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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

연차 소진, 그림의 떡

2023-03-20 18:53

조회수 :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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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생활을 그리 오래 하지는 않았지만 주어진 연차를 전부 소진해본 적은 없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주변인 대다수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연차 소진은커녕 월차도 제대로 못 쓴다고 푸념하는 지인들도 한 둘이 아닙니다.
 
고용노동부가 내놓은 '근로시간저축계좌제'가 반가우면서도 우려가 앞서는 이유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 내놓은 공약이기도 합니다. 
 
연장·야간·휴일근로를 마치 돈을 계좌에 저금하는 것처럼 적립해 휴가로 쓸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겁니다.
 
말만 들었을 땐 제법 그럴듯해 보입니다. 바쁘지 않을 때는 추가 근무를 하고 이때 발생한 시간을 휴가에 붙여 오랜 기간 여행을 다녀올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한 달동안 휴가를 낼 수도 있겠죠. 
 
하지만 과연 현실적으로 가능할까요. 십여 일도 채 되지 않는 연차가 남아도는 직장인이 태반입니다. 이는 시민단체 직장갑질 119가 발표한 자료가 증명해줍니다. 직장갑직119가 조사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1000명 중 연차휴가를 6일 미만으로 사용한 이들이 41.5%에 달합니다. 
 
일각에서는 '한 달간 자리를 비워도 문제가 없는 사람이라면 그 조직에서 없어도 되는 구성원 아니냐'는 웃지 못할 지적도 잇따릅니다. 
 
연차 소진을 하지 못할 경우 이는 개인 사유이며, 사업장에 수당을 요구하지 않겠다는 서명을 받아내는 블랙 기업들도 있습니다. 
 
연차는 노동자들의 정당한 권리입니다. 노동자들은 그림 속의 먹음직스러운 떡보다 접시 위의 먹을 수 있는 떡을 원합니다. 있는 연차부터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정책이 자리잡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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