 않고 나오는 반박과 재반박에 대중들의 피로감이 극에 달했을 정도입니다. 
 
지난 3일 법원이 SM의 신주 발행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서 사태는 일단락 된 듯 보였습니다. 카카오는 법원의 판결에 따라 계약 해지를 했고, 하이브 측은 조속한 계약해지와 그에 상응하는 조치들을 취할 것을 요구했지요. 사실상 "더 이상은 관여하지 말라"는 선전포고와 같았습니다. 
 
하지만 카카오는 쉽게 물러나지 않았습니다. 주당 15만원에 공개매수 선언을 했고, 경영권 인수 참전을 공식화했습니다. 하이브와 카카오는 각각 "SM 3.0의 비전을 가장 잘 실현시킬 곳은 자신"이라고 강조하며 대중의 지지를 호소했습니다. 이달 말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소액주주들의 판단에 따라 승패가 가려질 것으로 보입니다. 
 
하이브와 카카오 모두 SM 인수의 명분이 있습니다. 그러나 새 주인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SM의 미래는 전혀 달라질 것으로 전망되는 것이 업계의 중론입니다. K팝의 초거대 공룡이 되거나, 콘텐츠 플랫폼 기업으로 탈바꿈을 하거나 둘 중 하나의 길을 걷게 될 것입니다. 다만 초거대 공룡이 되더라도 몸통 혹은 머리가 아닌 오른팔 정도의 위상에 머물 것으로 예측됩니다. 플랫폼 기업으로 전환을 할 경우에는 SM의 간판은 남기겠지만 본체의 몸집은 대폭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BTS의 아버지 방시혁 하이브 의장. 사진은 지난해 11월 지스타 2022 현장에서 진행된 하이브IM의 기자간담회에서의 방 의장의 모습. (사진=하이브)
 
이 정도의 노이즈는 엔터업계의 신흥 강자로서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그런데, 뜬금없는 곳에서 하이브의 이름이 다른 이슈로 회자되고 있습니다. 
 
바로 게임업계인데요. 하이브의 게임 사업 계열사 하이브IM이 넥슨과 아이언메이스 간 공방에 거론되고 있는 것입니다. 앞서 넥슨은 자사 신규 게임 개발 프로젝트를 유출했다는 이유로 소규모 제작사 아이언메이스를 경찰에 신고했고, 최근 아이언메이스에 대한 압수수색이 진행됐습니다. 이에 맞물려 넥슨은 사내 공지문을 통해 아이언메이스의 행위를 "콘텐츠 생태계를 훼손하는 행위"로 규정하고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고 천명했습니다. 
 
이후 침묵을 지키던 아이언메이스도 입장문을 배포했습니다. 넥슨이 도를 넘는 언론플레이로 대기업의 횡포를 부리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문제가 된 '다크 앤 다커'는 시작 단계부터 개발 로그가 빠짐없이 기록돼 있는, 자사가 직접 개발한 게임이라고도 재차 강조했습니다. 
 
문제는 아이언메이스의 입장문 수신 리스트에 하이브 임직원의 이메일 주소가 등장했다는 겁니다. 더욱이 하이브IM의 정우용 대표, 하이브의 박지원 대표 등이 모두 넥슨 출신이었다는 점을 들어, 하이브가 아이언메이스의 뒷배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물론 당사자들은 모두 이를 부인하고 있습니다. 단순 업무 상의 실수였다는 겁니다. 회사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입장문 배포를 하면서 실수를 했다는 점은 뭔가 석연치는 않지만, 일단 그리 주장하니 그렇다 치겠습니다. 
 
그럼에도 뭔가 개운치는 않습니다. 하이브IM이 게임업계 후발주자로 존재감을 남기고 싶었다면 충분히 다른 방법이 있었을 텐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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