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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방열의 한반도 나침반)강제동원 문제, 해결됐다 치고 가자는 윤 대통령

2023-03-17 06:00

조회수 : 3,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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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2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오후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일 확대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황방열 통일·외교 선임기자] 이번 방일에서 기시다 총리가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문제와 관련해 어떤 입장을 내든 윤석열 대통령에게는 그닥 중요하지 않습니다. 한국 국민을 달래주는 립서비스가 있으면 좋고, “역대 일본 내각의 입장을 계승한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해도 그만입니다. 방문 그 자체가 중요할 뿐입니다. 12년 만의 셔틀 외교 복원, 한일관계 정상화라는 화환과 함께 말입니다.
 
윤 대통령은 일제강점기 강제동원에 대한 2012년 대법원 판결(파기환송)과 그에 따른 2018년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배상 확정판결이, 국제법을 위반한 잘못된 판결이라는 확고한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대법원 판결을 부정할 이유는 아무것도 없지만, 어쨌든 국제법적으로, 그리고 1965년도 한일 양국 정부의 약속(한일 청구권 협정)에 비춰 보면 2018년 대법원의 판결은 일본으로서는 ‘한국이 합의를 어긴 것’이라는 결론이 된 것…일본이 볼 때는 한국이 계속 1965년도 합의에 의해서 자체적으로 징용 피해자에 대해 배상해 왔는데, 2018년 판결을 일본 피고 기업이 수용하고 배상 절차에 들어간다는 사실 자체를 국제법으로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입니다.”
 
박진 외교 장관이 ‘강제동원 해법’을 발표하고, 이어 기시다 총리가 “역대 내각 입장 계승”이라는 입장을 밝힌 뒤, 익명을 전제로 대통령실 고위 당국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현 정부 외교안보 라인의 핵심 중 핵심으로 이번 발표를 주도한 이 당국자는 “일본 정부가 할 수 있는 마지막 한계치에 도달했다”는 놀라운 말까지 했습니다. 한국 대법원 판결이 국제법 위반이니 한국이 다 알아서 할 일이라는 기시다 정부 주장을 그대로 수용한 겁니다.
 
처음부터 이런 생각이었으니, 얼마나 협상다운 협상을 했겠습니까? 발표 3일 뒤 일본 외무상이 “강제동원은 없었다”고 말한 것도, 윤석열 정부에게는 놀라운 발언이 아니었을 겁니다.
 
“구상권 행사 안 한다” 약속까지…2015년 위안부 합의 ‘최종적, 불가역적 해결’ 재탕
 
정부 해법을 반대하는 여론이 60%에 달하는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직접 나섰습니다. 15일 자 일본 <요미우리신문> 인터뷰에서, 1965년 한일 협정과 2018년 대법원 판결 사이에 “모순이 있다”면서, 이번 해법이 정권교체 후 뒤집힐 가능성에 대한 일본 내 우려에 대해 “구상권 행사는 없으니, 걱정 말라”고 안심시켰습니다.“ 강제동원 문제는 이걸로 끝났다는 선언입니다.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한국 최고법원에서 얻어낸 사법적 권리를 다른 사람도 아닌 한국 대통령이 완전히 무시해버린 것입니다. 동시에 국민적 분노를 부른 1965년 한일 협정과 2015년 한일위안부 합의의 ‘완전히, 최종적, 불가역적 해결’이라는 표현을 조금 부드럽게 재탕한 것입니다.
 
하지만 역사 문제를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해결’한다는 말은 어불성설입니다. 당장 다음 정부가 구상권 행사를 하지 않는다고 어느 누구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전임 정부 정책 뒤집기가 얼마나 쉬운 일인지 윤석열정부가 잘 보여주고 있지 않습니까?
 
정부가 해법을 발표한 뒤, <조선일보>, <중앙일보> 등 한국 주류세력은 온통 일본이 성의있는 조치로 응답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 징용해법 여백 일본?미국이 메워야”(<조선일보> 강천석 고문), “윤 대통령 강제징용 결단에 기시다 총리도 성의있는 조치 내놔야”(<매일경제> 사설) “한일 관계 개선은 양국 모두의 시대적 사명”(<중앙일보> 사공일 세계경제연구원 명예이사장) 등에서 기시다 총리의 화답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피해국가가 가해자에게 사과를 애걸하는 상황이 돼버린 겁니다.
 
급기야는 “일본의 성의있는 추가 조치‘에 너무 연연해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며 “중요한 건 어렵게 마련된 이 판을 깨지 않도록 하는 일이다”(<중앙일보> 김현기의 시시각각)라는 주장까지 나왔습니다.
 
부실한 정부안…강제동원 피해자들, 미쓰비시 자산 추심 소송 제기
 
이런 어처구니없는 모습은 정부 해법의 부실함을 반증합니다. 채권자와 채무자가 인정하지 않는 데도 제3자 대위변제가 가능하다는 정부 주장은 글자 그대로 아직 주장일 뿐, 치열한 법리공방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정부안을 거부한 강제동원 피해자들은 윤 대통령이 도쿄로 떠난 16일, 미쓰비시중공업의 한국 내 자산을 추심해달라며 서울중앙지법에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북한 핵문제와 양안 문제 악화 등 동북아 정세 격변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한미일 군사협력은 필요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이를 명분으로 강제동원 문제를 ‘해결했다고 치고 가자’고 합니다. 일본군의 한반도 개입의 문을 연 ‘적기지 공격능력’ 보유 문제까지도, 작은 문턱 하나 만들지 않고 ”충분히 이해한다“고 용인해버렸습니다.
 
기시다 총리는 윤 대통령이 어릴 때 도쿄에서 부친과 함께 즐겼던 경양식 만찬을 대접했습니다. 윤 대통령에게는 추억의 오므라이스였겠으나, 한국에게는 너무 비싼 식사였습니다.
 
황방열 통일·외교 선임기자 hb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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