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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혜

'곰표밀맥주' 둘러싼 승자 없는 전쟁

대한제분, 세븐브로이, 제주맥주…각각 남겨진 과제는?

2023-04-13 15:31

조회수 : 2,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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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신혜 기자] 차갑게 식어가는 수제맥주 시장을 놓고 때아닌 전쟁이 한창입니다. 한 때 메가히트작으로 손꼽혔던 '곰표밀맥주' 상표권을 둘러싼 논쟁이 일어난 것인데요. 수제맥주를 향한 소비자 관심이 급감하는 현 상황에서, 모두에게 별다른 이득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씁쓸함을 표하는 시선이 다수입니다. 
 
사건의 발단은 대한제분과 세븐브로이의 상표권 계약 해지입니다. 대한제분은 최근 3년간 곰표밀맥주 제조, 유통, 판매를 맡아온 세븐브로이와 3년만에 '곰표' 상표권 사용 계약을 종료했습니다. 곰표밀맥주는 2020년 5월 출시 후 누적 5800만캔 이상 팔려나간 히트작입니다. 
 
세븐브로이가 처음 홈페이지에 게시했던 '대표밀맥주'로의 제품명 변경. 현재는 디자인마저 바뀌었다.(사진=세븐브로이 홈페이지 캡처)
 
세븐브로이 측은 적잖이 당황한 모양입니다. 곰표밀맥주 흥행으로 코스닥 상장 추진을 공식화했고 익산에 300억원을 들여 공장까지 증설한 상태였기 때문입니다. 세븐브로이 측에서 재계약을 원했으니, 대한제분에서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던 듯합니다. 
 
하지만 대한제분은 지난해 말 경쟁입찰진행을 통보했고 결국 이달 제주맥주와 곰표밀맥주 시즌2를 위한 파트너십을 맺었습니다. 당황한 세브브로이는, 기존 곰표밀맥주 제품명을 '대표밀맥주'로 변경하고 판매를 이어가겠다고 결정했지만 이전 곰표밀맥주와 디자인이 유사해 소비자에게 혼동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일자 결국 디자인까지 변경하며 기존 제품과 완전히 다른 맥주를 판매하게 됐습니다. 
 
대한제분과 세븐브로이의 이같은 결정은 '불편한 이별'로 불리며 유통업계에 큰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대한제분 측이 곰표밀맥주 파트너를 바꾼 것은 직접 투자를 늘리는 등 품질 업그레이드를 위한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사실상 상품 흥행을 함께 이끈 파트너에 대한 의리를 저버린 것이라는 의견도 다수입니다. 제조사가 바뀐 곰표밀맥주에 대한 소비자 반응도 예측할 수 없습니다. 
 
세븐브로이의 경우 기존 제품의 맛을 계승한 대표밀맥주로 매출을 이어가는 동시에 강서, 한강 등 다른 수제맥주 브랜드를 강화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제품명과 디자인이 바뀐 맥주 제품을 기존 소비자가 얼마나 선호할지 섣불리 예단하기 어렵습니다. 
 
제주맥주의 부담 역시 클 듯합니다. 한 때 수제맥주 매출 1위로 국내 유일 수제맥주 상장사이긴 하나 최근 수제맥주 인기가 줄어들며 3년간 영업적자를 내는 상황입니다. 곰표밀맥주의 인기 역시 예전같지 않습니다. 
 
기존 곰표밀맥주를 더이상 만나볼 수 없게 된 소비자 입장도 씁쓸하기만 합니다. 다양한 제품이 쏟아져나오고 순식간에 사라져버리는 수제맥주 시장. 갈등보다는 협업 시너지가 절실한 최근이죠. 대표밀맥주든, 곰표밀맥주 시즌2이든 시장에 안착해 스테디셀러로 남아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최신혜 기자 yesssi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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